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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기록할 수 없는 마을’ 그리스 아그라파를 아시나요?

최지연 에디터 조회수  

출처 – Flickr

그리스 중부 산악지대에는 ‘아그라파’라는 지역이 있다. 해석하면 ‘차마 기록할 수 없는 마을’이라는 독특한 이름이다.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 영국 BBC 뉴스는 19일(현지시간) 그리스 아그라파(Agrafa)를 소개했다.

출처 – Karen-Kay Harrison Twitter

‘아그라파’ 지역명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아그라파(Άγραφα)는 그리스어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로마 제국 시절 한 지도 제작자가 이 지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험악한 산악 지형 때문에 마을에 들어오는데 매우 고생했다. 따라서 ‘다시 방문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도에 ‘아그라파 – 차마 기록할 수 없는 땅’이라고 적었다.

외세 침략자들도 통치를 포기할 정도로 아그라파 마을은 깊은 산맥 속에 위치한다. 동로마 제국이 망하고 그리스 영토가 오스만 제국(현재 터키) 수중에 들어갔을 때도, 오스만 제국 황제는 아그라파 지역 통치를 포기했다. 도저히 행정 관료를 파견할 수 없을 정도로 지형이 험하기 때문이다.

출처 – Flickr

덕분에 아그라파 지역은 그리스 독립운동의 허파가 되었다. 오스만 제국 식민지 시절 그리고 나치 독일의 점령기 때 그리스인들은 이곳에서 조국의 독립을 준비했다.

1800년대 그리스 영웅 게오르기오스 카라이스카키스(Georgios Karaiskakis)는 아그라파에 독립전쟁 근거지를 만들고 오스만 제국에 대항했다. 그리스 독립 전쟁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전투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1823년 오스만 제국 군이 메솔롱기(Missolonghi)에서 후퇴하며 아그라파 지역을 지날 때였다. 카라이스카키스는 이곳에서 800명의 전우들과 함께 오스만 제국 군 3000명을 휩쓸었다.

게오르기오스 카라이스카키스 / 출처 – 그리스 아르타(Άρτα) 시 공식 홈페이지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그리스를 점령했을 때도 아그라파는 저항의 근거지였다. 100년 전 오스만 제국 통치 때처럼 그리스 레지스탕스(나치 독일에 대한 저항군) 지도자들은 다시 아그라파로 모였다. 그곳에서 그리스 최초로 나치를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레지스탕스는 1943년 8월 아그라파에서 나치로부터 ‘그리스 독립’을 선언했다.

그리스 레지스탕스 / 출처 – Flickr

독립운동의 근거지라는 영광도 잠시, 아그라파는 곧바로 비극의 땅으로 몰락했다.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동족상잔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나치를 몰아낸 직후 그리스는 내전에 휘말렸다. 그리스 정부군과 유고슬라비아의 지원을 받은 그리스 공산군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눴다.

아그라파 지역도 이념 전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광기에 휘말려 다른 이념을 가진 가족과 이웃들을 본인 손으로 죽였다. 험악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동시에 빠져나가기도 힘들다. 도망치지 못하는 고립된 땅에서 서로가 서로를 학살했다.

그리스 인민해방군(ELAS) / 출처 – 미국 2차대전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그리스 내전은 정부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가족과 이웃들을 내 손으로 죽였다는 트라우마는 전쟁이 끝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아그라파 주민들은 이 비극의 땅을 떠났다. 새 삶을 찾아 아테나 같은 평야 대도시로 떠나거나 미국과 영국으로 이민 갔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고향을 방문하지 않는다.

현재 아그라파는 다른 의미로 ‘차마 기록할 수 없는 땅’이 되었다. 1950년대까지 인구조사가 단 한 번도 시행된 적 없다. 극소수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 떠나 마을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곳 인구는 총 11,000명에 불과하다.

독립운동의 영광과 동족상잔의 비극이 공존하는 아그라파를 그리스 사람들은 “축복과 저주가 동시에 내려진 땅”이라고 부른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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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tplus@view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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