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뉴욕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온 감각으로 깨닫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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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감만족 세계여행 ::

    잠들지 않는 도시

    그곳에서 깨어난다면,

    뉴욕 NEW YORK

    사진 = 언스플래쉬

    어떤 이들은 이 도시를 끔찍이도 사랑한다. 구석구석 인파와 노란 택시로 가득 찬 거리마저도 뉴욕의 일부분이라며 흡족해한다. 어떤 이들은 이 도시를 끔찍하게도 여긴다. 지하철의 찌든 내며 악명 높은 물가, 복잡한 러시아워에 한숨을 내쉰다. 늦은 저녁까지 꺼지지 않는 타임스퀘어의 밝은 빛을 찬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밤새도록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가 질리도록 시끄럽다고 격앙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뉴욕이 미국 내에서 가장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라거나, 인구가 몇 명이고 기후가 어떻다던가 하는 말은 어렵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가진 이미지를 온전히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 언스플래쉬

    이번 ‘오감만족 세계여행’ 뉴욕 편은 무엇보다도, 뻔한 줄만 알았던 뉴욕의 로망을 당신의 마음속에 새롭게 각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각, 감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넘어 육감까지. 그토록 사랑받고 또 천대받는 뉴욕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당신도 한번 느껴보는 건 어떨까.

    사진 = 언스플래쉬

    뉴욕 New York

    빅애플, 고담, I love newyork, 메트로폴리탄, 아메리칸드림, 자유의 여신상..

    역설적이다. 뉴욕을 표현할 단어들이 너무 많아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다. 매일이 낮같은 밤과 밤 같은 낮으로 1년을 채우는 바쁜 도시, 복잡한 빌딩들 가운데 푸르른 숲과 호수가 존재하는 빌딩 숲, 도시면서도 세계인 장소. 뉴욕은 그곳에 모인 수많은 인종만큼이나 여러 가지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도시이며, 다양한 만큼 개성을 존중해 주고, 그만큼 차가운 도시다. 뉴욕의 매력은 이 많은 수식어가 이상하지 않게 어울리는 데에 있다. 그러니 한 마디로 뉴욕을 정의하자면 이렇다.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


    시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at’s all

    사진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드라마를 나열하자면 얼마나 많을까. 영화나 드라마뿐 이면 다행이다. 게임이며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등등.. 만만한 게 뉴욕이다. 우스갯소리로, 세상 모든 사고는 뉴욕에서 시작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사진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뉴욕을 나타낸,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이 영화는 단연 많은 이들의 마음속 첫 번째인 듯하다. 노란 택시와 빛바랜 거리, 높은 빌딩만을 봐도 가슴이 설레니까. 이 영화는 사실 조금, 어쩌면 조금 많이 유치하다. 촌스럽던 주인공이 뉴욕의 제일 잘나가는 잡지에서 명품을 가득 걸치는 세련된 여성이 된다는 이야기는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에 귀여운 여인을 조금 섞은 느낌. 자신의 꿈을 위해 초심을 잃기 전 불현듯 나온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 영화가 주는 흔한 교훈이다.

    사진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

    그러나 누가 이런 이야기를 싫어하겠는가.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는 내용을. 뉴욕이라는 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나 기대도 그렇다. 이 도시에서는 무엇이든 꿈꾸고 할 수 있다는 생각. 당신이 미란다가 되고 싶어도, 앤드리아가 되고 싶어도, 하다못해 에밀리나 네이트가 되고 싶다고 한들 이곳에서는 그 어떤 누구도 무엇도 ‘넌 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감각 포인트 하나. 마치 주인공 앤드리아가 된 것처럼 뉴욕을 느껴보자.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상사’에게서의 전화는 빼놓고. 길거리를 런웨이처럼 걷는 앤드리아를 한 시간 반 동안 보면 나도 모르게 뉴욕의 빛바랜 길가며, 바쁜 사람들, 빵빵거리는 도로가 익숙해질 테니.


    청각

    뉴욕에서의 하루로 채워진

    플레이리스트

    아침부터 밤까지

    뉴욕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또 가수와 제목은 잘 몰라도 ‘뉴욕-!’을 외치는 노래만은 아는 사람들도 즐비하다. 수많은 명곡이 존재하지만 단 4곡을 엄선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기자가 달아놓은 약간의 사족을 즐기며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뉴욕에서의 하루도 완성.

    Suddenly I See :: 이른 아침, 어느 스트리트의 길거리를 바쁘게 지나치며

    KT Tubstall

    뉴욕의 아침은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직장인의 환상과 꽤 닮아있다. 뜨거운 커피 한 잔과 바쁜 발걸음, 교차로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 붐비는 델리와 도로에 가득 찬 노란 택시들. 그토록 차갑고 바쁜 도시로 악명 높은 뉴욕이건만 어쩐지 따뜻한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니다.

    모험을 시작하듯 박진감 넘치는 멜로디를 듣다 보면 꼭 뉴욕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던, 좌충우돌 바쁘던 어느 시기가 떠오른다. 시작을 하던 설렘처럼 뉴욕에서의 오늘이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느 길거리를 걸으며, 어떤 점심을 먹을지 모를 온통 미지수의 일로 가득 차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해보자.

