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대한 5가지 오해와 진실

    - Advertisement -

    CHICAGO

    시카고를 너무 몰랐다. 몰라서 오해도 많았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여행하며 발견한 5가지 오해와 진실.

    헬기를 타고 내려다 본 시카고의 마천루.

    시카고의 가장 높은 빌딩, 윌리스타워에서.

    오해1. 시카고는 미국에서 가장 바람이 많이 부는 도시다?

    고정관념이 무섭다. 시카고에 가본 적도 없으면서 시카고라는 이름을 들으면 바람이 쌩쌩 부는 차가운 도시의 풍경이 연상됐다. 윈디시티(Windy City, 바람의 도시)라는 유명한 별명 때문이겠지. 시카고로 떠나기 전날 여행 가방을 꾸리면서 가장 걱정한 것도 바람이었다. 10월 초라 겨울이 멀었는데도 경량 패딩점퍼에 두툼한 캐시미어 머플러까지 챙겨 넣고서야 안심이 됐다. 그렇게 처음 가본 시카고. 그런데 이 정도 바람이 센 건가? 의식적으로 바람의 강도를 느껴보려고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시카고 시어터는 밤에 더 예쁘다.

    “윈디시티라는 별명은 날씨 때문에 생긴 게 아녜요. 시카고에 바람 그렇게 많이 안 불어요.” 시카고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윈디시티라는 별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1870년대 시카고 정치인들이 허풍을 너무 많이 떤다는 뜻으로 기사에 처음 쓰였다는 설이 강력하다. 실제로 시카고의 연평균 바람 속도는 16.6km/h로 미국 주요 도시 중 12번째라고 한다. 바람 세기로 따지면 보스톤(연평균 20km/h)이 시카고보다 훨씬 더 ‘윈디시티’라는 사실.

    화창한 어느날, 시카고의 하늘을 영롱하게 반영하고 있는 시카고빈.

    참, 그렇다고 시카고 바람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날씨가 궂은 날엔 미시간 호수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과 고층빌딩 사이로 부는 도시풍이 범상치 않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윈디시티라는 별명이 바람에서 유래한 건 아니지만 시카고에 바람이 많이 부는 건 맞다. 그래도 시카고가 미국에서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도시는 아니다. 바람은 보스톤에 더 많이 분다. 이런 구구절절한 결론.

    오해2. 시카고는 특별할 것 없는 흔한 미국 도시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구 기준)는 뉴욕이다. 두 번째는 로스앤젤레스다. 그럼 세 번째는? 바로 시카고다. 나름 미국을 잘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시카고가 미국 3대 도시라는 사실도 모르고 과소평가했다니.

    시카고는 미국 최초의 대륙횡단도로 ‘루트66’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도로는 일리노이, 미주리,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타, 캘리포니아 등 8개 주를 통과해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끝난다. 총 4000km에 달하는 역사적인 도로다.

    우선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마천루가 많은 도시가 시카고다. 단순히 높기만 한 게 아니라 건축미도 뛰어나다. 1871년 대화재가 발생해 도시 전체가 불타 버린 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상징적인 건축물들이 탄생하기 시작해 지금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건축박물관이 됐다. 그 덕에 다른 도시에선 따분하기만 했던 2층 버스 투어도 시카고에선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미시간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하는 건축물 투어는 버스 투어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시카고 중심을 관통하는 시카고강에서 보트를 타고 건축물 투어를 할 수 있다. 보트에 같이 탄 가이드가 (영어로) 자세하게 시카고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투어다. (왼쪽사진) / 빅버스투어 중 찍은 시카고 도심의 평범한 풍경. 시카고는 뉴욕과 비슷한 풍경을 가졌으면서도 뉴욕보다 훨씬 깨끗(뉴욕 미안!)해서 ‘깨끗한 뉴욕(Cleaner NEW YORK)’이라고 불린다. (오른쪽 사진)

    존핸콕센터의 시카고 360에서는 통유리창을 통해 시카고의 전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윌리스타워 전망대 인증샷. 인스타그래머블~하다.

