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해외여행 유력 후보라는 그곳 어디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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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말도 있다지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팬데믹 앞에 여행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들려온 반가운 소식. 지난 9일 정부가 7월 개시를 목표로 싱가포르와 대만, 태국, 괌, 사이판 등과 트래블 버블 체결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발표가 모든 이들이 곧바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보증은 아닐 터. 하지만 뉴스에서 ‘대만’이라는 글자를 보자 옛 기억이 툭 튀어나왔다.

    2년 전 겨울, 아직까지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 떠오르는 여행지 대만. 나에게 더욱 특별했던 여행지를 다시 갈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그 기억을 공유하고자 한다.


    대학생 시절, 가장 친한 친구와 개강을 하자마자 항공편을 구입하는 것은 우리만의 소소한 재미였다. “이번 학기도 이 비행기 표를 생각하며 견뎌 보자”라는 의미. 이름하여 <자퇴 방지 여행>.

    몇 번의 짧은 고민을 거친 끝에 2019년 상반기 <자퇴 방지 여행>의 목적지는 대만으로 정해졌다. 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그곳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여행지였다.

    그렇게 혼돈의 카오스와 같은 2학기를 마치고, 나는 대만으로 떠났다.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예스진지 투어가 아닐까. 예류 지질공원 · 스펀 · 진과스 · 지우펀 의 앞 글자를 따 “예스진지”라는 재미난 이름의 이 투어는 대만의 주요 관광 포인트를 훑는다. 남들 하는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또한 이 투어를 예약했다.

    투어를 다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한국인 가이드분이 진행하는 택시투어를 선택했다. 택시투어뿐만 아니라 버스투어도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과 플랫폼을 선택해 여행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대만에 온 사람들이라면 꼭 한다는 투어. 대만 여행 경험이 있다면 그때를 회상하며, 대만을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미래의 대만 여행을 상상하며 오늘 여행을 따라와 보는 건 어떤지.


    예류 지질공원

    타이베이 중심지인 시먼 역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정도를 달리면 투어의 시작인 예류 지질공원에 도착한다. 1천 년에서 2천 5백만 년 동안 형성된 기암괴석이 가득한 곳으로, 침식과 풍화 작용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안타깝게도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고 미리 챙겨온 우비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황색 해변과 알록달록한 사람들의 우산이 나름의 조화를 이뤘다. 대만은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으니, 비를 피하기 위한 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예류 지질공원에서 가장 핫(?)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백이면 백 이 돌을 말할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여왕 네페르티티를 닮은 여왕 바위. 강한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뚝 하고 부러질 것 같은 아찔한 모습이 인상 깊다. 네페르티티 여왕님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늘어져 있으니, 온갖 바위 천지인 예류에서 이 바위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것이다.

    여왕님의 엄청난 인기 때문인지, 지질공원 초입에는 네페르티티 바위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가짜 바위가 있다. 긴 줄이 싫은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사진을 남겨도 좋겠다.


    스펀

    두 번째로 방문한 스펀은 탄광 마을이다. 핑시셴 기차가 오가는 철로에서 소원을 천등에 적어 하늘로 보내는 것이 유명한 곳이다.

    마을 초입부터 천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천등의 색에 따라 표현하는 의미도 다르고, 천등의 구성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

    한화로 단일 색상은 약 6000원, 4가지 색상은 약 8000원, 8가지 색상은 약 14,000원 정도이니 취향에 맞게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나와 친구는 건강, 행복, 사업, 재산 4가지가 잘 풀리길 바라며 색을 골랐다.

    천등을 날릴 준비가 되면 능숙한 직원이 나타나 사진 기사에 빙의해 엄청난 속도로 사진을 찍어 준다. “여기 보세요”, “웃으세요” “하늘 보세요” 등등 유창한 한국말은 기본.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알차게 남겨 주니, 기록이 중요한 이들도 걱정 말길.

    기찻길을 따라 스펀을 쭉 걸으면 기념품 가게부터 맛있는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다. 스펀에서 유명한 먹거리는 닭 날개 볶음밥과 대왕오징어튀김, 땅콩 아이스크림이다. 튀김은 상상한 그대로의 맛이었고 닭 날개 볶음밥은 대만 음식 특유의 냄새가 나니 참고하길 바란다.

