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이탈리아에서 나흘만에 3kg 찐 사연

당신의 최애 해외 여행지는 어디입니까?
                               – 이탈리아 맛의 수도 에밀리아 로마냐 식도락 여행



여러분들의 최애 해외 여행지는 어디입니까?

 
먼저 질문부터 던지고 오늘의 포스팅을 시작해봅니다. 저는 최근 최애 여행지가 바뀌었어요. 프랑스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곳은 바로 이탈리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는 그 이탈리아말입니다.
 
이탈리아로 떠나야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아요. 쇼핑·건축·인테리어·문학·음악·성지순례·드라이브·휴양 그리고 미식까지 어떤 테마를 끌어와도 이탈리아는 말이 되는 여행지이죠. 그래서 저는 여태껏 이탈리아를 아껴왔습니다. 돈 없는 대학생 시절 여러 서유럽 국가 틈에 끼어 이탈리아를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이 나라를 사나흘 만에 구경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됐기 때문이에요.
 

스티커 이미지


그렇게 벼르고 별렀던 이탈리아. 드디어 지난 3월에 다녀왔습니다. (에밀리아 로마냐 주 관광청의 초청으로 좋은 기회를 얻었어요.)
 
첨엔 조금 실망했습니다. 수도 로마, 경제 중심지 밀라노, 문화예술의 성지 피렌체 등 흔히 말하는 이탈리아 빅3 도시가 아니었정말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 낯선 이름 에밀리아 로마냐. 그래도 솔깃한 정보 한 줄! 미식가들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맛의 고장으로 꼽힌다는 설명에 마음이 동해버린 거죠.
 
그렇게 나흘동안 발사믹 식초와 파마산 치즈 그리고 볼로네즈 소스 등 이역만리 대한민국에도 널리 알려진 음식들의 본산지를 둘러본 이야기를 이제부터 전해드릴게요.
 

◆ 볼로냐
“볼로네즈 스파게티 그거 우리 거야!”

 



이탈리아 중동부에 위치한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을 여행할 때 주도 볼로냐를 베이스캠프로 삼는 것이 편해요. 볼로냐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대학도시입니다. 1088년 설립된 볼로냐 대학이 아직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볼로냐 대학은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학이에요. 대학도시라서 그런지 젊은이들이 참 많아요. 볼로냐는 항상 생기가 넘친답니다.
 


볼로냐의 중심은 산 페트로니오 성당과 시청사 등이 몰려 있는 마조레 광장. 차량 통행이 금지된 너른 광장의 분위기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어요. 버스킹을 하는 청년, 계단에 앉아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하는 여인, 바닥에 널브러져 볕을 쬐는 젊은이들이 뒤엉킨 이곳의 분위기는 평온하다 못해 나른하답니다.
 


중세도시를 한 눈에 굽어보기 위해 아시넬리탑으로 향했어요. 500개가 넘는 나선형의 나무 계단을 오른 자에게만 환상적인 뷰를 허락한다는! 구두, 치마, 음주 셋 중 하나라도 해당사항이 있다면 탑 구경은 포기하시기를. 발과 계단에만 온 정신을 집중해야 사고 없이 탑을 오르내릴 수 있어요.
 


운동도 했겠다, 이제 배를 채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마조레 광장과 연결되는 시장골목으로 가면 로컬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 쭉 이어집니다. 본래 이 길은 물이 통과하는 운하였대요. 오스테리아 델 솔은 특이한 집이에요. 안주는 일절 팔지 않아요. 음식은 손님이 알아서 준비해야하죠. 술집에서 한 발짝만 떨어지면 시장통이기에 걱정 없습니다. 안주가 떨어지는 족족 술도 깰 겸 시장을 거닐면 돼요. 단 파장 시간이 있으니 이곳에선 낮술을 추천합니다. 진정한 애주가들에겐 별다른 안주가 필요없겠지만 말이에요. 단체 관광객은 물론 자유여행객도 없는 진정한 로컬들의 공간이에요. 술 먹지 않는 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 문구와 와인 잔을 들고 있는 모나리자 그림 장식 등 오스테리아 델 솔은 말 안 해도 이 동네 술꾼들의 사랑방임이 틀림없어요.


오스테리아 델 솔에서 샴페인으로 입맛을 돋우고는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발루스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저민 고기와 토마토를 오랜 시간 함께 끓여 만든 볼로네즈 소스가 들어간 라자냐와 푹 익어 부드럽게 씹히는 목살 스테이크로 저녁을 뚝딱 해치웠네요.
 



◆ 피코 이탈리 월드
식품업계의 이케아, 세계 최대 음식 테마파크

 


볼로냐가 미식의 도시라는 명제는 피코 이탈리 월드에서 더 확고해졌습니다. 여기 정말 강추! 미식가들의 디즈니랜드, 식품업계의 이케아 등의 수식어가 붙는 피코 이탈리 월드는 한마디로 음식 테마파크입니다. 뉴욕타임즈가 볼로냐를 2018년 방문해야할 52곳에 포함시킨 도 바로 피코 이탈리 월드 때문이였죠.
 


볼로냐 시내에서 차로 20분 쯤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피코 이탈리 월드의 전체 규모는 10에 달해요. 세계에서 가장 큰 농업 테마파크에는 200여 마리 동물과 2000여 종의 작물이 자라는 농장도 있고요. 야외 농장을 제외한 8는 모두 실내 상점가로 이탈리아에서 맛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식재료가 판매된다고 보면 맞아요.
 


