[여수 여행]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당신을 위한 여행

지막으로 혼자 밤바다를 보러 간 건 몇 해 전 부산 여행이었습니다. 즉흥적으로 떠났던 터라 어쩌다 보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 도착했어요. 부랴부랴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젊은 사장님은 타지에서 온 투숙객들을 위해 매일 야경투어를 하시는 부지런한 분이셨지요. 부산항 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야경 스폿은 현지인이 아니라면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었지요. 동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핵심 맛집을 콕콕 집어 알려 주셨습니다. 사장님을 따라나선 손님은 20명이 훌쩍 넘는 대인원이었어요. 가볍게 땀이 날 정도의 밤산책을 끝낸 후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맛집 탐방을 했습니다. 그게 참 마음에 들었어요. 혼자 여행하면 먹는 일이 큰 문제잖아요.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한 메뉴는 왜 그렇게도 먹고 싶은지… 혼자였으면 먹어 보지 못했을 낙곱새, 양푼이에 나오는 감자탕 같은 음식들을 실컷 맛보았답니다. 다음 날은 혼자서 부산 바다를 보고 돌아왔어요. 짧은 부산 여행에서 게스트하우스 투숙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습니다.

당시 에디터의 나이는 스물여섯.

놀랍게도(?) 투숙객 중 최고 연장자였습니다.

1박에 만 오천 원 대 저렴한 숙소라

어린 친구들이 모일 수밖에 없었죠.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3시간이면 여수 엑스포역에 닿습니다.

한 살 두 살 먹다 보니 눈만 높아져 게스트하우스는 자연스럽게 2순위로 밀려났습니다. 이왕 쉬러 가는 거라면 잠은 푹 자고 싶더라고요. 그렇다면 호텔에서 묵어야 하는데 혼자 지내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죠.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고. 한동안 나 홀로 국내 여행은 가지 않았습니다. 마침 흥미로운 호텔 패키지가 눈에 들어왔어요. 캡슐호텔의 호텔리어가 안내하는 여수 여행이었습니다. 거창한 일정은 아니지만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투어, 그리고 호텔 투숙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여수 아쿠아플라넷을 들렀다가 혼자서는 먹기 힘든 삼합을 함께 먹고요. 이순신 공원에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한 뒤 호텔 라운지에서 맥주 파티를 하는 일정입니다.



여수 다락휴 호텔 오션뷰 룸과 라운지

KTX를 타고 용산역에서 여수 엑스포역까지는 3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약해 놓은 다락휴 캡슐호텔은 엑스포 안에 위치해 역에서 걸어 3분 거리였어요. 캡슐호텔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었습니다. 캡슐이라고 하기에는 두 명도 지낼 수 있는 넉넉한 크기에, 바다가 보이는 뷰. 워커힐 호텔 침구를 그대로 쓰고요. 어메니티 구성도 아쉬울 것이 없었습니다. 서둘러 짐을 풀고 투어를 함께 할 도경 크루(다락휴 캡슐호텔에서는 호텔리어가 아닌 ‘크루’라는 호칭을 씁니다)를 만났어요. ‘크루 투어’는 호텔에서 기획한 게 아니라 여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흐르는 도경 씨가 직접 기획한 패키지였습니다. 몇 마디만 나누어도 참 밝은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제가 광주를 혼자 여행할 때

오리탕이 정말 먹고 싶었거든요.

맛집을 찾아갔더니 2인분부터 주문을 할 수 있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요.

직접 크루투어를 기획한 도경씨. 기획 초기 당시에는 ‘도경 투어’라고 정해져 부담스러우셨다고 한다.

도경 씨는 여수에서 꼭 먹어보아야 하는 음식으로 돌문어 삼합을 꼽았습니다. 혼자 먹을만한 메뉴는 아니죠. 투숙객들 중 나 홀로 여행객들이 많은데 삼합을 추천하기가 애매하니,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답니다. 여수에는 맛있는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은데 다 누리고 가지 못하는 손님들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발 벗고 가이드를 자처했대요. 기획부터 홍보까지 일사천리로 척척 진행해 나 홀로 여행객들의 문의가 쏟아진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도경 씨를 따라 첫 행선지인 아쿠아 플라넷으로 향했어요.

