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타이베이 뒷골목 탐방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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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곳에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석 같은 장소를 발견할 때의 쾌감은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여행의 묘미다.

    현지인의 추천, 그리고 에디터가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타이베이의 소소한 명소들을 소개한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닿기를

    하해성황묘

    디화제 거리를 거닐다 보면 뭉게뭉게 향을 피우는 사원들을 마주치게 된다. 불교 사원이라고 하기에는 화려한 외관을 가진 이 사원들의 대부분이 도교 사원이다. 타이완 사람들은 불교,유교, 도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중에서도 도교는 현세의 길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해성황묘에는 유난히 젊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기도를 올리는 곳 앞에는 자그마한 노인 동상이 서있었다. 사랑을 관장하는 신, 월하노인이었다.


    하해성황묘는 1856년에 지어진 고사원으로 지금 해하 성황과 성황부인 등 수 백여 존의 신을 모시고 있다.

    달빛 아래의 노인, `월하노인`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도교 사원에서 지팡이를 짚고 복숭아를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를 발견한다면 그가 월하노인이다. 달빛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날 월하노인은 커다란 책을 펼치고 앉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점지한다. 그가 지니고 다니는 붉은 실로 두 사람을 이어주면 결국 좋은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고.


    월하노인에게 인사를 드리고 사원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 그들의 간절함이 모니터 너머로도 느껴진다.

    하해성황묘의 월하노인은 기존의 월하노인이 앉아있는 모습과는 달리 우뚝 서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인연을 조금 더 빨리 점지해준다고 전해진다. 매년 6000쌍 정도의 커플이 월하노인께 감사 인사로 선물을 올린다고 하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사원을 둘러보고 난 뒤 디화제 거리 골목골목을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옛 대만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곳으로 근대식 건물들이 잘 보존된 곳이다. 오래된 식료품점과 제과점, 그리고 뉴트로 풍의 아기자기한 소품샵을 구경하기 좋으니 꼭 월하노인을 보러 가지 않더라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해성황묘

    No. 61號, Section 1, Dihua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하나뿐인 에코백 만들기

    인 블룸


    인 블룸에는 로컬 색깔이 강한 소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구관조와 고양이처럼 대만 사람들이 사랑하는 동물이나 망고 빙수 같은 프린팅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디화제 골목은 한 마디로 뉴트로다. 옛날에는 크게 성황을 누렸을 알록달록하고 조금은 촌스럽기도 한 원단 시장의 모습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발걸음을 멈추게 된 상점은 인 블룸이었다. 그저 아기자기한 소품샵인줄 알았다가 눈이 휘둥그레 해진 이유는 계산대 뒤에 있는 작업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인 블룸은 예술가들이 핸드 프린팅한 직물로 일상적인 소품을 만들어낸다. 대만 로컬브랜드이지만 일본에 지점이 있을 만큼 매니아층이 탄탄하단다. (모든 제품을 핸드프린팅 하지 않으며 공장에서도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인 블룸에서는 핸드프린팅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였다. 디자인과 컬러를 고르면 옛 방식대로 직물에 색을 입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평평한 나무판자에 민무늬 에코백을 올리고 색이 들어가야 하는 곳에 구멍이 뻥 뚫린 판자를 올린다. 판자 상단에 두껍게 염료를 올리고 납작한 밀대로 쓱 밀어내면 끝. 드라이기로 잘 말려내면 나만의 에코백이 완성된다. 귀여운 고양이가 뒹구는 디자인을 택했는데, 20여가지 정도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印花樂 大稻埕店 inBlooom Dadaocheng

    No. 28, Minle St,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향긋한 나만의 차(茶)

    유산차방

    타이베이의 연희동이라 부르고 싶은 칭티엔제 골목은 일제 시대 때 지어진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다. 타이완 대학의 교수들의 사택으로 쓰였던 건물이 지금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쓰이거나 하는 식이다.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깔끔하게 리모델링 되어 있었다. 자그마한 정원과 일본식 연못을 보며 이 공간에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평소 차를 즐겨 마시지 않더라도 그 매력에 퐁당 빠질 만한 장소가 있다. 이 예쁜 골목에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가게인 유산차방이다. 유산차방은 1880년대부터 시작한 유서 깊은 대만식 차 기업으로 우롱차와 녹차, 홍차 등 다양한 찻잎을 재배하고 있다. 칭티엔제 지점에서는 티 로스팅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1시간 가량 찻잎에 대한 대략적인 강의를 듣고 직접 차를 로스팅 해 볼 수 있다.



    샤오롱바오를 쪄야 할 것 같은 찜기에 신선한 우롱 찻잎을 넣는다. 그리고 1시간가량 온도를 조절해가며 나만의 차를 로스팅 한다.

    어떤 온도에 로스팅을 하느냐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진다. 로스팅 과정에서는 그 맛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손바람을 살살 일으켜가며 향으로 그 맛을 추측해 요리조리 온도를 조절한다. 다 구워낸 찻잎을 담아내며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공간을 가득 채우는 구수하고 향긋한 우롱차 찻잎의 향기에 시간이 멈춘 듯 했다. 구워낸 찻잎은 잘 밀봉하여 기념품으로 포장을 해주니, 여행의 추억을 회상하며 마시기에 일석이조다.


    다과 세트는 350위엔부터 시작한다. 에디터는 대만 인애향 차구에서 생산된 농향취록우롱차를 선택했다. 차 맛이 맑으면서도 잘 익은 과일의 향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Youshan Tea Visit Qingtian Club

    No. 2, Alley 7, Lane 183, Section 1, Heping East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전통 활판 인쇄로 만든 내 이름

    리 씽 활자주조소


    해서, 송체, 번체 활자를 갖춘 곳은 전 세계에 이곳뿐이라 한다. 그 밖에 알파벳과 히라가나, 가타카나도 있지만 아쉽게 한글은 없다.

    프린트 기계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인쇄를 했을까. 수 천 개에 이르는 한자를 사용하는 중화권에서는 활판 인쇄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하물며 번체를 사용하는 대만은 어떠하리오. 대만에서 활판 인쇄의 흔적을 가진 유일한 곳이 일성주자행이라 불리는 활자 전문점이다.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일까, 대만(臺灣) 활자는 수량이 넉넉했다. 잘 쓰이지 않는 활자는 철저한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개수가 적었다.


    활자를 찾아보는 시도까지는 좋다. 하나 활자를 함부로 건드리지는 말자. ‘만지면 사야 한다’는 엄격한 룰이 있으니 눈으로만 찾으시길!

    이곳의 특별한 점을 꼽는다면 나만의 한자 도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좁은 매대 사이사이를 누비며 이름에 들어간 한자를 찾는데 도전장을 내밀어도 좋다. 그런데 현지인들도 내 이름 찾기를 쉽게 포기할 정도로 활자 배치에 복잡하다고 한다. 한자 좀 안다는 에디터는 이름 석자 裵慧麟을 찾다가 눈이 침침해져 일찌감치 포기했다. 빠릿빠릿한 점원에게 한자 이름을 써서 건넸다. 그는 활자의 바다를 휘휘 누비더니 이 복잡한 이름 석 자를 찾는데 딱 1분이 걸렸다. 도장은 생각보다 쓸 곳이 많더라. 세계 어디를 가도 만들 수 없는 나만의 활자 도장을 만들고 싶다면 필히 방문해 보시길.

    Ri Xing Type Foundry

    No. 13, Lane 97, Taiyuan Roa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배혜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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