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좋은 날, 스위스도 울긋불긋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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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체른 산속 리더넨 오두막서

    허브로 정성껏 차려낸 식단 만끽

    취리히는 4번 트램에 오르면

    디자인 명소 콕콕 찍는 나들이

    근교 소도시로 떠나는 빈터투어는

    예술적인 간식으로 박물관 피크닉

    하늘빛이 곱다. 창문을 열어보니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계절이다. 유럽의 스위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산과 들로는 여름내 쨍쨍 내리쬔 햇살을 고이 품었다가 오묘한 빛깔의 노랑과 빨강, 주홍으로 가을 내음을 마음껏 발산하는 단풍이 곱디곱다. 스위스 사람들이 산과 들판에서, 그리고 도시 한복판으로 가을을 찾아 나서는 방법을 실제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소개한다. 물론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눈으로라도 잠시나마 시원함을 만끽하자. 올해 못 가면 내년에 가면 된다.

    1. 루체른 호수 지역의 산속 허브

    리더넨(Lindernen) 오두막.

    스위스에서 식도락 즐긴다 하는 사람은 꼭 찾는 오두막이 있다. 매년 4500명이 찾는 리더넨(Lindernen) 오두막이다. 숙박을 하지 않는 방문자까지 따지자면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루체른 호수 동쪽 끝자락을 이루며 우리(Uri) 호수에 있다. 가을을 머금은 풀 내음과 서늘한 흙내와 함께 아로마 짙은 허브와 야생화가 가득하다. 돌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여기에서 독특한 파인 헛 다이닝(fine hut dining)을 체험할 수 있다.

    산장지기 부부 이렌느와 피우스.

    산장지기 부부는 리더넨알프(Lidernenalp)로 향하는 모험을 떠났다. 비즈니스 계획도 하나 없이, 불타오르는 에너지와 새로운 아이디어만 갖고 말이다. 이렌느(Irène)가 풍성한 식사로 손님들을 대접하는 동안, 피우스(Pius)는 나무나 돌과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한다.

    이렌느는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라면 뭐든지 요리에 사용한다. 돼지풀은 그녀가 즐겨 쓰는 재료 중 하난데, 큼직하고 향이 짙은 식물로, 채소 라자냐나 키쉬에 잘 쓴다. 수프에는 파슬리 대신 마스터워트(masterwort)라는 미나릿과의 다년초를 쓴다. 분홍바늘꽃(willowherb)은 전통적인 리더너 플래터에 화려한 색채를 흩뿌리고, 민들레꽃은 시럽으로 변모해 홈메이드 판나코타를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이 들판에서 나는 야생 허브는 참 다채롭고 생기 넘치죠.” 이레네가 말한다.

    수년에 걸쳐 공들여 손본 오두막은 캐릭터를 잃지 않는 선에서 현대화됐다. 이로써 메뉴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되었다. 부부는 “오두막 요리”에 무엇을 더하면 미식 체험이 되어줄지 금세 알아차렸다. “뭐든지 신선하게 요리하죠. 재료 대부분을 이 지역에서 공수하거든요.” 피우스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해발고도 1,700m 위에서의 생활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1992년부터 이 커플은 매년 여름을 이곳 들판에서 보낸다. 겨울에는 주말만 찾는다. 이 오두막은 이 부부의 세 자녀에게 아늑한 집이 되어주었다. 서늘한 가을은 리더넨 오두막을 찾아 들판이 만들어 내는 자연의 품속에 안겨 특별한 정찬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슈비츠(Schwyz) 칸톤에 있는 리멘슈탈덴(Riemenstalden) 계곡에서 케이블카를 타거나 하이킹으로 찾아갈 수 있다.


    2. 취리히의 세련된 가을, 디자인 투어.

    취리히는 우리에게 교통의 요지이자, 스위스 최대의 도시로 익숙하지만, 아트와 디자인 분야에서도 명성이 높다. 이런 취리히를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트램이 있다. 바로, 4번 트램이다.

