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면 질색이던 내가 바다 한복판에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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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ippines Bohol, 2020

    시끄러운 도시의 소리도 모두 희석되는 곳. 온전히 내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 바다가 그런 곳임을 알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어릴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잠깐 수영을 배웠지만, 선수 제의를 받은 동생과 다르게 필자는 물과 썩 잘 어울리지 못했다. 슬로모션을 건 듯 물속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내 팔다리를 잘 정리하지 못했고, 부력 때문에 잠깐이라도 정신을 팔면 이리저리 엉킨 머리끈처럼 우스꽝스러운 자세가 만들어졌다.

    그런 필자가 코로나 직전인 2020년 1월, 이번에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보홀에 가게 됐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딴 뒤 호주, 팔라우, 피지 등 세계의 다이빙 스폿을 찾아다니던 어머니의 이번 행선지는 보홀이었다. 이참에 너도 짠맛(?) 좀 보라며 바다 속 세상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어머니의 말을 듣다 보니, 그리 황홀하다는 바닷속이 대체 어떤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홀린 듯 비행기 표를 예매한 뒤, 바로 다음 날 보홀로 향했다.


    Bohol, PANGLAO

    보홀은 세부 근교의 섬으로, 석양이 아름다운 해변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섬이다. 보홀 남부에 위치한 작은 섬 팡라오는 아름다운 알로나 비치를 시작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등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은 곳이다.

    세부에서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는 팡라오로 향하는 직항을 선택했다. 도착한 첫날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천천히 휴식을 즐겼다. 스쿠버다이빙은 꽤나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취미이고, 감압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여행지에서의 첫날과 마지막 날은 일정을 비우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바닷속 여행에 앞서,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스쿠버다이빙은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의 약자로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다이빙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프로그램

    자격증을 주최하는 프로그램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PADI’이다. 6600여 개 PADI 센터에서 2700만 개 이상의 자격증이 발급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이다. 필자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PADI 자격증 종류

    1. Open Water Diver (OWD)

    PADI의 취미용 자격증 중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을 따면 프로 다이버 없이도 독립적인 다이빙이 가능하다. 다이빙 파트너, 즉 버디를 선택할 수 있고, 수심 18M까지 들어갈 수 있다.

    2. Advanced Open Water Diver (AOWD)

    오픈워터를 자격증을 가진 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수심 30M까지 들어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응급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레스큐, 다이버들을 가르칠 수 있는 프로용 자격증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필자는 필리핀 보홀, 팡라오 섬에 위치한 한인 다이버 숍을 선택했다. 자격증을 딴 뒤 바다에서는 다이버만의 제스처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느끼기 어렵지만,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이론 수업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한인 숍을 선택했다. 보홀의 태양 덕분인지 까맣게 탄 피부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줄리’ 강사님이 나의 선생님이었다.

    자격증 취득 과정은 일반적으로 오픈 워터는 3일, 어드밴스드는 2일에 걸쳐 진행된다. 개인의 컨디션과 체력, 일정에 따라 세부 사항이 변경될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틀은 동일하다.

    사진=언스플래쉬

    첫 번째 날에는 스쿠버다이빙 장비에 대한 설명과 제한수역, 즉 수영장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 넓은 바다에 나가기 전, 수심 5M 정도의 수영장에서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버디와 함께 다양한 실습을 진행한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개방 수역, 바다에 나가 실제로 다이빙을 진행한다. 교육을 함께하는 버디 1명과 줄리 선생님, 그리고 필자까지 총 3명이 함께 바다에 들어갔다. 제한 수역에서 배운 마스크 물 빼기, 호흡기 찾기, 중성부력, 이퀄라이징 등 다양한 학습을 바다에서 진행한다.

    최소 4회 다이빙과 마지막 날의 이론시험을 통과하면 교육이 종료되며, 오픈 워터 자격증을 발급한다. 이후 진행되는 어드밴스드 교육 과정을 따라 2일 동안 딥 다이빙, 조류 다이빙, 수중에서 나침반을 이용한 항법 등들을 학습하면 어드밴스드 자격증이 발급된다.

