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여행, 내가 성탄절을 기필코 OO에서 보내고 싶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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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도 캐럴을 찾아 들을 정도로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 크리스마스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성탄절은 당일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며 기다리는 나날들이 더 두근대는 것 같다.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는 ‘내 방 이불 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겠지만, 그마저도 좋다. 특별한 약속? 계획? 딱히 없다. 플레이리스트를 캐럴로 가득 채우고, 평소에는 찾지 않던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온종일 돌려볼 생각이다. 창밖에서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도 마음만은 따뜻할 것 같다. 옆구리는 조금 시릴 것 같지만.

    그러다 문득, 내겐 유독 특별했던 작년 크리스마스가 떠올랐다.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 ‘크리스마스를 런던에서 보내기’를 작년에 이뤘다. 왜 하필 런던이었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단순했다. 크리스마스 ‘정석’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이어, 우연히 본 영화 하나로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안 보낼 수 없겠다”고 다짐했기 때문. 바로 작년에 개봉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다.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깊은 여운을 줄 정도로 흥미롭거나 감동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즐거웠던 영화라고 해야 할까. 비록 스크린을 통해서지만, 영화에 흠뻑 빠져들어 어느새 유명 캐럴 ‘라스트 크리스마스’ 가사를 흥얼거리며 크리스마스의 런던을 만끽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소품샵에서 일하는 주인공 덕분에 예쁜 장신구도 실컷 보고, 화려하고 로맨틱한 런던 골목골목을 거니는 상상에 잠겼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꼭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더라도, 런던의 모든 면이 아름다워 보였던 당시. 음식이 맛없어도, 맨날 비가 와도 좋으니 런던에서 연말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그렇게 런던 여행에 대한 로망이 가시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12월 말, 무작정 런던으로 향했다. 단지 크리스마스 하나만을 위해 떠난 즉흥 런던 여행. 영화에서 봤던 환상 속의 모습이 아니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지만, 런던의 크리스마스는 날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런던 타워 브릿지

    런던에서 맞은 크리스마스를 마스크 없이 온몸으로 반기던, 꿈만 같은 그 날을 떠올려본다. 영화 한 편 때문에 갔다가 ‘인생 여행지’로 등극한 런던의 매력을 소개한다.


    수많은 사람들, 그마저도 아름답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런던 도심

    크리스마스 시즌의 런던은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평소라면 질색했겠지만, 예쁜 공간에 모여든 수많은 가족, 연인, 친구들의 행복한 웃음과 대화 소리, 그리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까지. 가까이서 보면 덩달아 미소짓게 되고, 멀리서는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과 화려한 도시의 아름다운 조화를 넋 놓고 보게 된다.

    런던 버로우 마켓(Borough Market)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버로우 마켓. 국내여행을 다닐 때도 전통시장을 자주 방문하는 편이라 꼭 가보고 싶었다. 버로우 마켓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이동이 힘들 정도로 사람이 붐벼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영국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도전한 음식 모두 만족스러웠다. 특히 줄을 오래 서서 맛본 빠에야는 정말 맛있었다. 런던에서 가장 많은 인파에 휩쓸렸던 곳. 그마저도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아직도 환상 속 런던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 무드 듬뿍, 발 닿는 모든 곳이 ‘분위기 맛집’

    런던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에 진심’이라면, 누구나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를 최대한 크리스마스같이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공간, 런던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이곳저곳 열렸다.

    방문한 곳은 작년 기준 11월 1일부터 1월 5일까지 무려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런던의 밤을 밝혔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안 마시면 섭섭한 뱅쇼를 비롯해 먹음직스러운 간식까지. 런던은 12월에 오후 3~4시만 돼도 하늘이 깜깜해져 구경하고 먹다 보면 금세 한밤중이 돼 아쉬웠다.

    런던 옥스포드 거리

    ‘비의 나라’ 런던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꿨던 건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애석하게도 여행 기간 내내 런던에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비에 젖어 반짝이는 도로와 반사된 조명 덕분에 오히려 평소보다 더 아름다운 야경을 눈에 담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진 런던 골목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 사진 스폿’을 검색해 찾아간 적이 없다. 길을 거닐다 보면 열심히 찾지 않아도 화려하게 장식된 이름 모를 골목들을 마주하게 된다. 남들이 다 똑같이 찍는 포토존이 아닌, 나만의 숨겨진 스폿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으로 꾸며진 런던 모습

    화려한 조명,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빨간 2층버스까지. 정말이지 런던은 ‘크리스마스에 찰떡’인 도시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느끼기 가장 좋은 곳으로 타워브릿지 포토존 주변을 추천하고 싶다. 작은 길거리 마켓들을 비롯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이 매력적으로 펼쳐진다.

    런던 쇼핑거리 및 트와이닝 티 본점

    실내외 쇼핑 공간들도 예쁘게 꾸며져 있어 쇼핑하며 구경 다니기 재밌다. 영국여행 기념품으로 유명한 트와이닝(Twinings)티 본점에 홍차를 구매하러 갔다가 예쁘게 꾸며진 매장에 반해 사진을 잔뜩 찍고 나왔다.

    꾸밈없이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곳

    (좌) 런던아이 (우) 세인폴 대성당

    물론, 연말에 런던을 방문했다고 해서 모든 곳이 소품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없이도 런던은 낮과 밤 모두 매력적이다. 공사 중이었던 빅벤을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런던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

    비 오던 날 수많은 인파 속 버킹엄 궁전에서 관람한 근위병 교대식.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볼 수 없다고 한다.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1시간 전에 갔지만, 그조차도 늦은 감이 있었다. 여유롭게 2시간 전에 와 사진 찍으며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멋지고 웅장한 건물을 자랑하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 입장하자마자 등장하는 뼈대로만 구성된 공룡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든다. 엄청난 규모에 다양한 볼거리와 포토존까지 갖춘 박물관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 아주 매력적이다.

    런던 타워 브릿지

    꼭 야경사진으로 담고 싶었던 타워 브릿지. 유명 관광 스폿인 만큼 포토존에 사람이 많아 주변에 사람이 안 나오게 찍으려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을 찍고 천천히 근처를 산책하며 눈이 아플 정도로 타워 브릿지를 오래토록 바라봤다. 런던에서 밤에 오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싶다.

    런던의 야경

    크리스마스 때문에 왔다가 도시 특유 분위기와 감성에 푹 빠져 “짧게라도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된 곳. 물론 삶이 되면 또 다르겠지만, 살인적인 물가와 몇 번 실패한 음식 빼고는 런던의 모든 게 좋았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는 게 너무 아쉬워 오래오래 밤 산책을 하던 날이 벌써 1년 전이라니.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행복했던 모든 순간이 그립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추억하며

    나날이 쏟아져나오는 런던의 심각한 코로나 상황을 알리는 기사를 보니 “다시 가고 싶다”고 꿈꾸는 것만으로도 터무니없어 보인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옆에 런던아이도, 타워브릿지도 없지만,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을 애써 꽁꽁 숨기고 위로하며 스크린으로 추억한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서 버킷리스트를 달성하던 지난날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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