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만족 세계여행 :: 한국에서 마라케시로, 단 다섯번으로 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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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감만족 세계여행 ::

    모로코의 도시,

    마라케시

    외로 떠나기 위해 항공권 최저가를 일상적으로 검색하던 과거가 그립다. 코로나 19로 인해 숨어있던 국내여행 부흥은 좋지만 해외만이 채워줄 수 있는 감성이 있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에서 이방인이 되는 감각이 그렇고, 표지판 하나 글자 하나가 크게 들어오는 이 감각이 그렇다.

    해외여행은 그래서 즐거웠다. 공부하듯 애써 익히지 않아도, 오감(五感)이 자동으로 정보를 정립시켜주어 다른 나라를 이해했고 애정을 적립했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그 즐거움을 찾기 힘들다. 해외의 모습을 애써 찾아보고 또 맛있다던 외국 프랜차이즈를 찾아가 먹어도, 한국에서 이국을 온전히 느끼는 일은 어렵다.

    해외가 그립고 또 그리워 미쳐버리겠다는 당신을 위해 ‘오감만족 세계여행’을 준비했다. 오감으로 가득 즐겼던 해외를 분해해, 한국에서 느낄 수 있도록 각 감각에 맞는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추천한다. 눈으로 즐기며 귀로 듣고, 입과 코 그리고 살갗으로 다가오는 이국의 내음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당신은 ‘코로나 이후 버킷리스트’에 이 도시를 적고 있을 것이다.


    사진 = 언스플래쉬

    마라케시

    Marrakesh

    모로코 중부에 위치한 도시. 베르베르어(나일계곡 북아프리카의 토착 민족 베르베르인이 쓰는 언어) 로 ‘신의 도시’. 오아시스 도시로 이슬람권 서부지역 문화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메디나(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

    사진 = 구글 맵스

    모로코와 모로코의 도시, 마라케시는 결코 친숙한 여행지가 아니다. 직항 항공편이 없어 반드시 경유해 가야하는 먼 여행지며 그에 맞게 항공권 가격도 만만치 않다. 문화권 또한 익숙치 않다. 모로코에는 본래 아프리카 토착민족인 베르베르인이 거주했지만 680년경 이슬람 세력에 점령당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이슬람세력의 영향을 받았다. 그럼에도 모로코의 마라케시를 ‘오감만족 세계여행’의 첫번째 타자로 내세운 데에는 바로 이 익숙치 않음에 있다. 다녀와보지 않아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모로코에 대한 소개를, 모로코를 다녀와 마라케시가 너무나 그리운 이에게는 조금이나마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향수를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오감이 만족하는 세계여행을 즐길 수 있을테니.

    시각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넷플릭스 예능 / 3시즌 ‘마라케시’ 편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 사진 = 넷플릭스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 사진 = 넷플릭스

    마라케시를 처음 듣는 사람도 있겠다. 그럴 때 제일 필요한 감각은 ‘시각’. 모로코라는 나라이름도 마라케시라는 도시이름도 익숙하지 않다면 낙타, 사막, 형형색색 화려한 중동의 시장과 히잡을 쓴 자들을 먼저 보자. 넷플릭스의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은 일종의 애피타이저다. 이제부터 이어질 청각·후각·미각·촉각에 대한 궁금증을 단번에 일으킨다. 사막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 뿐 아니라, 무슨 맛일지 궁금할 타진 속 요리부터 시끌벅적 마라케시 메디나(구시가지)의 풍경, 코가 찡하니 궁금한 다채로운 향신료까지 눈을 즐겁게 한다. 아저씨들에겐 냉혹하지만 아이들에겐 한없이 따뜻한 아저씨, 필립 로젠탈 (예능 ‘내 사랑 레이몬드’의 작가)이 현지인과 펼치는 티키타카도 재미요소.

    청각

    콜드플레이, Everyday Life

    Hold tight for everyday life


    마라케시를 주제로 한 노래나, 모로코의 노래도 좋다. 그러나 대중적인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콜드플레이의 ‘Everyday Life’ 뮤직비디오는 모로코 마라케시를 비롯해 남아프리카, 우크라이나 등을 배경으로 한다. 호소력 넘치는 보컬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를 듣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단지 노래가 시작했을 뿐인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노래는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와 함께 마라케시라는 배경에서 비로소 완성한다. 흘러나오는 선율에 맞춰 흥얼거리는 언어는 영어요, 뮤비 속 문화권은 중동이니 한국의 우리가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손을 모으고 기도하며 즐거이, 흥겹게, 또는 따스하게 웃는 사람들을 보며 다른 모양 중 같은 색 하나를 발견한다. 파도처럼 벅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이다. 자신도 모르게 뮤비 속 ‘모두의 삶’을 집중해 지켜봤다면 당신은 마라케시 구석구석의 삶을 바라볼 준비가 됐다는 얘기다.