    자격증 수업을 통해 다양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날짜와 수심, 수온, 안전 정지 시간 등 다이빙에 대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로그북을 작성하는 방법도 배운다. 초보 다이버라면 로그북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다이빙 컴퓨터를 차고 바다에 들어가면 시간과 현재 수심, 안전 정지 시간 등을 알려주니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선택한 이들은 구매해 보는 것도 좋겠다.

    바다를 즐기기에 18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오픈 워터 자격증으로도 충분하지만, 다양한 바다 생물, 난파선 등 수심의 제약 없이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싶다면 어드밴스드 자격증까지 따는 것을 추천한다.

    30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획득했다면 이제는 세계의 넓은 바다를 누빌 차례다. 어머니가 틈만 나면 자랑했던 그 바다는 어떤 풍경을 간직하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호흡기를 물었다.

    필자는 보홀의 발리카삭에서 펀 다이빙을 진행했다. 발리카삭은 팡라오 근처에 있는 섬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이다. 알록달록한 산호를 시작으로 다양한 물고기, 거북이는 기본. 운이 좋다면 필자처럼 잭피쉬 떼 사이에 껴 그들의 항해에 함께할 수도 있다.

    발리카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수면 위 태양에 빛나 반짝이는 잭피쉬의 아가미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물고기 떼와 탁 트인 바닷속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아직 초보 다이버인 필자는 어머니 옆에 나란히 붙어 멋진 경관을 함께했다. 지상에서는 나눌 수 없는 교감을 한 것이다.

    바닷속이 조금 익숙해지면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도 있다. 산호에 닿지 않게 중성부력을 잘 유지한 다음, 물방울이 나오지 않게 숨을 참고 포즈를 취하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여유가 된다면 바닥에 엎드린 자세에서 벗어나 바다가 내 안방인 마냥 편한 자세를 유지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다는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답지만, 매번 물고기나 산호를 찾기보다는 고개를 돌려 수면을 바라보는 것을 추천한다. 햇빛에 반짝이며 출렁이는 수면을 상상해 보라. 그 어떤 컴퓨터 그래픽, 그림보다 영롱하고 찬란한 물결을 포착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떨어지는 유성우처럼 더욱 찬란한 풍경을 자아낸다. 스쿠버다이빙 덕분에, 비 오는 날 수면이 참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몹쓸 전염병으로 해외에 나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는 힘들지만, 바닷속을 구경하기에는 국내도 나쁘지 않다. 제주도 남쪽의 범섬, 문섬, 섶섬은 해외 못지않은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문섬과 그 옆의 새끼섬에서는 아름다운 산호와 난파선 등 오색찬란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닷가를 따라 많은 다이빙 숍들이 위치해 있으니, 흥미가 있다면 국내에서 자격증과 다이빙을 경험하는 것도 추천한다.


    멋지게 펼쳐진 보홀의 월을 탐험하다, 문득 그 반대편의 풍경이 궁금해 고개를 돌려 저 너머의 바닷속을 본 적이 있다. 코앞에 짙은 푸른색 종이를 들이민 것처럼 단조로운 바닷속은 마치 우주와 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아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위와 아래를 구분할 수 없는 느낌.

    그러다 푸른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는 흰색 부유물 하나에 초점을 맞추면, 세상에 그 작은 점과 나 하나만 존재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아마 이 오묘하고 이상한 감정을 글로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정말 바닷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르는 이야기이니.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지구상에서 처음 생명이 잉태된 곳이며, 우리 인류가 아직도 다가가지 못한 미지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니 살면서 짙고 광활한 바다에 작은 숨 한 번은 불어넣어 보아도 좋지 않을까. 울렁이는 수면 밑을 향해 숨을 후 내뱉고 가라앉으면, 태초의 생명을 간직한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저 깊은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 유신영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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