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지구별 어른이들 장난감 ‘레고’…덴마크 본사 가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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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는 모든 연령층에게 인기 있는 장난감이다 / unsplash

    인을 위한 레고. 상상은 자유다. 성인에게 레고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문구를 클릭하면 레고는 재미있는 사실이라며 ‘레고 세트의 온라인 구매자는 100% 성인이에요.’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부모 몰래 신용카드로 레고를 구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온라인 주문은 대부분 어른들이 할 테니 말이다. 레고는 이어 ‘더 재미있는 사실’이라며 ‘그리고 결국은 전부 아이들에게 주어진답니다…’라고 말한다. 레고는 결국 세 번째 줄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진실을 말하자면, 레고 조립 활동은 성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어요.’

    레고를 조립하는 어른 / 레고

    지구별에서 레고를 갖고 노는 어른들은 정말로 많다. 어린이 장난감 수준을 넘어서는 고난도 조립 스킬이 요구되는 블록에 어른들은 가슴 설레며 순순히 지갑을 연다. 레고는 전 세계 성인 팬-이들을 레고는 AFOL(Adult Fan of Lego)라고 부른다-이 100만 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FOL이 연간 레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에 달할 정도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엔 레고도 당황했다고 한다. ‘아니 왜 어른들이 어린이 장난감을?’ 오히려 어른들이 레고 블록에 관심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봤다. 레고 브랜드가 훼손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레고 로고 / unsplash

    레고는 덴마크의 세계적 장난감 회사다. 1932년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창업했다. 회사 이름 ‘레고(LEGO)’는 ‘잘 놀다’라는 뜻의 덴마크어 ‘LEg GOdt’에서 앞 글자를 따와 만들었다. 창업자 크리스티얀센은 목수였다. 그는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게 아이들에게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사출성형기를 구입해 플라스틱으로도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1958년 돌기를 활용해 끼워 맞추는 블록을 개발했다. 크리스티얀센은 세상에 없던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었다며 좋아했다. 레고 블록은 개발 당시나 지금이나 기본 구조가 똑같다. 그래서 처음 만들었던 블록과 현재 나오는 블록을 조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레고 해리포터 시리즈 / 레고

    오늘날 레고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회사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시작은 레고가 그저 귀엽고 깜찍한 완성품에서 벗어나 ‘스타 워즈’ ‘해리 포터’ 등 인기 영화 캐릭터 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레고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1998년 첫 모델이 나왔던 ‘마인드 스톰’이라는 로봇 모델이라고 한다. 그 순간부터 레고는 더 이상 어린이 장난감 회사가 아니었다. 어른 레고 팬들 즉, AFOL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에 대해 서로 만나 의견을 주고받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팬 모임이 만들어지고 온라인 사용자 그룹도 생겨났다.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 / 레고

    하지만 레고는 이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레고를 구입한 전 세계 어른들이 ‘이런 제품을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라며 덴마크 레고 본사에 아이디어를 보냈지만 레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어른 구매자들은 성가시고 짜증 난다”라며 귀찮아했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게 1990년대 후반이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아이들은 태어나 자라고, 장난감은 팔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2003년 레고는 무려 2억 3,800만 달러라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레고 인기 모델 ‘마인드 스톰’ / 레고

    레고가 이처럼 곤두박질친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선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레고는 의류, 테마파크, 비디오 게임 심지어 브랜드 보석 사업에도 진출했다. 장난감에서 출발한 레고가 어느 순간 초심을 잃고 ‘LEGO’라는 브랜드에만 온 정신이 팔렸던 탓이었다. 장난감조차 ‘조립 블록’이라는 기본에서 벗어나 있었다. 당시 레고 세트는 조립하지 않고 바로 갖고 놀 수 있는 제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사람들이 블록을 갖고 조립하며 완성품 만드는 즐거움을 레고는 간과했다.

    아디다스와 콜라보 만든 블록 / 레고

    레고는 심각한 적자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이나 광고, 마케팅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뭔가 혁신적인 돌파구가 필요했지만 암담할 뿐이었다. 그런 레고였지만 운이 좋았던 것일까? 레고는 위기와 함께 찾아왔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동안 관심을 쏟지 않았던 ‘어른 고객’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레고는 관심 밖이었던 팬 모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참신하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물론 레고와 AFOL 관계가 봄눈 녹듯 풀린 것은 아니다. 어른 팬들은 레고 경영진을 불신했다.

    레고 부활의 주역 크누트스토르프 / 레고

    위기의 레고는 2004년 10월 21일 36살에 불과한 예르겐 비 크누트스토르프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한다. 그때까지 크리스티얀센 가족회사였던 레고의 대변신이었다. 크누트스트로프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침몰 직전 레고를 일으켜 세우는 노력과 함께 그동안 레고 주변에 머물러 있던 어른 팬층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2005년 8월에는 직접 오프라인 팬 모임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다. AFOL도 레고의 진성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혁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레고콘 / 레고

    레고와 AFOL이 협력한 결과 앰배서더 네트워크, 레고 리그, 그리고 레고콘 등 다양한 컨벤션 행사가 등장했다. 레고는 이 같은 컨벤션 행사를 통해 인기를 유지하고 수익성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레고가 좋은 회사라는 점은, 이 시점에서 AFOL을 단순한 시장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레고는 팬 컨벤션에서 새로운 재능과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레고 블록에 빠졌던 수많은 AFOL을 개발자와 디자이너로 채용한 것이다. 레고는 팬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관리했던 게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 대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레고 본사가 있는 덴마크 빌룬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계획을 세워야겠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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