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내음 품은 하룻밤 ‘등대 스테이’

100년 묵은 산삼이 아니다. ‘100년 묵은 등대’다. 요즘 등대의 변신, 끝내준다. 대놓고 주무시라며 ‘속’을 내주는 등대스테이가 등장했는가 하면 박물관이나 스카이워크를 끌어들여 변신을 시도하는 트랜스포밍 등대도 있다. ‘8말 9초(8월 말~9월 초)’와 같이 계절이 변하는, 어디로 갈지 참으로 애매모호한 시기에는 100년 묵은 등대 나들이가 제격이다. 산삼으로도 못 고친다는 마음, 등대로 치유나 하고 오자.


거문도 100년 등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1001. 수능 경쟁률? 아니다. 등대 속에서 하룻밤 묵으려는 숙박 경쟁률이다. 웬만한 자연 휴양림 여름 성수기 살벌한(?) 경쟁률을 방불케 하는 곳, 놀라지 마시라. 등대다.

기록의 등대가 있는 곳, 여수 앞바다 거문도다. 날씨 예보를 들을 때마다 남해 먼바다라고 불리는 곳이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114.7km, 제주에선 86km 떨어진 곳. 배로 2시간 30분 거리다.

거문도등대가 있는 곳은 남쪽 수월봉(196m)이다. 갯바위 지대를 지나 1km 동백 숲길을 따라가면 거문도등대다.

거문도등대는 억울하다. 처음 불을 밝힌 시점은 1905. 1903년에 불을 밝힌 인천 팔미도등대에 아쉽게 밀려 대한민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놓친 거다.

하지만 남해안 최초라는 수식어는 달고 있다. 무려 110년 묵은 등대인 셈이다. 2006년부터는 새 등대가 길을 비추고 있다. 등대 끝 지점이 관백정(觀白亭)이다. 거문도의 또 다른 명물 백도(白島)’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남해 바다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등대 전망대 정상까지는 33m. 힘들어도 기어이 올라가 봐야 그 아찔한 풍광, 제대로 품을 수 있다.

등대스테이 장소는 지척에 있는 등대지기의 관사. 깔끔하게 꾸려진 펜션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 최대 여덟 명이 하룻밤을 묵으며 등대지기의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사실 등대스테이가 시작된 건 20067월부터다. 행운의 주인공은 매일 딱 한 가구씩. 평일에도 최소 20~30팀이 추첨을 기다린다.

여름 성수기 말미에는 평균 1001의 살벌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거문도등대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별 보기, 정말이지 하늘의 별 따기.
 
거문도등대 즐기는 Tip
숙박비 없다. 공짜다. 이용 신청은 희망일 2주 전 여수지방해양수산청(yeosu.mof.go.kr)에 하면 된다. 거문도 여행 하면 백도와 거문도등대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백미는 걷기다. 삼호교를 건너 유림해수욕장~목넘어~거문도등대 코스는 차가 다닐 만큼 큰길이어서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다. 제대로 된 섬 산행을 하고 싶다면 덕촌마을에서 불탄봉(195m)~보로봉(170m)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
   


팔미도·가덕도, 역사의 등대에서 ‘반짝스테이’

인천 팔미도 옛 등대와 새 등대

두말 필요 없는 진정한 최초의 등대 인천 팔미도. 19034월 만들어졌고 불을 밝힌 게 같은 해 61일이다. 역사만 113. 까마득하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팔미도까지 약 45, 선착장에서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10여 분이니 찾기도 쉽다.

섬 정상에는 등대가 두 개다.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왼편에 보이는 작은 게 원조다. 옛 등대 뒤로 새 등대가 있다. 새 등대는 현대식이다.

팔미도등대 탈환 당시 상황과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한 디오라마 영상관쯤은 기본. 실미도, 무의도, 영종도 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도 마련돼 있다.

울창한 소사나무 숲 사이 오솔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힐링 코스도 좋다. 이곳이 뜬 건 인천시가 깜짝 이벤트로 진행하는 팔미도 아빠와 등대에서의 하룻밤프로그램 덕이다. 눈 크게 뜨고 있다가 신청하면 된다.

100년 묵은 등대스테이 얘기에 부산광역시 가덕도등대(강서구 가덕해안로)를 빼놓을 수 없다. 가덕도등대가 처음 불을 밝힌 시점은 190912월이다. 2002년 새 등대가 세워질 때까지 인근 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에 희망의 빛이 돼 주었다.

단층 구조에 우아한 외관이 돋보이는 등대 출입구엔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압권. 등대 건물 역시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가 높아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돼 있다.

등대스테이 포인트는 등대 아래쪽 100주년기념관. 등대스테이, 숙박 체험과 함께 등대 기념관 관람까지 가능하니 이곳에 둥지를 틀고 나들이를 하면 된다.

가덕도등대 외길을 따라 나오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마을 외양포. 일제강점기에 마을 전체가 군사기지로 사용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꼭 한번 가 보실 것.

지척에 있는 송도해수욕장의 랜드마크 스카이워크도 꼭 찍어야 할 포인트다.
 
팔미도와 가덕도 즐기는 Tip
팔미도는 인천종합어시장과 인천개항장문화지구, 답동성당 등을 엮어 멀티로 즐기면 더 좋다.


100년 등대 핫스폿

 
1.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

대왕교와 울기등대 신 등탑

울산 12경 중 하나인 대왕암 송림은 해금강에 버금가는 절경으로 꼽힌다. 울기등대는 이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해안 산책로 끝자락이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등대. 일제강점기인 19063월 첫 점등. 울기등대와 함께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꼭 둘러보실 것.
 
2. 울진 죽변등대

울진 죽변등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울진군 죽변곶은 포항 호미곶 다음으로 육지가 바다로 돌출한 지역이다. 용의 꼬리를 닮아 용추곶이라고도 한다. 1910년 점등. 팔각형 구조로 새하얀 몸체를 자랑하는 죽변등대는 높이가 약 16m.
 
3. 진도 하조도등대

하조도 등대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둥지를 틀고 있다. 절벽 위에 세워진 등대의 높이는 해수면 기점 48m, 등탑 14m에 달한다. 등대에서 내려다보면 조도군도 일대의 섬들이 절벽 바위와 어우러져 아득한 모습을 연출한다. 1909년 첫 점등.
 

4. 군산 어청도등대

어청도 등대

어청도등대는 191231일부터 바다를 향해 희망의 빛을 쏘아 내는 근대문화유산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대륙 진출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세웠다고 한다. 어청도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된 둘레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