    후각

    이솝 ‘마라케시’

    인텐스 오 드 뚜왈렛

    풍부한 우드, 스파이스, 산뜻한 플로럴 노트, 그리고 동물적인 향


    앞서 시각과 청각에서 화려한 모습을 봤다면 이제 좀 더 직관적으로 느낄 시간. 붉은빛을 중심으로 한 마라케시의 화려한 색색을 후각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후각은 훨씬 예민한 존재이다. 어렴풋한 인상이나 기억을 후각을 통해 일으킨 적 있겠다. 향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아 뇌에 각인하기 때문이다. 이솝의 마라케시 인텐스 오 드 뚜왈렛 또한 그렇다. 편안한 갈색 포장지를 열면 사막이 보인다. 후추보다는 덜 날카롭고 코 위를 맑게 울리는, 어딘가의 한약방 밑 쿰쿰한 서랍 깊숙한 약재를 모아놓은 듯 이국적인 향이 당신을 간질인다.

    혹자는 이 향을 ‘따스하다’ 하며 잘 때조차 뿌리고 싶다 했고 누군가는 ‘중동 사람의 향’ 이라 하며 그 대담함에 흠칫 놀랐다. 나에게 이 향은 잘은 모래알이다. 한 알 한 알이 모두 다른 색의 고운 모래알. 부드러운 듯 하지만 까슬하며 작은 입자 알알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이솝의 마라케시 오 드 뚜왈렛은 그렇다. 전통요리에 사용되는 여러 향신료, 아로마를 다양하게 활용해 여러 이국적인 향이 강렬히 섞였다. 눈을 감고 향을 폐부 깊숙이 빨아들이자. 이미 내 정신은 빨간색을 중심으로 한 어지러운 색감의 양탄자, 말린 과일을 가득히 늘어놓고 파는 상인과 복잡한 시장 한복판이다.

    +

    따뜻하면서도 상쾌한 향이 궁금해 찾아봤다. 주요 성분은 정향, 백단향, 카 다몬.

    정향 : 정향나무의 꽃봉오리. 못 모양을 닮아 정(釘)향이라 이름 붙여졌다. 강렬한 시원함이 특징.

    백단향 : 단향 나무줄기의 심재. 특유의 냄새가 매콤히 난다.

    카 다몸 : 생강과 같은 종류의 향신료, 중동쪽에서 다수 사용한다.

    미각

    이태원의 ‘모로코코’

    이태원의 사랑방, 모로코 음식을 파는 모로코코


    시각에서 마라케시의 풍경을 둘러봤다. 청각으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았고 후각으로 다양한 향신료 내음을 맡았다면 이젠 정말 맛볼 차례. 이태원의 사랑방이라 불리는 ‘모로코코’에 비오는 어느날 오후 찾아갔다. 한적한 이태원에는 부슬부슬 시원한 비가 내렸고 오가는 사람 없이 조용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길가에 조그맣게 위치한 ‘모로코코’는 정석적인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카페의 느낌이 강했다. 자리에 착석하자 이곳 저곳 모로코를 보여주는 인테리어와 메뉴가 눈에 띄었다. 이전 시각 파트에서 본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에서 등장한 타진으로 만든 음식이 굉장히 궁금했기 때문에 양고기와 레몬치킨 타진, 그리고 모로코이름이 붙은 모로코 오버라이스를 주문했다.

    앞에 놓인 그릇이 바로 ‘타진’ / 사진 = 넷플릭스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 에서는 등장인물 필이 마라케시에 머무르는 내내 타진에 담긴 음식을 먹는다. 타진은 흙으로 만든 원뿔모양의 전통 냄비다. 가열하는 동안 냄비의 재료에서 나온 수분이 다시 원뿔 끝으로 모여 떨어져, 물이 부족한 모로코에는 최적의 도구이다. 그릇 타진 뿐 아니라 타진으로 만든 요리 또한 ‘타진’이라고 부른다.

    모로코 음식은 마냥 멀게만 느낄수도 있다. 그러나 익숙한 샥슈카(에그인헬)나 레몬치킨을 보면 쉽게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양고기 타진은 토마토 소스 중간에 달걀을 톡, 중심에 넣었고 그 주위로 양고기 미트볼이 소담히 놓여 있다. 같이 나오는 빵을 찍어먹으면 익숙하면서도 여러가지 향료의 맛이 혀를 감싼다. 레몬치킨 또한 한국인에게 익숙한 ‘카레’의 비주얼과 맛이다. 오히려 레몬의 맛이 적절히 잘 어우러져 상큼하다. 쉬림프 오버라이스에는 샤프란을 넣어 지은 듯 노랗고 길쭉한 쌀, 오이내음이 살짝 스치는 붉고 하얀 소스가 가득 담아져 나왔다. 한국 쌀과 달리 찰기가 없고 입에서 날리는 쌀이지만 소스를 살짝 얹어 곁들여 나온 샐러드, 새우와 얹어 먹으니 신선하면서도 다양한 이국의 풍미가 느껴졌다.

