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콘] 주당 에디터가 직접 마셔보고 추천하는 유콘의 술

유콘의 술이

유난히 맛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캐나다에서도 물 맛이 좋기로 유명하거니와 겨울밤이 유난히 길기 때문이다.

주당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거다.

밤이 길고, 날이 차면

절로 술이 당기는 법.

어둑한 가을밤, 커튼을 열어젖히면

창문 틈으로 오로라 빛이 쏟아지는 곳.

유콘에서 마셔본 맛있는 술을 소개한다.


유콘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맥주는 유콘 브루잉에서 만든 유콘 골드다. 갈색병에 담긴 이 맥주는 어떤 레스토랑을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잉글리시 페일에일인데, 청량감은 좋지만 뚜렷한 개성은 없다. 가장 ‘유콘스러운’ 맥주는 어디서 먹을 수 있냐는 주당 에디터의 질문에, 진짜배기 토박이 티나가 단숨에 데려다준 곳은 로컬 브루어리, 윈터롱이었다.

2시간가량의 가벼운 하이킹을 마치고 브루어리를 찾은 시간은 3시 무렵. 벌건 평일 대낮인데도 탭룸에는 맥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가득했다. 3리터는 되어 보이는 항아리만 한 병을 들고 줄을 선 사람들은 저녁 식사와 함께 마실 술을 일찌감치 테이크아웃 하러 온 것이었다. 브루어리의 마스터인 마르코와 메간은 10년을 꼬박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먹던 애주가였다. 2014년에 굳은 결심을 하고 자그마한 브루어리를 열자 금세 현지인의 입소문을 탔단다. 초여름이면 청정한 숲에서 딴 전나무 열매로 홉의 향을 더하고, 상큼한 맛을 더하기 위해 핑크 구아바 퓨레를 넣기도 하며 실험적이고 개성 뚜렷한 맥주를 선보인다. 기대를 가득 안고 전나무 열매가 들어갔다는 스트루스 팁 맥주를 주문했지만 이미 다 떨어졌더라. 어찌나 아쉽던지..눈물을 삼키고 직원의 추천을 받아 4종류의 맥주를 테이스팅 해보았다.

앞에서부터 차례로 Sinister (레드IPA), Reckless (더블IPA), Truckstop & Headspace (뉴잉글랜드 IPA),

사진에 담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시니스터를 한 모금 들이켰다. (맥주 앞에서 놔버린 직업정신이여..) 묵직해 보이는 색감과는 달리 열대과일 같은 달콤한 향이 입천장을 쿡 찌르더니 쌉쌀한 홉의 맛이 코끝까지 찡하게 퍼진다. 도수는 7도로 낮에 마시기에는 다소 높은 편에 속하지만 목 넘김이 좋아 금방 한 잔을 들이켰다. 마시고 난 후에는 입안에 솔향, 그러니까 전나무 숲에서 맡았던 청량한 향이 남는다. 나머지 IPA도 연이어 마셔 보았지만, 어떤 맥주도 시니스터의 강렬한 첫인상을 지우지는 못했다. 유콘의 선선한 여름 날씨를 닮은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필히 맛보아야 할 술이다.

Winterlong Brewing Co.

83 Mt Sima Rd, Whitehorse, YT Y1A 0A8 캐나다


‘마운트 로건 롯지(Mount Logan Lodge)’에서 묵은 첫날

호스트 록세인과 남편 데이빗은 직접 재배한 채소와 로컬 식재료로 훌륭한 코스요리를 선보였다.

데이빗은 유콘 맥주를 테이블에 쭉 늘어놓으며

최애 맥주 ‘파리스, 유콘’을 소개했다.

‘파리스, 유콘’을 양조하는 ‘딥 다크 브루잉 컴퍼니(Deep Dark Brewing Company)’는 파격적인 양조법을 선보이는 신생 브루어리다. 자그마한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는 화이트호스에서도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라고 한다. 데이빗은 그 이유로 특별함과 희소성 때문일 것이라 말했다. 일반적으로 스테인리스 배럴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는 맥주 양조법과는 달리, 이곳에서 양조하는 맥주는 위스키나 와인이 담겨 있었던 오크통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오크통에 배여있던 향 덕분에 맥주는 더욱 깊은 풍미를 가지게 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이스트와 홉이 아주 특별하다. ‘파리스, 유콘’ 라벨에 적힌 홉은 ‘아마릴로’와 ‘테트낭.’ 두 홉 모두 ‘홉의 귀족’으로 불리는 귀한 품종이다. 희소성이 있다고 한 이유는, 한 가지 레시피로 딱 한 배럴만큼만 만들기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이 맥주도 시내에서는 모두 품절되어 마지막으로 남은 맥주라 말했다. 산뜻한 오렌지, 그리고 고수 씨 향이 경쾌한 느낌을 주는 사랑스러운 맛. 그 뒤에는 파리의 쓸쓸한 뒷골목처럼 쌉쌀한 홉의 맛이 따라온다.


아직도 이 위스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롯지에서의 마지막 밤, 한껏 분위기가 무르익고 일행 중 몇은 일찍 잠이 들었다. 밤이 아쉬운 애주가들만 남아 화이트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며 거실을 지켰다. 그때 데이빗이 찬장에서 내어온 술이 ‘투 브루어스(Two Brewers)’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예쁜 위스키 병을 들고 나타난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이 술은 귀한 술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유콘에서 만든 싱글 몰트 위스키라니! 스트레이트로 마셔줘야 예의”라는 에디터의 말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 잔 가득 따라 주었다. 잔을 살짝 흔들자 진한 호박색의 위스키가 술잔의 벽면을 묵직한 느낌으로 휘감았다. 마시기 전, 부드러운 바닐라 향과 강하지 않은 피트 향이 조화롭다. 홀짝 한 모금 들이켰는데 예상과는 다른 바디감이었다. 묵직하다기보다는 신선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 스모키 한 향보다는 부드러운 꼬냑의 맛에 더욱 가까워 가볍게 마실 수 있었다. 결국 술이 줄어드는 게 아쉬워 얼음을 두어 개 담아 온더락으로 아끼고 아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 마셨다. 에디터가 마신 싱글몰트 위스키는 이노베이티브 릴리즈 넘버8. 캐내디언 위스키 어워즈를 여러 차례 수상한 이력이 있다. 바깥공기가 쌀쌀해지니 새하얀 유콘의 여름밤이 문득 그리워진다. 유콘에서 돌아오는 길, 투 브루어스 위스키 한 병을 사 오시길. 긴긴 겨울밤, 추억 한 잔을 기울이는데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캐나다 유콘에서,

글, 사진 배혜린 여행+ 에디터

취재협조 = 캐나다관광청, 유콘관광청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