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이름으로…60년 동안 방치된 ‘성스러운 순례 길’이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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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3월 ‘트랜스 부탄 트레일Trans Bhutan Trail’이 개통한다. 부탄왕국과 비영리 단체 부탄 캐나다 재단Bhutan Canada Foundation이 2년 동안 공을 들여 403㎞(250마일)의 역사적인 순례길을 복원했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트랜스 부탄 트레일은 동쪽 트라시강Trashigang부터 서쪽 하Haa까지 이어진다. 부탄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숲과 초원을 가로지르며 종Djong과 종을 연결한다. 종은 종교와 행정이 결합한 형태다. 예전에는 군사적 기능도 함께 하면서 보통 협곡이나 언덕 위 요새로 지어졌다. 트랜스 부탄 트레일은 종과 종을 연결하면서 시골 마을을 거쳐 가도록 만들어졌다. 캠핑, 호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어가면서 매일 평균 3~4시간 하이킹을 한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사람과 사람을 잇고

    나라를 살린 길

    트랜스 부탄 트레일의 시작은 고대 실크로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서양을 잇는 길로 교역과 문화 교류가 이 길을 따라 이어졌다. 현재 복원된 트랜스 부탄 트레일은 16세기 때 모습을 기반으로 한다. 불교 신자들이 부탄 서쪽과 티벳에 위치한 순례지로 가기 위해 이 길을 걸었다.

    403㎞ 트레일을 걷는 동안 종카그Dzongkhag 9개, 게워그Gewog 27개, 산길 12코스를 지나게 된다. 종카그는 부탄을 구성하는 행정 구역으로 전국을 20개 종카그로 나눠 통치하고 있다. 종카그는 다시 게워그로 나뉜다. 게워그는 마을이 모여 형성된 단위다. 트레일에는 200개 이상의 불교 성지들이 분포한다. 그중 다수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가 되지 않는 공간이다. 성지 안으로 못 들어가 본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불교 유적지는 암벽, 능선, 산꼭대기 혹은 강변에 자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산세와 어우러지는 풍경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편이 훨씬 감동적이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트랜스 부탄 트레일에는 가프스Garps라고 불리는 트레일 러너들이 있었다. 이들은 트레일을 빠른 속도로 달려가면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우편물을 나르는 일을 했다. 이후 트랜스 부탄 트레일은 여러 지방이 힘을 합쳐 외국 침입을 막는데 큰 역할을 했고 1907년 부탄이라는 국가 탄생에도 이바지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1960년대 서부 부탄과 티베트 등을 연결하는 도로가 건설됐다. 몇몇 구간은 순례길 위에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다니던 보도와 계단, 다리가 무너지고 마을과 마을 사이엔 큰 도로가 놓였다. 순례길은 점차 흔적이 지워졌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갔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기억 속에 묻힌 전설의 길은 2018년 재조명을 받았다. 부탄 국왕은 부탄 관광 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트레일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복원 주체는 부탄 캐나다 재단으로 결정 났다. 옛날처럼 길을 닦아 이곳에 현지인들은 물론 순례자와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각오였다. 2019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에도 복원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부탄 왕립 정부는 코로나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900여 명을 불러 모아 다리 18개를 세우고 끊어졌던 구간 수백 ㎞를 잇고 1만개 이상의 계단을 다시 쌓았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기도하는 마음으로

    걷는 길

    출처: Unsplash

    60년 만에 트랜스 부탄 트레일이 복원됐다는 소식이 더욱 반가웠던 건 요즘 처한 현실 때문이다. 복원이 진행되는 동안 전 세계는 팬데믹에 고통받고 있었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경을 걸어 잠그는 등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들이 전 세계에 벌어졌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복원했을까. 종교적 깨우침을 얻으려 이 길을 걸었던 순례자들처럼 기도하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하루빨리 이 위기가 지나가기를 빌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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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이 더 특별한 이유는 부탄이라는 나라 때문이기도 하다. 히말라야 산맥을 두고 인도와 중국이라는 면적도 인구도 방대한 나라 사이에 끼인 부탄은 전체 면적 3만8000㎢에 불과하다. 이 작은 나라에는 캐나다, 미국 그리고 멕시코에 서식하는 새를 다 합친 수만큼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300종의 약용 식물을 포함해 총 5400종의 식물, 200종의 포유동물 등이 부탄을 삶의 터전으로 삶고 있다. 해발 150m의 계곡부터 해발고도 7500m까지 치솟는 산꼭대기까지 부탄의 지형은 드라마틱하다.