    모로코코는 특별하고 거창한 음식을 팔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로코 현지에서 먹는 ‘가정식’, 여행으로 따진다면 로컬 곳곳의 정갈한 밥집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타진 안 소담히 담아져 나온 색색깔 향긋한 음식을 먹고 있으니, 이태원 사랑방이라는 별명답게 외국인들이 옹기 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중이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의 인종은 모두 다르지만 한입을 먹으니 감탄하는 건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모두 같다. 식사를 하는 잠시동안이나마 마라케시의 한 골목에 있는 듯 기분좋은 안정이 느껴졌다.

    TIP : 살짝 고수맛이 나는 음식도 있으니, 고수를 어려워하는 독자라면 조심스럽게 빼달라고 요청드리자.

    촉각

    보드게임 ‘마라케시’

    코리아보드게임즈


    보드게임 ‘마라케쉬’ / 사진 = 코리아보드게임즈

    보드게임 ‘마라케쉬’ / 사진 = 코리아보드게임즈

    마라케시라는 이름이 붙은 건 모두 둘러봤다…고 생각했을 때 나타난 또 다른 마라케시. 바로 보드게임이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게임이라곤 쿠X런, 애X팡만 돌리던 나에게 보드게임은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온 추억이었다. 마라케시라는 이름의 보드게임에는 이리저리 양탄자를 늘어놓는 모로코인들이 보였다. 어떤 게임이고, 마라케시랑 무슨 상관이냐고? 앞서 봤던 마라케시의 아름다운 수공예시장, 강렬한 원색의 양탄자들을 직접 파는 양탄자 상인이 될 기회다.

    게임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직접 양탄자 상인이 돼 바닥에 깔아놓고, 시장 주인인 ‘아쌈’을 움직여 상대방이 내 양탄자에 도달했을 때 돈을 받는다.” 요즘 나오는 훌륭한 게임들처럼 현실과 가상이 헷갈릴 만큼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다. 공산품으로 만들어졌을 자그마한 말과 양탄자 조각, 10분정도면 이해 가능한 간단한 규칙임에도 게임을 일단 시작하면 정신은 온통 주사위로 집중된다. 양탄자를 게임판 위에 늘어놓으며 디르함 (게임 속 화폐의 단위, 실제 모로코 및 아랍 에미리트의 화폐단위)를 뺏고 뺏기다 보면 진짜 마라케시에서의 치열한 흥정을 알 것만 같다. 손끝과 정신 끝을 집중해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새 30분은 휙 지나간다.


    오감을 모두 둘러봤다면, 이젠 육감을 발동하자.

    사진=언스플래쉬

    이렇게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다섯가지 방법을 지나왔다. 넷플릭스의 “필이 좋은 여행, 한입만!”에서 마라케시의 모습을 쭉 둘러보며 풍경을 익혔고 귓가에 들려오는 콜드플레이의 ‘Everybody Life’로 마라케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느꼈다. 또 이솝의 향수 마라케시 오 드 뚜왈렛을 진하게 맡으며 이국의 향들을 깊숙히 탐미했고 타진으로 요리한 음식들을 먹으며 이국에서도 안정된 가정의 맛이 있음을 깨달았다. 양탄자 상인이 된 30분간 치열하게 손끝과 정신을 집중해 게임을 즐기며 다섯가지 감각을 모두 지나왔다.

    이제는 상상력을 발휘할 시간이다. 여행은 단지 이국에 당도해 움직이는 시간만이 아니다. 여행을 계획하며 어디서 무얼할지 계획세우는 과정, 그리고 그곳에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기분좋은 단잠. 설레임의 순간들이 모두 모여 지나면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마음 속 사진첩에 켜켜히 쌓인다. ‘오감만족 세계여행’ 또한 그렇다. 한국속의 외국을 찾는 일은 온전한 해외여행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그러나 당신의 추억속 그 도시를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면, 또 당신의 마음 속 깊은 호기심을 일깨워냈다면 그것 또한 여행의 일부다.

    ‘오감만족 세계여행지’의

    다음 경유지는 독일.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당신만의

    ‘독일 감각’이 있다면

    댓글로 마음껏! 아는 체 해주세요.


    취재협조 = 넷플릭스, 이솝, 코리아보드게임즈

    김지현 여행+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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