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만에 부활한 벨기에 수도원 맥주가 말했다 “지금 크래프트 맥주가 대세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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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맥주가 유명한 이유가 있다 / 픽사베이

    럽은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부터 물이 문제였다. 석회수가 많아 식수로 부적합하다. 중세 시대엔 지금보다 더 심각했다. 영화에서 보듯 강물을 함부로 먹었다가는 복통으로 큰 고생을 하기 십상이었다. 역설적으로 유럽은 이런 오염된 물 때문에 맥주가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물 대신 맥주를 마셨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 많은 수도원들이 양조장을 운영했다 / unsplash

    중세 유럽 수도원은 자급자족이 원칙이었다. 의복은 물론 빵과 치즈를 스스로 조달했다. 음료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수도원에서 맥주 혹은 와인을 만들었다. 손님을 접대하거나 수도사들 영양을 보충하는 데 맥주는 매우 중요한 음료였다. 유럽에서 유명한 양조장이 대부분 수도원에서 비롯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unsplash

    <잠깐 상식>

    수도원 맥주는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와 애비(Abbey) 맥주다. 중세 이래 수많은 수도원 맥주가 생산됐지만 혁명, 전쟁 등으로 수도원 양조장이 파괴되면서 현재는 몇 곳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현재도 엄격한 관리 감독 하에 수도원 제조 방식을 고수하며, 세계적으로 12곳에만 로고 사용이 허가돼 있다. 애비 맥주는 조금 더 광범위한 의미에서 수도원 맥주를 인정한다. 수도원에서 만들지 않더라도 브랜드 및 권리 양도, 제조법 전수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맥주를 총괄한다.

    트라피스트 맥주와 애비 맥주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플랜더스 관광청을 참고.

    벨기에 로컬 맥주회사가 판매한 그림베르겐 / wikipedia

    기에 그림베르겐(Grimbergen) 수도원도 자체 양조장을 갖고 있는 수도원 중 한 곳이었다. 노르베르틴 수도회가 1128년 브뤼셀 북쪽 그림베르겐에 세운 이 수도원에서 제조된 맥주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그림베르겐 수도원 맥주는 수 세기에 걸쳐 제조법이 전수됐다. 그러다 18세기 말 프랑스 군 침략으로 수도원이 폐쇄됐고 이후 양조법 전수도 중단됐다.

    wikipedia

    19세기 초 수도원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맥주 제조법은 사라지고 말았다. 수도원은 고령화와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유 브랜드를 판매하기로 했다. 그림베르겐 브랜드와 불사조 문장을 로컬 맥주회사에 넘긴 것이다. 이어 지난 2007년 덴마크 칼스버그가 벨기에 로컬 맥주를 인수하면서 그림베르겐 맥주 브랜드도 칼스버그로 같이 넘어갔다.

    카렐 스타우테마스 신부(왼쪽)와 마크 앙투왕 양조 책임자 / 칼스버그

    이때 대반전이 일어난다. 그림베르겐 수도원의 카렐 스타우테마스(Karel Stautemas) 신부가 칼스버그 측에 수도원 맥주 브랜드를 다시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는데, 세스 하트 칼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역사 속 수많은 맥주 브랜드들 가운데 하나로 남을 뻔한 그림베르겐이 200여 년 만에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칼스버그가 투자해 새로 만들어진 그림베르겐 양조장 / 칼스버그

    칼스버그의 반색에는 이유가 있었다. 잇단 M&A로 탄생한 하이네켄 홀딩스,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ABI) 등 거대 맥주회사들은 당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었다. 세계 맥주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라거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 호감도가 하락하면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맥주 회사들은 작지만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 크래프트 맥주를 주목했다. 칼스버그도 그림베르겐 수도원 맥주를 새로운 기회로 본 것이다.

    새 양조장에서 생산된 그림베르겐 맥주 3종 / 칼스버그

    칼스버그는 그림베르겐 양조장 건설에 수백만 유로를 투자했고, 최근 이를 공개했다. 사라진 것으로 알았던 양조 비법은 수도원에서 발견된 고서를 통해 빛을 볼 수 있었다. 칼스버그는 여기에 첨단 현대 기술을 접목해 특별한 프리미엄 맥주를 한정판으로 제조하는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카렐 스타우테마스 신부(왼쪽)와 마크 앙투왕 양조 책임자 / 칼스버그

    그림베르겐 양조 책임자(Mater Brewer)는 28세 약관의 프랑스인 마크 앙투왕 소숑(Marc-Antoine Sochon)이라는 인물. 어렸을 때 차고에서 양조를 시작했을 정도로 이 분야 천재라고 한다. 그는 “새로운 시설에서 생산된 수도원 맥주는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에게 놀라운 맛과 풍미를 제공할 것”이라며 “벨기에 맥주의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림베르겐 맥주가 이뤄낼 수 있을까?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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