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생각나는 장흥의 맛] 한우삼합 매생이탕 낙지삼합 석화구이… 제 최애는요

장흥은 남도의 숨겨진 맛 깡패다!

두 어번 계절을 달리해 장흥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게 내 결론이다-



바지락 키조개 꼬막 장어 낙지…

겨울 끝물 갯것들이 그득한 득량만을 필두로

전통시장을 부흥시킨 효자 상품 ‘한우삼합’과

겨울철 소울푸드 ‘매생이’까지

몸속 저 깊은 곳부터 뜨끈하게 데워준 별미를 소개한다.

삼합의 고장 장흥

장흥은 삼합의 고장이다. 본디 삼합이라 하면 돼지고기와 묵은지 그리고 삭힌 홍어를 함께 먹는 홍어 삼합을 일컫는데, 이것이 별미로 떠오르자 전국 각지마다 대표 특산품 한 가지와 그에 어울리는 재료 두 어 개를 조합해 ‘OO삼합’이라는 요리를 앞다퉈 내놓았다. 그중 가장 성공한 것이 장흥 한우삼합아닐까. 장흥에서 시작한 요리가 남도는 물론 서울 고급 요릿집에까지 진출했으니 말이다.



한우삼합은 장흥 대표 식재료 한우·키조개·표고버섯을 욕심껏 함께 먹는다. 맛있는 것에 맛있는 것을 더하면 더 맛있다는 진리 그대로다. 한우삼합의 역사는 이렇다. 2005년 장흥군이 재래시장 장흥장을 매주 토요일마다 여는 ‘토요시장’으로 탈바꿈시키며 일대에 한우 식당 골목을 조성했다. 이때 전략적으로 육성한 먹거리가 한우삼합이다.

식당마다 먹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다. 불판에 재료를 다 같이 구워 먹는 집이 있는 반면 고기만 불판에 굽고 키조개 관자와 표고는 육수에 데쳐 구운 고기와 곁들이는 집이 있다. 기호에 따라 식당을 고르면 되겠다. 두 방법 다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 재료를 전부 불판에 굽는 집이 더 좋았다. 세 가지 재료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맛이 특별하다. 소고기의 고소한 육즙이 가장 먼저 느껴지고 살짝 익힌 관자가 짭짤하게 간을 낸다. 마지막으로 표고의 향이 그득하게 남는다.



최근엔 ‘낙지삼합’도 막 인기를 끌고 있다. 낙지와 키조개 그리고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을 같이 볶아먹는 요리다. 납작한 냄비 맨 아래에 돼지고기를 깔고 미나리와 양파 당근 등 채소를 듬뿍 담은 다음 맨 위에 키조개와 생낙지를 올린다. 낙지삼합은 총 세 단계로 먹는다. 가장 첫 번째는 날 것으로 맛보기. 불을 켜기 전 살아 움직이는 낙지와 키조개를 맛본다. 두 번째는 데치듯 먹기. 불을 켜서 낙지와 키조개를 양념과 버무려 살짝만 익힌 다음 맛을 본다. 마지막엔 돼지고기가 합세해 비로소 삼합의 맛을 낸다.

석화로 기억되는 겨울 끝물

올겨울은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 난리 통에 겨울 별미 석화를 못 먹고 이대로 지나치나 싶었는데, 겨울의 끝물 장흥에서 석화를 원 없이 먹었다.

굴은 본래 구정이 지나고 3월 말까지가 가장 맛있어요.

우리 굴은 짜지가 않아요.

여수에서 굴을 받아와서 득량만 바다에 하루 정도 담가놓는데,

득량만 바다가 다른 곳에 비해 염도가 낮아서 짠맛이 덜해요.

간이 아주 딱 맞아.


죽청마을에서 12년 째 석화구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장미라 사장님이 말했다. 득량만은 고흥군·보성군·장흥군에 둘러싸여 있다. 만 연안에서는 낙지·갯장어 등이 많이 잡히고 김·미역·굴·피조개·키조개·바지락 등의 양식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득량만은 남해안에서 가장 청정한 수역이다. 이곳에서 전국 처음으로 산(酸)을 사용하지 않는 무산김 양식을 시작됐고, 2017년엔 ‘청정해역 갯벌생태산업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겉에서 본 가게는 식당이라기보다 작업장 같았다.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보니 영락없는 작업장이다. 테이블 대신 드럼통을 잘라 만든 굴 구이판이 군데군데 놓여있고 목욕탕에 있을법한 작은 의자가 보인다. (나이가 든건지… 번듯한 식당보다 투박하지만 운치있는 곳에 더 애정을 느낀다.) 엉덩이가 삐져나오는 작은 의자에 쪼그려 앉아 상에 놓인 작업도구(?)를 살핀다. 목장갑과 작은 칼 그리고 젓가락, 빨간 초장과 깍두기가 전부다. 이런 풍경 속에서 굴을 먹는 건 또 처음인지라 괜히 신이 났다. 목장갑을 끼고 한 손에 칼을 들고는 석화가 익기를 기다린다. ‘타닥’ ‘취이이익’ 커다란 식당엔 껍데기 튀는 소리와 굴 육즙이 뜨거운 판에 닿아 나는 소리만 들린다. 입을 벌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바빠진다. 껍데기를 벌리고 뽀얀 속살을 꺼내 입으로 쏙. 하나 두 개 정신없이 먹다보면 어느새 껍데기가 산처럼 쌓인다.