    199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윌리스타워(Willis Tower, 110층·527m) 103층 전망대에 올라가면 투명 유리 위에서 아찔한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앉아서 찍고 누워서 찍고 점프하면서 찍는 등 온갖 창의적인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두 번째로 유명한 전망대는 존핸콕센터(John Hancock Center, 100층·457m) 94층. 낮과 밤이 180도 다른 시카고의 풍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다.

    반짝이는 시카고의 야경.



    시카고 대학교. 나도 이런 데서 공부해 보고 싶다. (다음생엔 가능할까?)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는 매년 미국 대학순위 10위권에 드는 명문 사립대로 지난해엔 3위, 올해는 6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이기도 하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한국에서 유명해진 똑똑한 미국인(!), 타일러 라쉬도 이 대학을 나왔다고.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시카고대학교 로스쿨에서 10여년 동안 헌법학 강의를 했고, 시카고는 그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 ‘뉴요커 1도 안 부럽다’고 말하는 시카고 사람들의 자부심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미국 명문대학교 티셔츠는 왠지 패션 아이템처럼 예뻐 보인다.



    시카고대학교의 학생식당. 이 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돈을 내면 들어가서 식사할 수 있다. 뷔페식인데,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 정말 다양하다.

    오해3. 시카고는 회색빌딩만 가득한 삭막한 도시다?

    시카고가 높은 빌딩으로 유명한 건 사실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시카고엔 대자연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아 바다처럼 보이는 미시간 호수는 시카고의 보물이다. 파도가 치고 드넓은 모래사장이 있는 호숫가는 꼭 해변 같아서 이곳이 내륙도시가 아니라 해안 도시가 아닐까 깜빡 헷갈릴 정도. “미시간 호수는 5대호 중 유일하게 캐나다에 걸쳐있지 않은 호수예요.” 시카고를 여행하면서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미시간 호수야말로 100% 미국의 ‘대호’라는 자부심이 있는 듯했다.

    360시카고 전망대에서 본 미시간호. 끝이 보이지 않아 바다 같다.

    바닷가 같지만 실은 호숫가다. 물에 염분이 없어서 물놀이를 해도 몸이 끈적이지 않는다는 게 핵이득.

    시카고 사람들은 여름엔 바다 대신 호수에 풍덩 빠져 물놀이를 하고, 호숫가를 따라 조깅을 하거나 반려견과 산책하며 일상을 보낸다. 여행자들은? 자전거나 세그웨이를 타고 미시간 호수 주변을 달리면서 시카고의 자연에 반한다. 두 발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달리는 세그웨이는 처음엔 조금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최고의 시티투어 수단이다. 해 질 무렵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카고는 대도시와 대자연의 완벽한 조합 같았다. 하늘 위에서도 여전히 바다처럼 보이는 호수와 멋진 건축물로 가득한 마천루가 어우러져 붉은 노을빛으로 물드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초록초록한 시카고.


    세그웨이투어. 꿀잼이었다!


    헬기투어. 노을질 때 하는 걸 추천한다.

    오해4. 대도시인 건 인정. 여행지로서 매력은 없다?

    파블로 피카소가 시카고시에 선물한 작품.

    시카고는 세계적인 미술작품으로 가득한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길가에 무심히 자리한 조형물이 알고 보면 피카소 작품이고 샤갈 작품이고 그렇다. 데일리플라자(Daley Plaza)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조형물은 피카소가 1967년 시카고시에 선물한 작품이다. 데일리플라자 건물과 같은 소재로 만든 것이 특징. 사람들은 이 작품을 자유롭게 만지고 또 작품에 올라가 미끄럼틀을 타기도 한다. 체이스타워(Chase Tower) 앞에 자리한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모자이크 벽화는 샤갈의 작품. 시카고의 사계절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매일 샤갈의 옆을 지나는 출근길이라니, 샘 날 정도로 부럽다.


    피카소 작품에 올라가 미끄럼틀 타 본 사람? 시카고에선 가능하다. (왼쪽사진) /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작품, 플라밍고.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한다.(오른쪽 사진)


    샤갈의 모자이크 벽화. 누구나 공짜로 볼 수 있다.