여수 아쿠아플라넷 – 돌문어 삼합 – 카페 투어 – 맥주파티

아쿠아리움을 투어 패키지에 넣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혼자서 천천히 구경해도 충분한 관광 스폿이니까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일정이지만 혼자 왔다면 놓칠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바이칼 물범 식사시간은 오후 1시와 4시, 아쿠아 판타지쇼는 11시, 1시 20분, 2시 20분, 3시 20분, 4시 20분에 진행됩니다. 벨루가 식사시간은 12시 40분, 3시 40분, 5시에 시작해요. 도경 씨가 아쿠아리움 투어 시간을 3시 40분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니 1시간 안에 세 가지 쇼를 모두 볼 수 있었어요. 귀여운 바다 친구들을 혼자서 봤다면 조금 외로웠을 거예요. 쇼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왔더라고요.

장범준이 오면

모든 손님 공짜라는

그 식당

돌문어상회

이순신 광장은 밤이 되면 낭만포차 거리로 관광객들이 북적입니다. 에디터도 낭만포차 거리에서 ‘여수 밤바다’ 소주를 먹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호텔에서 일하는 여러 크루들이 직접 방문해본 결과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고 합니다. 맛보다는 분위기 때문에 가는 곳이라는 평을 내리더라고요. 여수에서 진정한 해물 삼합을 맛보려면 돌문어 삼합집을 꼭 가보아야 한대요.

가수 장범준 씨가 방문해 모든 손님들이 공짜로 삼합을 먹었다는 ‘돌문어 상회’가 크루들 사이에서 최고점을 받았답니다. 도경 씨의 친구가 여수에 놀러 온 날, 늘 그랬 듯(?) 돌문어 상회를 찾았대요. 그날 마침 장범준 씨가 방문을 해 무료로 식사를 해서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답니다.


돌문어 삼합 / 돌문어 라면

큼직하지만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돌문어와 여수의 특산물인 새콤한 갓김치, 삼겹살과 전복, 조개를 한 판에 볶아 내는데요. 삼합 위에 살짝 올라간 버터가 한층 더 풍미를 더했습니다. 도경 씨가 돌문어 삼합을 맛있게 먹는 비법을 알려 주셨는데요. 혹 방문하시게 된다면 아래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1. 삼합은 예쁘게 굽지 말고,

한 번에 섞어서 볶아야 맛있어요.

2. 볶은 갓김치에 삼겹살과 돌문어를 올려

쌈을 준비해 두세요.

3. 여수 밤바다 소주를 한 입에 톡 털어 넣고,

쌈을 먹으면 꿀맛!

여수의 밤을

맞이하면 좋은 곳

낭만카페


고소동 벽화마을은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담벼락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길고양이 친구들과 집집마다 가꾸어 놓은 꽃밭, 귀여운 글귀들을 보느라고요. 굽이굽이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벽화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언덕 정상에 도착합니다. 도경 씨는 낭만카페를 고소동에서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기 제일 좋은 카페라고 소개했어요. 쉬는 날에는 낭만카페에서 바다만 바라봐도 근심이 싹 사라진다며, 여러 번 방문할수록 진가를 발하는 곳이라고 하네요.


낭만카페 / 꾸덕한 크림이 듬뿍 올라간 아인슈페너는 달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카페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여수 바다가 한눈에 담깁니다. 장범준 씨의 여수 밤바다를 들을 때면 깜깜하고 파도소리만 들리는 포구를 상상했는데요.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창가에 앉으니 밤바다에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오는 게 보입니다. 저 멀리 빛나는 돌산대교와 알록달록한 전구를 달고 종포 연안을 누비는 크루즈도 보여요. 에디터는 여수 이곳저곳에 ‘낭만’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어 내심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괜시리 미안해집니다. 낭만의 도시를 알아보지 못해서요. 잔잔한 물결 위로 아름다운 빛 잔치가 열리는 여수 밤바다, 왜 장범준 씨와 도경 씨가 홍보대사를 자처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수다가 무르익어 갈 때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낭만은

라운지에서

움트고

소소하지만

확실히 행복한 맥주 파티


정말 잔잔한 여수 밤바다는 라운지에서 볼 수 있으니, 일찍 돌아온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각자 좋아하는 과자와 캔맥주를 골라 소소하지만 알찬 맥주 파티가 열렸어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빨리 친해지게 되는 걸까요. 밤이 깊어가는지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다음 날 일정을 서로 공유하며 근처에 있는 맛집 정보를 얻기도 하고 즉석에서 다음 날 동행을 찾기도 합니다. 하루를 꼬박 사람들과 어울렸으니 다음 날은 혼자서 다녀도 외롭지 않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동도를 한 바퀴 돌아본 뒤 게장 백반을 싹 비울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어요. 맞은편 두 분은 레일바이크를 함께 타기로 했답니다. 이게 바로, 혼자 여행의 묘미 아닐까요?

여수에서,

배혜린 여행+ 에디터

취재협조=여수 다락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