    의외로 맛있었던 것은 땅콩 아이스크림이었다. 쫀득한 피에 땅콩을 갈아 아이스크림과 함께 얹어 판매하는데,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얇은 선로 하나를 두고 양옆으로 상점이 즐비한 스펀은 마을 자체가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곳이다. 비록 한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긴 해도, 중간중간 지나가는 기차와 함께 추억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택시 투어를 예약한 탓에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했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천천히 마을을 구경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진과스

    진과스는 ‘황금 산성’이라는 뜻으로, 대만 골드러시의 역사라고 불린다. 일제강점기 시절 철로 공사 중 금광이 발견되면서 산속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금광 고갈 이후 버려진 광산들과 폐광을 관광특구로 지정해 지금의 관광지가 되었다. 봄이 되면 벚꽃이 흩날리는 이곳은 번잡하지 않아 여유롭게 산책을 하기 좋은 마을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전쟁 포로 광산인 만큼 입구에는 일본식 가옥이 몇 있다. 내부에 들어가 구경할 수 있으니, 시간이 충분하다면 한 번쯤 들러 보는 것도 좋다.

    진과스는 꽤 넓은 마을로, 한 바퀴를 도는 데 넉넉잡아 한 시간 이상은 걸린다. 때문에 산책 전 배를 든든히 하는 것이 좋다. 진과스에 도착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광부 도시락 식당을 들렸다. 친절하게 한국어 간판도 달려 있어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한화로 80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짭짤한 양념이 된 고기와 몇 가지 야채, 밥이 들어 있다. 맛은 평범했지만 도시락에는 특별한 옵션이 있다. 보자기와 도시락 식기가 포함된 광부 도시락 세트는 가격이 더 비싸지만, 보자기와 도시락 통을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촉촉이 비를 머금은 진과스를 여유롭게 걷다 보니, 안개가 피어오른 풍경과 폐광 마을의 조화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푸른 공기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높이까지 올라오게 된다.

    실제로 대만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려한 네온사인의 시먼 역도 아닌, 빨갛게 빛났던 지우펀도 아닌, 진과스에서 산책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남들과는 달리, 나는 특별히 대만을 안개가 자욱이 낀 푸른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


    지우펀

    대만 하면 떠올릴 많은 풍경 중 하나. 바로 지우펀이다. 오래전 아홉 농가만이 있었던 지우펀은 산골인 지역 특성 때문에 멀리서 장을 봐 오면 이를 공평하게 나누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을을 9등분, 즉 지우펀(九份)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진과스와 마찬가지로 폐광 이후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지만, 영화 <비정성시>촬영지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대만을 대표하는 최고의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홍등이 켜지기 전 지우펀의 분위기는 사뭇 낯설다. 분주해지기 전 나른한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는 것이 좋다. 일몰이 지나고 지우펀이 붉게 빛나면 가파른 골목길에 관광객들이 가득해지기 때문.

    지우펀 골목 끝자락에 닿으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난간이 있다. 지우펀 절벽 끝자락에서 경치를 내려다보며 약간의 소란스러움을 즐겼다. 해가 지기 전 지우펀에 도착했다면 북적이는 지우펀에서 눈을 돌려 밖을 바라보길 바란다. 번쩍거리는 골목과는 대비된 시골 마을, 이것이 지우펀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니.

    밤이 되면 지우펀에는 붉은빛이 내린다. 기대하고 온 것만큼의 만족을 주는 풍경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밤이 되면 지우펀이 아닌 지옥펀이 되는 곳이지만, 빼곡히 들어선 홍등을 시작으로 많은 음식점들과 카페가 붉을 밝히기 시작한다. 길거리에는 누가 크래커와 망고젤리 등 대만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많으니, 시식과 구매를 하는 것도 좋다.

    지우펀 골목을 거닐다 절벽 끝자락에 도착했다면, 몇 걸음 후진해 작은 골목을 찾아보자. 절벽 우측에 작은 골목이 숨겨져 있다. 그 골목을 통해 내려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카페가 나온다.

    카페를 기준으로 비탈길에는 한 평 정도의 잡화점들이 줄지어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지우펀인 만큼, 지브리 캐릭터 모양의 기념품이 많다. 취향에 맞는 물건이 있다면 이곳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저 골목을 내려가다 보면 원형의 광장이 나온다. 골목길보다는 다소 한산한 광장은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으로 둘러싸여 있다. 광장에서 홍등을 감상하며 한국의 여름밤보다 조금 습한 대만의 겨울밤을 느껴보자. 웅성웅성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도, 음식점 안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모두 그리운 추억이 될지도 모르니.


    빛이 부족해 흔들린 사진도 추억이 되는 것. 요란스러운 번화가의 네온사인도,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도 그리움이 되는 것.

    여행은 그런 것이다.

    더운 날씨에도 모두가 자신의 숨을 감싸고 있는 지금, 그 어떤 여행도 간절할 것이다. 곧장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것은 어렵겠지만,

    서랍장 속 부모님의 오랜 필름 카메라처럼 여행의 기억을 꺼내 곱씹고 싶었다.

    이 멋진 기억을 다시 반추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은 그리운 여행지를 서랍 속에서 꺼내 보는 건 어떤지.

    사진/글 = 유신영 여행+ 영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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