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밀레니얼 세대가 알려준 양곤 힙스터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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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보다는 일,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나가는데 집중하는 90년대생 슌 씨. 사진 = 여행플러스

    “요즘 미얀마 애들이요? 시내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브런치로 짜장면 먹는 게 유행이에요.” 양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비즈니스 통역사 슌 씨가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직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여행지인 미얀마에서 한류 열풍이라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요. 사실 미얀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이 ‘미지의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짤막한 역사 지식과 황금빛 사원의 이미지가 전부였으니까요.

    바간과 인레로 넘어가기 전 슌 씨에게 양곤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를 몇 곳 소개받기로 마음을 먹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근 미식 트렌드 중 하나로 ‘롯데호텔에서 짜장면 먹기’라는 점도 신선했지만, 제 또래 현지인들을 만난 후 궁금증이 마구 샘솟았기 때문이에요.

    수천 년 역사를 이어온 불교문화와 영국 식민지 시대의 문화가 남아있는 양곤. 치열하지만 평온하게, 그들만의 마음 주파수를 맞추며 살아가는 양곤의 ‘요즘 사람들’이 사랑하는 곳을 직접 다녀와 보았습니다.


    양곤의 가로수길에서 티타임

    아카시아 티 살롱 (Acacia Tea Salon)


    사진= 여행플러스

    미얀마에서 즐기는 영국식 티타임이라니. 슌 씨의 추천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양곤의 가로수길인 사야 산 로드(Sayar San Road)로 가는 길, 슌 씨는 “이 동네는 양곤에서도 가로수길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어요. 이 거리의 터줏대감 격인 아카시아 티 살롱은 1950년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유럽식 건물과 글라스하우스 건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글라스하우스의 채광 좋은 자리에 앉아 알록달록한 하이티 세트를 즐기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는 현지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카시아 티 살롱을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양곤 힙스터들의 수많은 인생샷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햇살 맛집 인정!)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로 꼽히는 하이티 세트. 흔히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애프터눈 티세트는 디저트를 중심으로 구성되나, 하이티는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요깃 거리가 함께 나온다. 사진 = 여행플러스

    아카시아 티 살롱에서는 40가지에 이르는 차 종류와 20가지가 넘는 케익 종류를 선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하이티(High Tea) 세트라고 하는데요. 간단한 디저트가 함께 나오는 애프터눈 티세트와는 달리 하이티세트는 치킨 버거, 베이컨 키슈, 스콘, 과일, 타르트, 마카롱 등 풍성한 한 상 차림이 준비되어 나옵니다. 간략히 애프터눈티와 하이티의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산업혁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해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에 간단히 다과를 즐기는 상류층의 애프터눈티 문화와 달리, 하이티는 노동 계층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일터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점심시간에 티타임을 즐길 여유가 없었기에 저녁상 가운데 차린 좋은 차를 두고 마셨대요. 이때 마셨던 티를 하이티라고 불렀답니다.

    보기에도 예쁘지만 푸짐한 양에 더 만족스러운 미얀마식 럭셔리 하이티 세트는 아카시아 티 살롱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메뉴라고 합니다. 하이티 세트는 20,000 짯 (한화 16000원 대)부터 시작하며 홍차 종류 한 잔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식 도시락의 재해석

    더 스트랜드 카페 (The Strand Cafe)


    좌) 세로로 길쭉한 원통형의 미얀마식 도시락통. 우)1920년대 영국식 인테리어를 모티프로 꾸민 더 스트렌드 카페 내부 모습. / 사진제공 = The Strand Hotel

    양곤 시내를 거닐다보면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물들에 자꾸 시선이 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은 1901년에 영국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더 스트랜드 호텔이었습니다. 더 스트랜드 호텔은 아시아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5성급 호텔로 꼽히기도 해요. 호텔 로비에 있는 더 스트랜드 카페에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메뉴를 선보여 핫플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미얀마 가정에서 사용하던 도시락통을 모티프로 만든 메뉴 때문인데요. 음,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농사일을 하다가 중간에 먹던 새참 도시락을 현대로 재현한 메뉴를 먹는 셈입니다.