20유로를 내고 토르텔로니 파스타 만들기 체험을 했습니다. 셰프의 지도 아래 반죽을 하고 미리 만든 리콜라 치즈 소를 반죽에 넣고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모양으로 빚어내죠. 알맞게 끓여 양념을 치는 것은 셰프의 몫. 한 시간 넘게 조몰락거려 만든 토르텔로니가 입속으로 쏙~ 맛은 노코멘트입니다.
 

◆ 모데나
100년 된 발사믹을 맛보다

볼로냐에서 북서쪽으로 40떨어진 곳에 위치한 모데나는 발사믹의 고장입니다. 발사믹? 올리브오일과 같이 빵 찍어 먹는 그 거무튀튀한 소스, 맞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발사믹 사랑은 대단합니다. 거의 매 끼니 발사믹을 곁들이죠. 샐러드에는 물론이고 과일·아이스크림·리조또·초콜릿·팬케이크 등 온갖 것에 뿌려 먹어요.
 


모데나 관광청의 프란체스카에 따르면 모데나에서는 집집마다 발사믹 식초를 담근대요. 집안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발사믹을 담가 그 아이가 결혼할 때 선물로 주는 풍습도 있다고 했어요. 모데나에선 4대에 걸쳐 발사믹을 생산하는 레오나르디 가문의 농장을 방문했어요. 청포도 품종 트레비아노 즙을 끓인 다음 나무통 안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죠. 밤나무·체리나무·아카시아나무·떡갈나무 등 다양한 나무통에 옮겨 숙성하면서 특유의 맛과 향이 더해져 발사믹을 완성한답니다. 이를테면 오크통에서 숙성하면 바닐라 향이 나는 식이죠. 포도 100를 들여야 발사믹 1이 생산되고, 평균 6~20, 길게는 100년이 넘게 숙성한 것까지 다양하답니다.
 


투어 말미에 100년 숙성된 발사믹을 맛볼 기회가 주어졌어요. 예부터 이탈리아 사람들은 숙취 해소를 위해 발사믹 원액을 먹었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티스푼 가득 받아 약이다 생각하고 한 입 꿀꺽. 띠용~웬걸, 걸쭉한 발사믹은 적당히 시큼하고 의외로 달콤했어요.

(그리고 모데나는 수퍼카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페라리가 바로 이 고장에서 생산되고 있어요. 페라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페라리 박물관도 있답니다.)
 

◆ 파르마
“파마산 치즈 그거 우리 거야”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발사믹과 파마산 치즈의 재발견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파마산(Parmesan) 치즈. 우리가 흔히 피자 먹을 때 곁들이는 하얀 치즈가루의 발원이 바로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파르마라는 도시예요. 파르마에서 만든 치즈, 즉 파르미잔(Parmesan)이라고 부르던 것이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파마산이라고 발음이 바뀐거죠.
 
파르미잔 치즈가 널리 퍼지면서 너도나도 파마산 치즈를 생산해 판매하자 이탈리아 당국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생산자 컨소시움을 만들고 철저한 감독 아래 전통방식으로 생산한 고품질의 치즈만을 선별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 Reggiano)’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거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로 인정받으려면 지켜야할 규칙이 있어요. 파르마를 포함한 특정 지역에서 생산한 우유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발효는 무조건 12달 이상, 우유는 하루 아침저녁 딱 두 번 짜야 합니다. 그렇게 채취한 우유는 무조건 2시간 안에 생산 공장에 도착해야 하고 효모를 넣는 온도도 철저하게 정해져 있어요. 300개 농가로 구성된 컨소시움이 1년 생산하는 파마산 치즈는 약 300만개. 개별 공장에선 매일매일 어떤 치즈를 잘라 유통했는지 보고해야 합니다다. 소비자들은 치즈의 원산지는 물론 제작한 농가까지 알 수 있는 거죠.
 


농장 투어를 끝내고 시식시간이 왔어요. 12개월, 18개월, 24개월, 36개월 이상 된 것 모두 네 종류의 치즈가 앞에 놓였습니다. 미식가라도 된 양 천천히 치즈맛을 음미했습니다. 24~36개월 숙성된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합니다. 18개월짜리는 화이트와인이랑 전식으로 먹고 36개월은 바디감이 있는 와인과 먹는 게 좋아요. 치즈 장인은 딸기·파마산·꿀 그리고 발사믹의 조합이 최고라고 말했어요. 치즈 역시 먹기 전에 한 두 시간 공기에 노출하면 풍미 가장 좋답니다. 가장 맛있는 타이밍을 찾아 즐길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진정한 미식가예요.
 
P.S.
아무래도 이탈리아 여행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 같아요. 입맛만 높아졌어요. 농담이고 정말이지 현지에서 생산 공정을 보고 난 다음 맛보는 음식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여행 내내 열정적으로 먹었네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라는 말을 매끼니마다 달고 살았습니다. 하하하 그 결과 여행 후 3kg 정도 몸무게가 늘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나날들이었네요. 이탈리아 사람들 참 대식가이면서도 미식가입니다. 이번 여행은 식문화에 녹아든 이탈리아 사람들의 장인정신을 체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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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여행+ 에디터
취재협조=에밀리아 로마냐 주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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