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난 지금 케언스 … 사랑을 만났다

[남쪽으로 튀어] 난 지금 케언스 … 사랑을 만났다

소설가 은희경은 몇 해 전 호주 여행을 앞두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그 애인의 대상은 ‘와인’으로 밝혀졌지만 호주만이 주는 자연과 풍경의 매력을 사랑에 비유한 찰진 표현이었다. 3년여 만에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때나 이번에나 목적지는 같았다.

케언스(Cairns).

다녀온 곳을 굳이 또 갈 필요 있을까?

내 스스로 되물었다. 하지만 도시의 이름만으로 묘한 끌림이 있었다. 은 작가가 말한 애인에 견줄 만큼의 끌림에 이끌려 16시간 넘게 하늘길을 내달렸다.


천국. 케언스를 두고 많은 이들이 앞뒤로 붙이는 수식어다. 왜일까란 궁금증은 활주로에 내리기 전 비행기 창문 밖 풍경으로 짐작할 수 있다. 케언스로 다가올수록 티끌하나 없는 푸른 하늘이 장시간 비행의 무거운 몸을, 일상에 찌들었던 갑갑한 마음을 가뿐히 무장해제 시킨다. 혹시나 천국이 있다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란 상상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이 ‘맑음’인 곳답게 웬만해선 흐린 날씨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탓에 겨울 지나 봄을 앞둔 케언스는 기온도 20도 안팎에 습도도 낮았다.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딱 좋을 때가 바로 지금이란 얘기다.

정말 티끌 하나 없는 하늘이 신기해 휴대폰으로 담았다.

그래도 명색이 한겨울이라기에 바람막이 점퍼를 챙겼는데 이내 벗어들었다. 동화 ‘해와 바람’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렇다고 케언스의 겨울 햇살이 거세지는 않다. 은은한 네온 조명 같다. 3년만의 재회. 조금이라도 더 온몸으로 케언스와 살가운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일행과 떨어져 고개를 하늘로 들고 잠시 눈을 감았다. 얼굴에 살포시 햇살이 내려앉으며 그 위에 선선한 바람도 얹혀졌다. 행복해진다는 게 거창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 이런 기분 아닐까. 1분이 채 안되는 찰나였지만 내게는 그 기운이 일주일은 이어진 듯 하다.


요새는 남이 가는 곳을 잘 안가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케언스에서 만큼은 순리를 따르는 게 좋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때문이다. BBC부터 세계관광협의회 등 세계 유수의 미디어와 기관이 꼭 가봐야 한다고 손을 꼽은 곳이라서가 아니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이곳에서는 상상불가이다. 산호초 지대만 무려 2400km가 이어진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형형색색,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낸 색깔은 여기서 다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마저 든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산호초가 뿜어내는 색의 조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작은 잠수함이나 투명 바닥으로 된 배를 타고 화려한 산호초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실로 경이롭다.


물론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물속으로 달려가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크루즈가 멈춰 서자마자 가이드 샘이 바다를 향해 손짓을 한다. 마치 기계 같다. 웃통을 벗어젖히고 웨트슈트를 입더니 망설임 없이 풍덩. 한참을 물과 대화를 나누고 배위로 올라온 그에게 “어쩜 그렇게 도전적이냐”고 묻자 샘은 “여기 케언스잖아”라고 답한다. 그랬다. 여기는 케언스였다.



샘은 자신이 한 스노클링부터 다이빙, 스킨스쿠버, 시워킹 등 이런저런 액티비티 소개에 열을 올렸다. 다른 바다보다 이곳에서 즐기는 해양 레포츠가 보고 즐길게 많아 최고라면서 말이다. 그러더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액티비티의 끝판왕이라며 헬기투어를 제안했다. 10~15분에 300호주달러 안팎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한번 경험하면 그 어떤 추억보다 오래 남을 거라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마성의 헬기에는 조종사까지 5명까지 탈 수 있다. 좌우 균형을 위한 몸무게 확인은 필수라 살짝 부끄러워하던 것도 잠시. 기우뚱하다 바로 하늘로 오른 헬기 아래로 펼쳐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기괴한 해안선과 투명한 물에 투영돼 아른거리는 산호들, 다양한 모양의 무인도 등 여행엽서에서나 볼법한 풍광이 수를 놓듯 이어졌다. 10여분의 비행이 너무나 아쉬워 내리기가 싫었다.

“우와~”하며 상기된 얼굴로 돌아온 우리에게 샘은 또 한마디를 던졌다. “케언스는 보는 것도 좋지만 그냥 느끼면 더 좋다.”

※ 취재협조 = 호주 퀸즈랜드 관광청‧싱가포르항공

케언스(호주) / 장주영 여행+ 기자


▶▶▶ 케언스 100배 즐기는 Tip

1. 호주를 입국할 때는 관광비자(eta)가 필요하다. 20호주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대행업체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혼자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것도 복잡하지 않다. 한 번 발급받으면 1년까지 유효하고, 1회 체류는 90일까지 가능하다.

2. 인천~케언스 구간은 직항편이 없다. 싱가포르항공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경유해 케언스까지 운항중이다.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B787-10 드림라이너 항공기를 도입해 더욱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다. 76인치 평면침대가 매력적인 비즈니스석이 36석, 인체공학적 설계의 의자 등받이와 6단계로 조절 가능한 머리 받침대 등이 있는 이코노미석이 301석이다.

3. 6~8월까지 겨울, 9~11월까지 봄인 케언스는 12월부터는 우기가 시작돼 습도가 높아진다. 산호의 산란시기가 봄이라 11월까지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만날 수 있다. 평균 기온이 20도 선으로 얇은 바람막이나 가디건을 준비하는 게 좋고, 햇빛이 워낙 좋은 곳인 만큼 SPF지수 25~40 범위의 자외선 차단제도 필수다.

4. 호주에는 특히 케언스에는 야외에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둔 BBQ 그릴이 많다. 더구나 케언스 해변을 마주한 잔디밭 위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특혜’는 아주 매력적이다. 여행 일정이 여유롭거나 자유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질 경우 꼭 도전해보시길.

5. 호주는 물론, 북미나 유럽의 주요 나라들은 우리나라 같이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거나 오후 늦게까지 상점이 문을 여는 경우는 드물다. 9 to 5, 다시 말해 5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음식점은 예외인 곳이 많지만 기념품 등을 사려 한다면 5시 이전에 미리 구매하는 것이 좋다. 또는 주말권인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로 쇼핑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케언스의 경우 야시장이 오후 7~8시까지 상점을 운영하기도 하니 미리 시간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