    아, 이 노래는 방금 시각 편에서 소개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OST이기도 하다. 영화를 미처 보지 못했다면 해당 영상으로 바쁜 뉴욕의 아침을 잠시간 느껴보자.

    New York, New york :: 느지막한 오후,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Frank Sinatra

    뉴욕 센트럴 파크, 사진 = 언스플래쉬

    바쁜 아침을 마치고 느지막한 오후. 온통 바쁜 도시에서 여유를 즐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잠시 센트럴파크에 앉아 햇볕을 쬐거나,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시간 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무엇이든 빠르게 지나가는 뉴욕이라 오히려 잠시간의 멈춤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롭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을 듣다 보면 바쁜 아침엔 모르던 이 도시의 로맨틱한 면을 몰래 알아버린 듯도 하다.

    Empire State Of Mind, New York State of Mind :: 결코 어둡지 않은 도시의 밤, 야경을 바라보며

    JAY-Z, Billy Joel

    이 노래가 뉴욕을 이야기하는 데 빠질 수 없다. 콘크리트 정글에서 외치는 뉴욕, 제이지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그리고 빌리 조엘의 ‘뉴욕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사진 = 언스플래쉬

    야경이 아름답지 않은 도시는 어디 있겠냐마는, 뉴욕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사심을 가득 담아 말한다. 질세라 저마다 솟은 빌딩들, 칸칸이 빛나는 사무실 불빛들이나 흐르는 차들의 빛 물결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상념들이 사라진다. 이토록 넓은 도시를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다는 감격에 새삼스레 코가 찡해지기도 하니 쿨한 ‘뉴요커’가 되기는 조금 그른 듯도 싶지만, 뭐 어떤가.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 아름다운데.

    All The Things You Are :: 하루의 끝, 재즈 바에 앉아

    사진 = 언스플래쉬

    이 도시에서 하루를 보낸 일 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쉴 가치가 있다. 마음이 차분히 내려앉는 재즈, 밤보다 어두운 재즈 바와 그보다 조금 더 쌉쌀한 위스키 잔. 송골히 맺힌 유리컵 위의 물방울을 그러쥐는 찬 감각을 살리며 지금 앉아있는 이 자리만큼은 나만을 위한 자리임을 온전히 느끼는 밤을 보내보자. 미끄러지듯 음이 튕겨져 나올 때마다 느껴지는 안정감, 연주자의 미간에서 보이는 기분 좋은 열중, 발랄한 피아노 소리가 오늘 하루와 함께 어우러진다.


    후각

    프라고나르

    데렉 램 10 크로스비

    DEREK LAM 10 CROSBY

    뉴욕의 향을 직관적으로만 생각하자면 사실,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다. 전날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와인의 숙취로 피곤한 와중 들이키던 커피 한 잔이나, 지하철의 코를 찌르던 악취가 더 익숙할 테니까. 그러나 좀 더 우리의 잊힌 ‘로망’을 깨워줄 향이 여기에 있다. 내가 원하는 향을 직접 만들 수도, 잘 만들어진 뉴욕의 향을 느낄 수도 있으니 뭐든 좋다.

    스며드는 추억을 되새기며, 프라고나르

    사진 = 언스플래쉬, 직접 촬영

    뉴욕을 이야기하는데 프랑스 브랜드인 ‘프라고나르’ 가 나오는 점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점은 ‘국적’보다는 상상의 실현에 있다. 프라고나르는 프랑스의 거대한 향수 산업 단지, 향수 공방을 원조로 하는 만큼 다양한 향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내가 생각하는 향을 실현하는 일에도 제격이라는 점.

    도시를 다녀간 사람들 만큼이나 가지각색, 저마다 각기 다른 뉴욕의 향을 갖고 있겠다. 기자가 생각하는 뉴욕의 향은 차갑고 매끄럽지만 동시에 은은히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추운 겨울 빌딩 사이에 몰아치는 바람은 살이 에이도록 아팠고 뭐든 관심 없다는 태도는 쿨하다 못해 차가웠다. 그러나 사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도시의 말 수 없는 배려들, 온통 감각을 일깨우던 그림들, 사람들, 풍경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말았다. 어렵다 못해 추상적인 기억과 추억을 한 층 한 층 세심히 쌓아올려 ‘나만의 향수’를 만들었다. 허공에 향을 휙, 뿌렸더니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뉴욕의 추억이 생겨난다.

