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기념품이 질릴 때, 제주시 감성 소품샵 추천5

배우 정유미는 과거 한 잡지 인터뷰에서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 향수를 꼭 하나씩 산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간이 지난 후 그곳에서 뿌린 향수 냄새를 맡으면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저절로 떠오른다는 이유에서다.

그에게 있어 향수가 여행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면, 나의 첫 제주 여행의 기억은 바다를 닮은 캔들 하나에 담겨 있다.

◆ 펠롱, 바당? 내 손 안에 쥐어본 제주 바다

‘펠롱, 바당’은 무슨 뜻일까. 손바닥보다 작은 캔들에 적혀 있는 문구를 보며 바당은 바다의 제주 방언이겠거니 유추할 수 있었지만 펠롱은 검색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작은 가게 안에 멈춰 서서 재빠르게 검색을 해보니 펠롱은 반짝의 방언으로, ‘반짝이는 바다’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구매한 캔들 두 개는 마치 그날의 제주 바다처럼, 2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내 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반짝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올여름 여행 트렌드는 #언텍트, #차박캠핑, #홈캉스 등의 키워드로 집약되는 듯하다. 같은 맥락에서 제주도는 최근 해외 대신 주목받는 국내 여행지 중 하나다.

어렵게 떠난 제주 여행을 더 오래, 더 생생하게 간직하는 방법으로 ‘이색 기념품’ 수집을 제안해본다. 제주를 닮은 각 소품샵의 분위기를 원하는 소품에 한아름 담아 챙겨온다면 그날의 제주를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꼭 들려야 할 제주시 감성 소품샵 Top 5’를 선정했다. 직접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시의 서쪽 동네부터 점점 동쪽으로 이동하는 코스 속에서 특색 있는 소품들과 각 소품샵 만의 특징을 소개한다. 당장 제주 방문 계획이 없더라도 괜찮다. 온라인 구매를 통해 내 방에서도 충분히 제주를 만나볼 수 있다.


1.

“따뜻한 낭만의 시각화”

빈티지 소품샵 ‘서쪽가게’

제주시 소품샵 투어는 서쪽에서부터 출발한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제주 협재에 위치한 빈티지 소품샵 서쪽가게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있는 서쪽가게의 인테리어는 제주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채광과 어우러져 반짝반짝 빛을 내는 가게 내부의 빈티지 소품들도 눈길을 끈다.

서쪽가게를 찾는 이들을 반기는 빈티지 소품은 과거의 넉넉함과 향수를 지니고 있다. 수채 정물화를 떠올리게 하는 원석과 액세서리들, 여름을 담은 컬러와 형태의 글라스, 캔들 홀더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아이템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서쪽가게가 사랑받는 이유로 충분하다.

빈티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 물건에 담겨 있는 시간과 문화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쪽가게의 빈티지 또한 분명 이곳에 머물렀던 시간을 오래도록 보여줄 것이다. 한눈에 반해 골랐던 소품 하나가 나를 그 공간으로 언제든 다시 데려다주는 경험은 여행의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 서쪽가게는 여름 성수기, 오후 5시부터 12시까지 칵테일과 와인을 판매한다. 선선한 여름밤에 즐기는 칵테일과 와인 한 잔의 여유는 9월 말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저녁 시간대에 맞춰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2.

“아기자기한 정성가득”

핸드메이드 아트샵 ‘소소재간’

해안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며 한림의 바다를 만끽하다 보면 핸드메이드 제품들로 가득 찬 아트샵 소소재간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화려한 소품샵 외부 인테리어에 한번 놀라고, 외부와는 달리 작지만 아늑한 내부 인테리어에 두 번 놀랐다.

정성이 담긴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즐비한 곳이니만큼 가게 내부 곳곳에서도 배어 있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주로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색감의 소품들이 많았다. 누가 봐도 ‘나 제주도 기념품이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돌하르방 양초부터 시작해, 제주를 상징하는 귤과 동백꽃 패턴의 실팔찌, 소주잔, 엽서, 브로치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림 바다를 품은 에코백과 향초, 열쇠고리 등도 눈에 들어왔다.

핸드메이드 트렌드는 인간 중심의 문화예술로 자리 잡으며 우리 삶의 한 영역이 되었다. 핸드메이드 제품들은 꼭 전문가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주부들의 취미 활동 속에, 직장인들의 휴식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작은 정성과 재주가 모여 또 다른 작은 제주를 만들어 낸 소소재간에서는 몇 개의 실 팔찌를 구매했다. 반짝이는 한림 바다를 배경 삼아 손목에 가볍게 감기는 팔찌들을 사진으로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핸드메이드 제품만이 지닌 따스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

“돌담길 끝 감성”

바다를 품은 ‘베리제주’

점심을 먹고 조금 더 동쪽으로 이동해보자. 한낮의 애월 바다에 감탄하며 산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해안도로에 구석이 있기 만무하겠지만 파도의 수평선으로 내리 걷다 보면 외딴 그늘이 하나는 있을 것 같았다.