굴을 잔뜩 넣고 끓인 라면과 굴 떡국도 별미다. 4만원이면 굴 10㎏을 먹을 수 있다. 주로 1년산 굴을 취급한다. 굴이 알을 까는 5월부터는 굴을 먹을 수 없다. 이때는 된장물회를 낸다. 횟감은 그날그날 잡히는 재료다. 망둥어, 장어 등이다.

장흥에선 매생이 먹으려고 전날 술 마신다?

6~7년 전 장흥에 매생이 취재를 간다고 했더니 어떤 술꾼이 반색하며 말했다. 전날 꼭 단단히 취하라고. 그래야 매생이의 진가를 알 수 있다고 말이다. 매생이가 해장음식으로 유명해진 건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지만 장흥에선 일찍부터 매생이로 속을 달랬다.


장흥은 매생이 전체 생산량의 45%를 차지한다. 완도, 고흥, 해남, 강진 등에서도 매생이를 생산하지만 원조는 장흥으로 친다. 매생이는 완전 서민음식이었다. 쉽게 구할 수 있어 옛날부터 장흥에선 매생이로 해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매생이는 김 양식의 불청객이었다. 김발에 매생이가 붙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하여 손으로 매생이를 다 떼어냈고 그걸 버리기가 아까워 국을 끓여 먹던 것이 매생이탕의 시작이다. 매생이를 포함한 모든 해조류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시원한 국물맛과 철분이 많기 때문이다. 매생이는 식감이 부드러워 속이 부대끼지 않아 특히 많이 먹었다.



건강식으로 이름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매생이탕을 끓이지만 원조의 고장에서 먹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여기 말로 매생이를 ‘틉틉하게(’액체가 맑지 아니하고 농도가 진하다‘라는 의미의 전남 방언) 넣고 끓여 대접이 온통 새까맣다. 한 술 두 술 뜨다 보면 국물이 자작해져 젓가락으로 매생이를 건져 먹어야 한다. 보통 가정집에선 물에 매생이를 넣고 끓인 다음 먹기 전 참기름 한 방울만 넣어 먹는다. 여기에 같은 제철인 굴을 넣고 끓이면 매생이 굴탕이 된다. 굴을 먼저 넣고 끓인 다음 굴이 익으면 매생이를 넣는다. 키조개 날개를 넣어서 식감을 살리고 맛을 내는 식당도 있다.

솜사탕처럼 보드라운 매생이가 꿀렁꿀렁 목을 타고 넘어가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온기를 불어넣는다. 틀림없다. 장흥에서는 다음날 매생이탕을 더 맛있게 먹으려고 전날 술을 마셔야한다.

말끔한 입가심 청태전 차




장흥 맛여행은 향긋한 차로 마무리된다. 장흥엔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우리나라 고유 전통 발효차 청태전이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2호로 지정된 청태전은 떡차의 일종으로 찻잎을 쪄서 절구에 찧은 다음 동전 모양으로 뭉쳐 가운데 구멍을 냈다. 억불산 아래 상선약수마을에 위치한 전통다원에서 청태전을 맛볼 수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 『동국여지승람』, 『경세유표』 등 문헌에서 신라 말기에 보림사에서 처음으로 돈차가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1960년대 사라졌다가 2004년 복원된 청태전은 떫은맛이 없고 고소하고 부드럽고 순한 맛이 특징이다. 차 중에 카페인 함유량이 가장 적다. 4월 20일에서 5월 20일 약 한 달 동안 야생 찻잎을 따다가 하루 저녁 수분을 빼고 가마솥에 쪄낸 다음 절구질을 해 떡처럼 뭉친다. 가운데 구멍을 뚫어 20일 정도 건조시키고 완전히 건조되면 1~3년 발효과정을 거쳐 차를 생산한다. 최소 6개월 지나야 떫은맛이 빠지고 3년 정도 발효한 것이 가장 맛있다.

배는 채웠고… 겨울과 봄 사이 장흥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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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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