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사상학습 강조하는 中 연예계…성룡은 이미 서바이벌 전략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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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룡의 페이스북 배경화면 / facebook

    늘 ‘이런 여행’ 대상은 사람이다. 여행 이야기하는 곳에서 이 무슨 해괴한 일이냐 분노하시는 분께 먼저 사과 말씀드린다. 어디 물리적 공간에 가는 것만 여행이라 할 수 있겠는가. 혜량으로 봐 주시라. 반응 별로면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어쨌든, 그래서… 오늘 여행할 사람은 홍콩의 유명한 영화배우 겸 감독 겸 제작자 성룡(혹은 재키 챈, 이제는 아마도 청룽)이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성룡은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일 수 없었다. 그는 이소룡 류의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인물이었다.

    1979년 국내 개봉한 영화 ‘취권’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쿵후하면 떠오르던 이소룡 이미지를 성룡으로 단박에 바꿔 놓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 이후로도 성룡은 홍콩 영화 스타로서 승승장구했다. 프로젝트 A, 쾌찬차, 폴리스 스토리, 용형호제 등 그가 출연한 영화는 거의 대부분 빅 히트를 했다. 그는 특히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1986년 용형호제 촬영 도중 큰 부상을 당했는데,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오른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1979년 국내 개봉한 영화 ‘취권’ 포스터 / wikipedia

    성룡은 대표적인 친한파 중화권 배우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알려지기로는 한때 한국 여성과 장거리 연애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설, 추석 등 명절 연휴 때 극장가 개봉 영화에 성룡 영화가 반드시 한 편은 있던 시기도 있었다. 국내 방송사 예능에도 자주 출연해 어눌한 한국말로 한국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줬다(그래서일까? 성룡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도 참여했다. 근데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로 진출해 ‘러시아워’ ‘턱시도’ ‘상하이 나이츠’ 등에 출연하며 월드 스타로 자리를 잡았다. 성룡은 연기뿐만 아니라 감독, 제작자로도 큰 성공을 거뒀고 거부로 성장했다.

    홍콩 스타거리에 있는 성룡 핸드프린팅 / wikiepedia

    그런 그가 지난달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 행사에서 “공산당원이 되고 싶다”고 발언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합뉴스가 중국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성룡은 “공산당은 정말 위대하다. 당이 약속한 것은 100년까지 갈 것도 없이 수십 년 만에 반드시 실현된다. 나는 당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성룡은 홍콩에서 반중 시위가 격화하고 있던 2019년 무렵 ‘애국’을 강조하며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기도 했다.

    한글 사인까지 할 정도로 그는 친한파다 / wikipedia

    성룡의 이런 태도는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일관된다. 그때부터 성룡은 중화인민공화국 지지 발언을 계속해 왔다. 성룡은 2009년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 정부의 언론 규제, 영화 검열 등이 논란이 되자 “중국인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너무 자유만 추구하다 보면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 홍콩과 대만이 그렇다”고까지 말했다. 사실 국내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성룡은 사생활 문제로 홍콩, 대만 등지에서 인기는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홍콩, 대만에서 그의 인기는 지하로 추락 중이다.

    성룡의 개인 전용기 / wikipedia

    문제는 중국 본토에서도 성룡의 인기가 그닥 대단치 않다는 데 있다. “공산당원이 되고 싶다”고 하는 장면이 SNS를 통해 퍼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아들의 대마초 문제, 불륜 등 그의 사생활을 문제 삼으며 당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 대한 일편단심(?)이 주효했던지 성룡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문화공연에 출연했고, 중국 내 TV 프로그램에도 종종 모습을 들여내고 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등 중국 내 스타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2년 칸 영화제에 참석한 성룡 / wikipedia

    분명 성룡은 더 이상 수더분한 얼굴로 술 취한 척 휘청대며 취권을 연기하던 청년은 아니다. 올해 그의 나이 67세. 어쩌면 성룡은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배우 겸 감독이 아니라 노회한 비즈니스맨이 돼 있을 지도 모른다. 여기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012년 그가 감독 주연한 영화 ‘차이니스 조디악’ 흥행 성적표다. 이 영화는 중국 대륙에서 1억 3800만 달러 흥행 수입을 거뒀는데 홍콩 수입은 그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제작자로서 그는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았을지 모를 일이다.

    성룡,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 wikipedia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기에 성룡은 이미 너무 커다란 개구리가 돼 버렸다. 중국은 영화 스크린 수만 현재 7만 5000여 개로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는 오랜 무명 배우 시절을 보냈다. 영화 산업 밑바닥부터 시작해 정상까지 올라온 성룡에게 중국은 그냥 흘려버리기에 너무나 거대한 시장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돌아가는 상황도 그에게는 분명 청신호일 거 같다. 연예인들에게 시진핑 사상학습을 강조하는 등 중국 당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에 입당하고 싶다는 성룡은 어쩌면 오래전부터 중국의 이런 변화를 예상했던 것일까.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최용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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