    사진 = 여행플러스

    나전칠기 도시락통은 세로로 길쭉하게 세워 쌓아둔 형태에요. 켜켜이 그릇을 쌓아둔 모양이 영국식 티세트 식기 모습과 비슷해 스트랜드 카페에서는 미얀마 하이티 세트라고 부릅니다. 깨소금을 솔솔 뿌린 찹쌀밥과 생강 샐러드가 특히 별미였는데요. “생강 샐러드는 미얀마 사람들이 매해 김장하듯 담그는 절임 요리”라며 슌 씨는 “미얀마에서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생강의 매운맛을 싫어하는 편이라 맛보기 꺼려졌지만, 한 번 맛을본 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매운맛은 쏙 빠지고 생강의 알싸한 향만 남아 감칠맛을 더하고요. 파파야와 함께 씹히는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샐러드 위에 뿌린 견과류와 건새우의 조합도 훌륭했습니다. 명성 자자한 조선호텔 김치를 외국인이 먹는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슌 씨도 생강 샐러드가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양곤에서 가장 맛있는 샐러드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밤에 더 아름다운 현지 식당

    파돈마 레스토랑(Padonma Restaurant)


    사진 = 여행플러스

    파돈마의 뜻은 연꽃이에요. 예쁜 이름에 걸맞게 양곤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지만 비주얼보다는 맛으로 승부를 보는 곳입니다. 양곤에서 처음 현지식 파인다이닝을 시작한 레스토랑으로, 미얀마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예쁘게 꾸민 정원에 놓인 야외 좌석은 저녁시간에 조명이 환하게 켜져 한층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야외석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앉기 힘들 정도라고 해요. 에디터가 찾아간 저녁 시간에는 와인을 마시는 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많았습니다.

    사진 = 여행플러스

    미얀마에서 먹은 정식의 메뉴는 대부분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었어요. 이 곳도 마찬가지로 카레 향신료 베이스로 끓인 소고기, 혹은 닭고기 조림이 메인으로 나와요. 그래서 고기를 얼마나 부드럽게 조리하는지, 어떤 향신료를 사용하는지가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행 내내 먹었던 어떤 정식보다도 고기 누린내가 가장 없었고 대부분의 메뉴가 정갈하고 깔끔했어요. 태국의 향신료만큼 세지 않아서 슴슴하기는 하지만 꽤 중독적인 맛에 밥 한 그릇을 싹 비웠답니다. 태국에서 먹은 모닝글로리가 늘 마음속의 1등이었는데 파돈마 레스토랑에서 맛본 아삭하고 향긋한 공심채 볶음이 자리를 빼앗았을 정도에요. 미얀마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입맛 워밍업 하기 딱 좋은 현지 식당입니다.


    100년 전 칵테일의 맛

    샤키스 바 (Sarkies Bar)

    사진 = 더 스트랜드 호텔

    사진 = 여행플러스

    미얀마에서 만들어진 유명한 칵테일 이름을 혹시 들어보셨나요? ‘페구 클럽(Pegu)’이라는 이름의 진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입니다. 페구 클럽은 1920년대 고위 정부 관료들, 군 관계자, 영국인, 저명한 사업가들이 사교모임을 하던 장소의 이름으로 페구 강변에 있었어요. 그 곳에서 일하던 바텐더들이 만든 시그니처 칵테일을 ‘페구 클럽’이라고 부릅니다. 양곤 여러 호텔 바에서 이 칵테일을 마실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더 스트랜드 호텔 1층에 있는 샤키스 바를 추천하는 이유는 100년 전 페구 클럽의 모습과 바의 컨셉이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에요.


    무려 100년 전에 미얀마의 상류층들이 즐겨 마셨던 칵테일을 한화 7천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호텔 바에서 맛볼 수 있다. / 사진 = 여행플러스

    드라이 진과 라임 쥬스, 오렌지 쥬스를 베이스로 만드는 페구 클럽은 아저씨들이 사랑한 술 치고는… 정체성이 의심스러울만큼 다소 심하게 상큼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바텐더가 믹싱한 술을 잔에 따라 부은 후, 마지막으로 오렌지 껍질을 살짝 비틀어 과즙으로 잔에 향을 더 입혀요. 눈과 코가 즐거운 술입니다. 진한 위스키 베이스일 줄 알았는데 예상을 벗어난 반전의 맛과 비주얼에 제대로 치였습니다. 여심저격 당했어요.