    ※프라고나르 조향 클래스 : 잠실 롯데월드몰 프라고나르 매장, 1인당 7만원

    살아 숨 쉬는 도시의 생동감, 데렉 램 10 크로스비

    사진 = 데렉 램 크로스비 홈페이지

    데렉 램 10 크로스비는 한국에는 다소 생소한 디자이너, ‘데렉 램’이 만들었다. 그는 90년대 마이클 코어스의 조수로 일하기 시작해 2003년 자신만의 상표를 만들었다. 뉴욕의 향으로 데렉 램의 브랜드를 꼽은 제일 중요한 이유. 데렉 램은 맨해튼 그래머시 파크에 살고 있다. 뉴욕에서 온전히 삶을 사는 사람이 보는 도시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소호거리, 사진 = 언스플래쉬

    브랜드 이름의 ‘크로스비’ 스트리트는 뉴욕 소호에서 가장 힙한 거리이자 디자이너 데렉 램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다. 바로 그 크로스비 스트리트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스토리를 바탕으로 향수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살아 숨 쉬는 도시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긴 하루의 끝, 무언가 일어날지 가득한 기대의 순간을 담은 ‘기브 미 더 나이트’. 뉴욕의 순수하고 고요하며 평화로운 순간을 담은 ‘사일런트 스트리트’. 아침 햇살이 도시의 콘크리트에 말갛게 피어오르는 순간의 ‘홀드 온 미’ 등. 이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순간들이 향 안에 가득하다.


    미각

    할랄 가이즈

    모마 앞서서 먹던 추억

    어반북스의 여행 잡지 시리즈, 어반리브의 뉴욕 편에서는 뉴욕의 키포인트 중 하나가 ‘특산물이 없는 음식 문화’라고 소개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뉴욕엔 지역 특산물이 딱히 없는 것 같다… 스페니쉬 푸드, 메디테리언 레스토랑, 멕시칸 스트리트 푸드 등 거리에 즐비한 레스토랑들을 보면 마치 월드 푸드 페어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뉴욕스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그냥 원하는 대로 골라 즐기면 된다. 그게 바로 뉴욕이라는 도시를 경험하는 최고의 지름길일 테니 말이다.” (어반리브 뉴욕 편, 28쪽)

    사진 = 언스플래쉬

    맞다. 뉴욕에서 사랑했던 음식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두 국적 미국이 아니었다. 매일 저녁 토르티야에 싸먹는 재미로 식사하던 치폴레는 멕시칸 음식이고, 뉴욕 모마 (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 앞의 할랄 가이즈는 이슬람 할랄 푸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가 하면 인생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 커리는 퀸즈 어딘가에 있던 작은 인도 음식점에서였다.

    사진 = 플리커

    뉴욕만의 맛을 이야기하는 음식들이 뉴욕 전통음식이 아니라는 점은 자칫 ‘김이 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맛을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반가운 소리.

    이태원&강남&홍대에서는 미국 푸드트럭에서 먹던 그 할랄 가이즈를 만날 수 있다. 어쩐지 한국식 스몰 (?) 사이즈는 아쉽지만 맛은 거의 흡사하다. 고소한 주황색 쌀알이나 수북한 고기, 야채와 화이트 & 핫 소스를 잔뜩 비벼서 먹는 맛. 아, 물론 길거리에서 삼삼오오 서서 먹던 그 무드는 아쉽지만 뉴욕에서만 낼 수 있다.


    촉각, 그리고 육감

    뉴욕을 상상하며

    나, 뉴욕으로 떠나!

    사진 = 언스플래쉬

    오감만족 세계 여행이건만 촉각이 부족하다. 촉각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가장 보조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다. 대상이 ‘그곳에 위치해야만’ 느낄 수 있으니까. 코로나19로 뉴욕은 물론, 집 앞 카페도 가기 어려운 요즈음 뉴욕의 촉각을 그대로 느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진 = 언스플래쉬

    시각 편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열심히도 뛰어다니는 앤드리아를 보며 옷장 속 옷들 중 뉴욕에 입고 가면 좋겠다 싶은 좋아하는 옷을 슬쩍 들춰보자. 그런가 하면 뉴욕에서의 하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잠시 뉴욕에서 들르고 싶은 곳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명작 뮤지컬이 가득 펼쳐진 브로드웨이도 좋고, 잠들지 않는 타임스퀘어도 좋다.

    사진 = 언스플래쉬

    간판보다는 푸른빛 회색 벽이 사방인 빌딩 숲에 있는 것처럼, 왠지 5번가 거리를 걸었던 것처럼. 어느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가벼운 잡담을 나눈 기억을 되살리며, 뉴욕의 야경을 멍하니 바라봤던 어느 날처럼. 귀여운 상상을 펼치다 보면 조금이면 어느새 뉴욕이 그리워질 테니까.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싶을 테다. 나, 뉴욕으로 떠나!

    사진 = 언스플래쉬

    Start spreading the news, I’m leaving today

    소식을 퍼트리기 시작해, 나 오늘 떠나

    I want to be a part of it – New York, New York

    나는 한 부분이고 싶어 – 뉴욕, 뉴욕

    These vagabond shoes, are longing to stray

    이 방랑자의 신발을 봐, 떠나고 싶어 안달 났어

    Right through the heart of it – New York, New York

    바로 이 도시의 중심을 통해서 – 뉴욕, 뉴욕

    I want to wake up in a city, that doesn’t sleep

    나는 결코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깨고 싶어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뉴욕, 뉴욕 중 한 구절을 남기며 이번 오감만족 세계여행을 마무리한다. 언젠가 결코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깨는 것을 상상하며.


    김지현 여행+ 인턴기자

    취재협조 = 씨이오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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