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터키!] ② ‘민간인 출입금지’ 터키 오지서 쏟아진 신석기 흔적, 국내 최초로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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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 터키!

    ‘코로나 일상(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여행플러스는 9월 21~27일 터키 남동부 지역을 돌아봤다. 언론에 처음 공개되는 웅장한 신석기 유적지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샨르우르파, 마르딘, 가지안테프 등 터키 명소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카라한테페에서 발견된 T자형 거석. 사진 제공= 터키관광진흥개발청(TGA)

    지난 1997년, 터키 샨르우르파 도심에서 46km가량 떨어진 한 오지에서 신석기 역사를 새로 쓸 흔적이 발견됐다. ‘카라한테페(Karahantepe)’로 이름 붙여진 이곳을 지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고,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2023년 민간인에게 공개 예정이라는 발굴 현장과 유물들. 지난 9월 말, 여행플러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초청을 받아 베일에 감춰진 역사 속 현장으로 찾아갔다.

    타쉬 테펠러. 자료 제공= 터키관광진흥개발청(TGA)

    터키문화관광부와 터키관광진흥개발청(TGA)이 신석기 시대 역사를 새로 쓸 의미 있는 유적을 발굴, 공개하는 ‘타쉬 테펠러(Taş TEPELER) 프로젝트’. 타쉬 테펠러는 터키어로 ‘돌 언덕’을 의미한다. 이 구간은 아나톨리아 지역과 상부 메소포타미아 지역까지 약 200km 가량 펼쳐져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될 유적들은 1만 2000년 전 쉼터였던 공간이 주택으로 변모하는 진보의 시발점으로 여겨진다. 마을 및 계층 사회가 형성되고 기본적인 무역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되었음을 근거하는 유적들로 추정된다. 지구상에서 정착과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진 첫 번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노동을 해온 것으로 추론된다.

    타쉬 테펠러에는 인류 최초의 신전으로 떠오른 괴베클리테페(Göbeklitepe)를 포함해 12개의 주요 유적지가 있다. 카라한테페(Karahantepe), 할베트수반(Harbetsuvan), 귤츄테페(Gürcütepe), 쿠루테페시(Kurttepesi), 타쉬리테페(Taşlıtepe), 새페르테페(Sefertepe), 아야나르(Ayanlar), 요운불츠(Yoğunburç), 사이불츠(Sayburç), 착막테페(Çakmaktepe) 및 예니막할레(Yenimahalle) 등이다. 괴베클리테페를 제외한 곳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정확한 시기를 밝히기 위해 발굴을 진행 중이다.

    샨르우르파 고고학 박물관에서 열린 심포지엄.

    지난달 23일 터키 및 세계의 고고학 연구자들이 터키 남동부 샨르우르파(Şanlıurfa) 고고학 박물관에 모여 하이브리드 심포지엄 ‘세계 신석기 시대 반영(Reflections of the Neolithic in the World)’ 행사를 가졌다.

    세계 신석기 시대 반영 심포지엄 현장.

    터키문화관광부 장관 메흐메트 누리 에르소이(Mehmet Nuri Ersoy)는 “본 프로젝트는 2021년에서 2024년 사이에 진행될 샨르우르파 신석기 시대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인류 역사에 미친 아나톨리아의 중요한 기여를 보여줄 것”이라며 “터키의 8개 대학과 12개 기관 및 조직과의 협력 하에 일본,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8개 대학과 4곳의 국제 아카데미, 연구소 및 박물관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수행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샨르우르파 고고학 박물관 내부

    12개의 유적지 중 카라한테페(Karahantepe)에서 최근 발굴된 비석과 조각 등은 본 프로젝트 론칭을 기념해 샨르우르파 고고학 박물관의 ‘카라한테페 및 신석기 시대 인류 전시(Karahantepe and Neolithic Human Exhibition)’에 전시됐다. 괴베클리테페와 구별되는 인간 묘사와 3차원 인간 조각품이 있는 석비 등을 볼 수 있었다.

    신석기 역사를 새로 쓸 발견

    타쉬 테펠러

    카라한테페

    Taş TEPELER, Karahantepe

    카라한테페로 향하는 길 버스 창밖에 펼쳐진 풍경

    세계 각국 취재진과 함께 샨르우르파 도심에서 버스를 타고 역사의 현장, 카라한테페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를 지닌 황톳빛 흙길이 이어졌다. 양고기를 주로 먹고 세계 2위 올리브 생산국인 만큼 창밖으로 양떼들과 올리브 나무 행렬이 종종 펼쳐졌다.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흙길’을 한참 지나오면서 이곳을 어떻게 발굴할 생각을 하게 되고 수많은 유물들을 찾아냈을지, 새삼 대단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에 잠겼다.

    카라한테페 입구. 출입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 시간 정도 달려 ‘신석기 시대’에 도착했다. 코로나 시대에 해외 땅을 밟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핸드폰 안 터지는 터키의 신석기 오지에 와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현장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더욱 신선했다. 이곳 카라한테페 발굴은 터키문화관광부 문화유산 및 박물관 총국의 지휘 하에 과학 위원회와 샨르우르파 박물관 이사회에서 수행했다고 한다. 관계자는 “카라한테페의 추가적인 발굴과 나머지 10곳의 유적지도 다수의 해외 전문가를 초빙해 함께 수행할 예정”이라며 “2023년 신석기 시대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제 세계 신석기 회의(The International World Neolithic Congress)’를 개최해 신석기 시대의 샨르우르파에서 전해진 독특한 문화유산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라한테페 유물 발굴 현장. T자형 거석이 눈에 띈다.

    언덕을 한참 올라 신석기 시대 유물이 대거 발굴된 현장에 도착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동물이 묘사된 T자형 거석이었다. 이곳에서 250개 이상 발견됐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 공간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책에서 공부해온 신석기 시대 군집 생활의 흔적이 눈앞에 펼쳐지니 감회가 새로웠다. 인류 최초 정착 공동체가 형성된 곳으로 추정되는 유산을 불과 2년 후면 관광 코스로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될 테다.

    T자형 거석과 함께 인증 사진도 남겼다.

    마치 신석기 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것만 같았던 하루. 홀로 생존해오던 여러 명이 한 데 모여 각자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그 시절 인류의 모습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아직 일반인에겐 출입이 금지된 현장에서의 감동을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함께 나눴다. 2년 후 마스크 없이 이곳을 다시 방문할 것을 기약하며 인증 사진을 남기고 다시 ‘현대’로 돌아갔다.


    카라한테페에서 발견된 인간 조각품. 사진 제공= 터키관광진흥개발청(TGA)

    기자의 머릿속 신석기 시대는 투박한 빗살무늬 토기에 머물러 있었다. 그랬기에 돌을 대충 갈아 만든 석기로 새겼다고는 믿을 수 없이 정교한 3차원적 얼굴 조각품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 시절 인류는 우리가 짐작하고 가정하는 것보다 훨씬 발달된 도구와 체계적인 분업 및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 이뤄질 타쉬 테펠러 발굴을 통해 새롭게 세상에 알려질 흔적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꼭 한번 가볼만한 멋진 명소다.

    ↓터키 꿀빛 도시 ‘마르딘’ 여행기↓

    강예신 여행+ 기자

    취재 협조= 터키문화관광부, 터키관광진흥개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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