    이 곳에서 꼭 먹어보아야 할 술은 페구 클럽(Pegu Club)과 샤키스 바의 시그니처 칵테일인 스트랜드 사워(Strand Sour)에요. 스트랜드 사워는 오렌지향이 빠지고 라임 쥬스가 베이스로 들어가며, 진이 아닌 미얀마에서 만들어진 만달레이 럼이 들어갑니다. 상큼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바 한쪽 구석에는 당구대가 있어 현지인들과 어울리기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곳

    쉐다곤 파고다 (Shwedagon Pagoda)

    사진 = 언스플래쉬

    양곤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이자 미얀마 불교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쉐다곤 파고다. 2600년 전에 지어져 지금은 전 세계 불자들이 모이는 황금 불탑을 밀레니얼 세대의 핫스폿 리스트에 넣다니, 조금 생뚱맞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어요. 쉐다곤 파고다는 해가 뜨기 전,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데요. 동이 트기도 전에 찾아간 사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목요일에 태어난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는 곳. 깨끗한 물로 부처상을 씻어내며 마음속의 묵은 고민을 털어낸다고. / 사진 = 여행플러스

    슌씨는 대뜸 제가 태어난 요일을 물었어요. 미얀마에서는 태어난 요일에 따라 수호신이 정해지는데, 우리나라처럼 1년 단위의 십이지신과는 비슷한 듯 달라요. 쉐다곤 파고다에도 태어난 요일에 따라 기도 구역을 나누어 놓았고 각 요일에 따라 수호신의 동상이 있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목요일에 태어난 저는 쥐 동상을 찾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각 불상 옆에는 영어로 적힌 요일 팻말이 있어 찾기 쉬웠어요. 7요일이 아니라 8요일인 이유는 수요일은 수호신이 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요일별로 수호신을 정리 했습니다.

    (월요일-호랑이, 화요일-사자, 수요일 0시~12시- 상아 있는 코끼리, 수요일 12시~24시- 상아 없는 코끼리, 목요일-쥐, 금요일-기니피그, 토요일-용, 일요일-가루다*미얀마 상상 속 동물)

    성공의 땅은 간절히 바라는 바가 있는 신도들이 기도를 드리는 곳이다. 드라마, 영화 제작 전 배우들도 꼭 들리는 곳이라고./ 사진 = 여행플러스

    쉐다곤 파고다 꼭대기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73캐럿의 다이아들에 정신이 팔려 몇 바퀴를 돌았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목요일에 태어난 사람들이 모인 기도 구역에 자리를 잡았어요. 나이와 성별이 제각각인 열댓 명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중 삼 분의 일은 저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또래더군요. ‘대체 어떤 깊은 고민이 있어 이 새벽에 절을 찾아온걸까..’ 서글픔을 느꼈던 것도 잠시, 그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평온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었어요. 하루를 시작하기 전 편안히 마음 쉴 곳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여태껏 세계의 숱한 성당과 사원을 다녀봤지만, 가장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교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기에 몰랐어요.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따뜻한 위로와 좋은 기운을 받아갈 수 있다는 것을요.


    기도를 드리는 불자들은 마음이 가장 평온한 때의 주파수를 찾는 듯 했다. / 사진 = 여행플러스

    화려한 황금사원으로 향했던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 갔습니다. 쉐다곤 파고다에 가시면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세요. 그들의 잔잔한 호수 같은 미소가 참 세련되었습니다. 삶이 풍요로운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롭고 느긋한, 특유의 분위기가 사원 전체를 감돌고 있어요. 슌 씨도 쉐다곤 파고다에 오면 마음이 참 편안 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녀가 지닌 맑고 따뜻한 미소도 이렇게 마음 기댈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는 제 또래의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일겁니다. 그래서 그들이 ‘노는’ 장소가 더 궁금 해졌던거에요. 마침 제 곁에는 기품이 넘치는 밀레니얼 세대, 슌 씨가 있었고요. 앞서 소개한 곳들은 “양곤에 사는 요즘 사람들은 어떤 곳을 좋아하나요?”라는 이방인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슌 씨가 알려준 장소들입니다. 양곤 이 곳 저 곳을 누볐던 딱 하루의 시간. 짧게나마 미얀마 대도시에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어요.

    어떤가요? 슌 씨가 보여준 양곤의 모습은,

    여러분이 상상한 미얀마의 모습과 비슷한가요?

    다음 편에 이어서 바간, 헤호를 소개합니다.

    2020년 9월까지 한국인은 미얀마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며,

    최대 30일간 체류할 수 있습니다.

    직항 운영편 : 미얀마항공, 대한항공

    취재협조 = 한아세안센터

    글, 사진 = 배혜린 여행+ 에디터

    에디터가 떠난 미얀마 미식여행

    아래 영상으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작 – 김소율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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