    시카고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티파니 돔’도 있다.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아름답다.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de of Chicago)에 가보면 시카고가 예술의 도시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미술관이다. 여기선 피카소의 ‘늙은 기타리스트’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사람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을 원화로 볼 수 있다. 그밖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명화를 상설 전시하고 있어서 오직 그림을 보기 위해 시카고 여행을 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시카고 미술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미술관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사람들’


    파플로 피카소의 ‘늙은 기타리스트'(왼쪽사진) /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

    그 유명한 ‘시카고 빈’도 뺄 수 없지. 정식 명칭은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이지만 그 모양이 꼭 콩을 닮아 빈(The Bean)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시카고 빈 옆에 있는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는 평범한 시민들의 얼굴을 영상으로 담아 만든 디지털 아트다. 영상 속 사람의 입에서 주기적으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데, 이색적인 볼거리다.

    클라우드 게이트에서 사진 한장. (feat. 시카고대학교에서 산 티셔츠)

    크라운 분수. 평범한 시카고 시민들의 얼굴을 촬영해 만들었다. 화면 속 얼굴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오해5. 미국 음식은 맛없다?

    지오다노에서 먹은 피자

    시카고 여행을 하며 의외라고 생각한 또 한 가지는 미식 수준이 무척 높다는 점이었다. 우선 피자는 시카고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치즈와 토핑을 파이처럼 층층이 두껍게 쌓아 올린 딥디쉬피자(Deep Dish Pizza)를 ‘시카고 피자’라고들 부른다. 우노(Uno’s), 지오다노(Giordano’s), 지노(Gino’s), 루말나티(Lou Malnati’s) 등 4개 딥디쉬피자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래서 4곳 중 어느 피자집이 제일 맛있냐고? 글쎄, 솔직히 저렇게 치즈랑 토핑을 가득가득 넣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나? 어디가 제일 맛있다 하는 건 그냥 주관적인 기준일 뿐. 시카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최애’ 딥디쉬 피자 브랜드를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한다. 내가 여행하며 맛본 건 지노와 지오다노, 두 개 브랜드였는데 개인적으론 지오다노 피자가 더 맛있었다. 원조를 맛보고 싶다면 ‘우노’를 추천. 딥디쉬피자를 가장 먼저 개발한 곳이다. 참, 딥디쉬 피자는 두께가 두꺼운 탓에 조리 시간이 최소 40분 이상 걸리므로 여유 있게 기다리시길.


    지노(왼쪽사진)와 지오다노(오른쪽사진)의 딥디쉬피자

    이번 여행 중 갔던 해산물 레스토랑 ‘쇼의 크랩하우스(Shaw’s Crab House)’는 해산물 요리도 하나하나 훌륭했지만,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무스 케이크가 정말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과장이 아니라 인생 최고의 초콜릿 케이크를 꼽으라고 하면 그걸 꼽을 거다. 퓨전 아시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순다(Sunda)’도 추천. 스시롤, 만두, 면 등등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요리를 와인 또는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시카고에서 요즘 무척 핫한 레스토랑이라서 예약은 필수.



    쇼의 크랩하우스에서 맛본 해산물

    .

    인생 초콜릿케이크를 만났다.



    순다에서 맛본 음식들.

    원래 디저트 많이 안 먹는데(정말..?) 여기선 눈 감고 흡입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블랙버드(Blackbird)’도 추천할 만하다. 점심시간엔 1인당 30달러 정도만 내면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까지 다 즐길 수 있다. 미쉐린스타 레스토랑이 다들 그렇듯 ‘엄청 맛있다!’라기 보단 좀 난해하게 느껴지는 점이 없지 않지만, 이것 역시 새로운 경험으로 여기면 가치 있다.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뜨거운 레스토랑이니 예약은 필수다.


    시카고 사람들도 줄서서 먹는 가렛팝콘. 칼로리폭탄이지만 정말 너무 맛있다.

    시카고(미국 일리노이주)에서

    글과 사진 = 고서령 여행+ 기자

    취재협조=미국관광청(Brand USA)

    -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