뒤꿈치가 쑤실 무렵 골목 어귀의 돌담 앞에서 멈췄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 돌에게도 역사가 있다면, 이 돌에는 모두의 추억이 담겨 있는 셈이지 않을까.

이런저런 하잘것없는 생각을 하며 푸른 하늘 아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고양이와 바다 게가 반겨주는 베리제주에 도착한다. 이 섬에 온 이유가 이 돌담길을 만나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자문하며 가게로 들어서자 바다 마을의 수수한 정취에 대한 감상이 고스란히 이어졌다.

창작자와 함께 상생과 연대를 지향하며 지역사회 환원 마켓을 꿈꾸는 베리제주는 입구에서부터 그 지역의 특색이 묻어난다. 조개껍데기를 엮어 만든 모빌과 무드등은 바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게 한구석에는 우리 모두 덕후이기 마련이라는 메시지에 걸맞게 마스킹테이프 덕후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있다. 무언가 기념할 만한 소품을 구매했다면, 예쁜 돌담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긴 뒤 가게 주변을 돌아보며 걷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4.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모퉁이 옷장’

이효리와 아이유도 반한 ‘모퉁이옷장’은 <효리네민박>에 소개되어 화제였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동네를 걷다 보면 헤매지 않고 모퉁이옷장을 발견할 수 있다.

독특한 색감의 외관은 저절로 시선을 끈다. 수입 구제 의류를 취급하는 모퉁이옷장에서는 트렌디하면서도 정감있게 꾸며진 빈티지 숍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게 내부의 특이함도 주목할 만하다. 갖가지 옷과 소품으로 알차게 꽉 채워져 있는 2층 구조의 가게는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지팡이 가게를 떠올리게 한다. 차분하면서 아늑한 분위기에 쉽게 발을 뗄 수 없었다.

다양한 수공예품부터 시작해 보더 패턴의 원피스, 체크무늬 가방이 발목을 붙잡는다. 깜찍한 신발도, 트윈룩으로 맞춰 입기 좋은 옷들도 보였다.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 혹은 형제, 자매와 모퉁이옷장에서 구매한 옷으로 비슷하게 맞춰 입는다면 좀 더 색다른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섭다고 천천히 달리면 자전거가 더 많이 휘청이는 이치와 같이, 지레 겁먹어 시도하지 않고 가보지 않으면 여행에서 남는 건 아쉬움뿐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모퉁이옷장’에서, 내 예상 밖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 이곳에 꼭 한번 들러보기를.


5.

“없는 게 없는”

최대 규모 ‘모이소’

“제주도에 특별한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해, ‘뭐 있어’의 제주 방언 ‘머이서’가 ‘모이소’가 되어 만들어졌다는 이곳. 정말 그랬다. 제주도를 기념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누군가 묻는다면 모이소에 가보라고 할 만큼 없는 게 없었다.

제주공항과 가깝기도 해서 미처 못 산 기념품이 있거나, 여행의 끝에 잠시 여유가 생긴다면 꼭 들려볼 만하다.

모이소는 제주 감성이 가득한 예술 작가들의 톡톡 튀는 문화 상품과 이야기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제주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3천 가지 이상의 다양한 제품은 가격 부담이 적고, 적당히 골라도 디자인과 품질이 좋았다.

제주 한라봉이 들어있는 슬라임과 아기자기한 엽서들, 그리고 2층 한 벽면에 걸려있던 중간 크기의 드림캐처를 구매했다. 드림캐처는 악몽을 걸러주고 좋은 꿈만 꾸게 해준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고리 모양의 수제 장식품이다.

고리 안의 그물이 정말 악몽을 걸러줄까, 반신반의했었지만 침대 맡에 걸려있는 드림캐처를 볼 때마다 행복했던 여행의 기억에 잠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모이소는 제주 정신과 혼이 있는 예술 작가들을 위한 공방 공간 대여, 프로젝트 서포트 등 여러 협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제주의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전달하는 관련 모임에게 공방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혹은 그냥 들어와 놀고 가도 좋다는 모이소의 신념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충분히 전달되며 일회성이 아닌 제주의 추억과 감성으로 오래 간직될 것만 같다.


◆ 그 도시와 계절을 추억하는 법에 대하여

주변에 한 명쯤은 특출난 감각을 지닌 사람이 있다. 맛으로 계절을 지각하는 능력, 또는 청각으로 계절을 알아채는 능력을 지닌 사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혹은 매일 달라지는 날씨에 따라 그날 즐길 수 있는 여행지의 모습은 다르게 주어진다.

소품샵 다섯 곳을 돌아보며 작은 소품들에 각기 다른 기억을 담았으니 나 또한 특출난 능력이 없더라도 언제든 그 계절을 지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앞서 소개한 소품샵에 직접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소품샵 다섯 곳 모두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통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올여름 내 방에 제주 바다를, 일상에 여행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다면 제주시 감성 소품샵 투어를 떠나보자.

심수아 여행+ 인턴기자

(사진 출처 : 서쪽가게, 소소재간, 베리제주, 모퉁이옷장, 모이소,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