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뉴욕 최고급 레스토랑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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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레븐 매디슨 파크 레스토랑 입구. 독특한 문양이 인상적이다 / EMP 인스타그램

    욕 매디슨 스퀘어 파크를 바라보면서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 줄여서 ‘EMP’라고도 한다. 맨해튼 24번가와 매디슨 애비뉴 모퉁이에 있는 아트 데코 빌딩에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2012년부터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맛집. 2016년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 순위에서 3위를, 2017년에는 1위를 차지했다. 요리와 서비스 모두 자타 공인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 / unsplash

    하지만 이 레스토랑도 코로나19 화마를 피해 가지는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지난해 3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그러다 오는 6월 10일 다시 문을 연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이번 영업 재개와 더불어 ‘비건 레스토랑’으로 변신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맨해튼에서 가장 유명한 새끼 돼지 통구이 요리, 라벤더 소스 오리 요리를 제공했던 정통 아메리칸 레스토랑의 대반전이다. 맨해튼에서 고기 요리를 제공하지 않은 고급 레스토랑은 단 한곳도 없다.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전 세계 132개 레스토랑에도 비건 레스토랑은 없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 내부 / EMP 홈페이지

    도대체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왜 이런 무모한 결정을 했을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 내 비건 트렌드를 들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환경이든 사회적 이슈든 몇 가지 이유로 육류, 생선 요리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사실 가축을 키우는 데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축산업으로 인해 숲이 사라지고 가축 분뇨 등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은 심각한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는 뉴욕의 한 레스토랑일 뿐이지만, 그 나름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로스트 치킨 디너 / EMP 인스타그램

    지난 2011년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인수한 셰프 다니엘 흄(Daniel Humm)은 “현재 푸드 시스템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비건 레스토랑으로의 변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뉴욕에서 기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해 봄 비영리기관 ‘리씽크 푸드’와 손잡고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일레븐 매디슨 트럭’이라는 푸드트럭을 공급했다. 앞으로 일레븐 매디슨 파크에서 식사를 하면 한 끼당 다섯 끼의 식사가 일레븐 매디슨 트럭에서 제공된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 오너 다니엘 흄(왼쪽)과 일레븐 매디슨 트럭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이 같은 변신은 무척 드라마틱한 일이다. 하지만 앞날이 순탄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흄 셰프는 “솔직히 한밤중에 일어나 우리 대표 요리를 한 번에 없애버리는 것이 너무 위험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많다”고 심경을 밝혔다. 비건 메뉴로 변경하면 식재료 비용은 좀 줄겠지만 과연 채소 요리만으로 과거 일레븐 매디슨 파크에 걸맞은 명성을 이뤄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마도 그 과정은 지난할 것이고 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다만 1등의 자리에서도 이처럼 혁신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시나브로 과거 이상의 명성을 찾는 날을 반드시 맞을 거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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