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약 800억장의 의류가 버려진다고 한다. 1988년에 비해 400% 높은 수치이다. 떠오르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패션 산업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 나 말고 사진 속 ‘나’에 옷을 입히는 ‘디지털 패션’이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시리즈물을 제작하던 보그 재팬(Vogue Japan)이 10월 주목한 키워드는 디지털 패션이다. 보그에 따르면 2015년 16세 이상의 여성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옷 한 벌 당 입는 횟수는 평균 7회였다. 일곱 번 입은 옷은 대부분 버려진다는 뜻이다. 보그는 이러한 소비 습관의 변화 이유로 SNS 이용 문화를 꼽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일시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은 대량의 쓰레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패션 산업이 지닌 비윤리성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온 것이 ‘디지털 패션’이다. SNS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정성껏 담으려 노력한다. 이때 옷을 현물로 살 필요 없이 사진 속의 나에게만 입힐 수 있다면 환경과 예쁜 사진 모두를 살릴 수 있다.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한 옷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사진에 합성하는 방식이다.
2018년 북유럽의 의류브랜드 칼링스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전용 컬렉션을 공개했다. 소비자가 입고 싶은 가상의 옷을 고르고 합성하고픈 사진을 전송하면 몇 분 후 구매한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을 받을 수 있다. 구매와 착용이 모두 온라인에서 해결되기에 쓰레기가 생길 이유가 없다. 이러한 획기적인 칼링스의 시도는 공개되자마자 매진되었고 디지털 패션의 잠재력을 증명했다고 평가받는다.
디지털 패션이 매력적인 이유에는 무한한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크로아티아에 본사를 둔 브랜드 갈라(GALA) 디자이너 마리아는 보그와 인터뷰에서 “물리적인 의류 디자인에 한계를 느꼈다”며 “가상 세계에는 제한이 없어 상상가능한 모든 디자인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SNS 시대 디지털 패션 산업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로 지속가능한 패션 문화를 만드는 데에 앞장설 예정이다.
[정연재 여행+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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