    전체 인구는 77만 명. 우리나라 충청도와 전라도를 합친 면적에 남양주시 인구(72만 명)보다 조금 더 많은 인원이 살고 있다. 이 작은 나라를 전 세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부른다.

    출처: Unsplash

    가장 트렌디한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

    부탄은 고립 정책을 쓴다. 일정 정도의 환경세 개념으로 여행경비를 내고 부탄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를 통해서만 여행할 수 있다. 개별 여행은 철저하게 금지한다. 부탄은 어쩌면 여행자들에게 불친절한 곳이다. 히말라야를 끼고 있어 나라 전체가 험준한 산악지형이지만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터널을 뚫지 않고 철도를 놓지 않았다. 60㎞를 이동하는데 넉넉하게 3시간은 잡아야 한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옛날부터 부탄이 실천하고 있는 보존을 원칙으로 지역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 여행은 현재 ‘지속 가능한 여행 혹은 공정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여행업계가 주목하는 화두가 됐다. 부탄 사람들은 “환경 보전은 부탄 국민 행복 철학을 구성하는 네 가지 기둥 중 하나”라고 말한다. 부탄은 헌법으로 국가 면적 중 60% 이상이 원시림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정했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트랜스 부탄 트레일은 환경·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 사회에 최대한의 이익을 돌려주는 ‘지속 가능한 여행’의 성공적인 표본이 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트레일 표식은 전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트레일 회원과 해외 방문객 1명 당 나무 1그루씩을 심는다. 해외 여행객에게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제공한다. 또 트랜스 부탄 트레일은 지역 사회 기반 교육을 지원한다. 트레일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트레킹 및 생존 기술, 응급 처치 등을 가르친다.

    트랜스 부탄 트레일

    여행 꿀팁

    부탄에 여행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때는 3월과 5월 또는 9월부터 11월 사이, 봄·가을이다. 부탄도 우리와 같이 4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겨울은 11월 말부터 2월까지. 해발고도 3000m 이상 지역에는 눈과 서리가 일상이다. 봄은 3월 초에서 6월까지다.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계속 된다. 6월부터 9월 초까지인 여름에는 계절풍이 불고 비도 자주 내린다. 낮 기온은 여름이라도 30도를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9월부터 11월 말까지 가을 부탄의 날씨는 시원하고 일조량이 많다.

    출처: transbhutantrail.com

    정글에서 사막에 이르는 다양한 지형마다 기후 차이가 확연하다. 남쪽은 습한 아열대 기후로 섭씨 15~30도를 유지한다. 중부 부탄은 더운 여름과 춥고 건조한 겨울을 지낸다. 북쪽 지역은 고도가 높아 대체적으로 기온이 낮고 겨울에 많은 눈이 내린다.

    4일 여행 일정 [출처: transbhutantrail.com]

    34일 여행 일정 [출처: transbhutantrail.com]

    트랜스 부탄 트레일 상품은 4일부터 최대 34일까지 다양하다. 가장 짧은 일정으로 트레일의 서쪽 끝 하에서 시작해 파로Paro까지 간다. 총 걷는 길이는 33㎞, 하루 평균 16.5㎞를 걷는다. 나이도는 중간 정도다. 4일 중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은 이동하는 날로 잡고 본격적인 트레킹은 2·3일 차에 집중돼 있다. 전체 403㎞ 트레일을 종주하는 34일짜리 일정도 있다. 난이도는 상(Challenging: 어렵지만 도전해볼 만한)이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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