    취리히의 디자인 투어는 중앙역에서 시작된다. 스위스 기차역의 아이콘과 같은 시계는 한스 힐피커(Hans Hilfiker)가 디자인했다. 디자인 학도들에게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디자인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시각 예술가인 부리(Burri)가 1939년 스위스 국립 전을 위해 디자인한 란디(Landi) 벤치는 도심 곳곳에 있다. 스위스 타이포그래피의 명성을 대표하는 폰트, 헬베티카(Helvetica)도 취리히 출신의 디자이너, 막스 미딩어(Max Miedinger)가 만든 것으로, 도시 어디서나 눈에 띈다.

    게슈탈퉁.

    취리히의 디자인 박물관인 무제움 퓌르 게슈탈퉁(Museum für Gestaltung)의 디렉터인 크리스티안 브랜들레(Christian Brändle)는 “취리히는 디자인과 건축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꿈의 목적지”라고 자부한다.

    디자인 박물관은 1875년에 세워졌다. 산업 분야나 제품 디자인, 그래픽, 타이포그래피, 포토그래피, 포스터, 필름, 가구, 패션, 보석, 아트 및 크래프트, 건축, 무대 미술에 관련된 방대한 전시를 두 곳에서 선보인다. 아우스텔룽스슈트라쎄(Ausstellungsstrasse)와 토니-아레알(Toni-Areal)이다. 디자인 박물관은 ‘근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 파빌리옹(Le Corbusier Pavilion) 전시도 관장한다. 여름에만 대중에 공개된다.

    이 세 가지 전시를 편리하게 이어주는 것이 바로, 4번 트램이다. 옛 산업지대를 복원한 취리히 서부지역에 있는 토니-아레알에서 4번 트램을 타면 아우스텔룽스슈트라쎄를 거쳐 취리히호숫가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 파빌리옹까지 간다.

    프라이탁(왼쪽)과 쉬프바우.

    그 외에도 4번 트램은 프라이탁(Freitag) 플래그쉽 스토어, 옛 조선소를 개조한 문화공간인 쉬프바우(Schiffbau), 옛 철교를 개조해 만든 쇼핑몰 임 비아둑트(Im Viadukt), 옛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예술 공간 뢰벤브로이 아레알(Löwenbräu Areal), 그 안에 자리한 미술관 쿤스트할레(Kunsthalle)와 미그로(Migros) 현대 미술관, 취리히 국립 박물관, 리마트(Limmat) 강가에 자리한 현대 전시관 헬름하우스(Helmhaus), 다다이즘(Dadaism)이 탄생한 카바레 볼테르(Cabaret Voltaire), 취리히 시립 미술관(Kunsthaus Zürich),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를 한 번에 이어주는 명실상부한 디자인 & 문화 노선이다.

    트램에 오르내리며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고, 미술관 카페나 정원에 앉아 아름다운 단풍과 짙푸른 하늘 아래 여유 부리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 트램 투어로 예술과 문화에 흠뻑 젖어볼 수 있다.


    3. 예술과 가을의 조화, 빈터투어

    취리히에서 멀지 않은 도시, 빈터투어는 아트, 역사, 자연을 고루 갖춘 소도시다. 매력적인 구시가지에는 가게와 카페, 장터가 어우러져 생기를 불어넣는다. 문화와 자연이 만나는 도시로, 취리히 시민들도 가을이면 미술관 나들이를 위해 즐겨 찾는다. 단풍 곱게 든 아름드리나무로 둘러싸인 박물관이나 공원에 앉아 호젓한 가을을 만끽하기 좋다.

    빈터투어의 가을.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빈터투어의 장터는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디아나 노이버(Diana Neuber)는 빈터투어의 문화적 유산에서 끊임 없이 영감을 받는 예술 애호가다. 독일 출신의 노이버는 초록 도시 빈터투어와 13년 전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예술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그녀는 전 세계 박물관과 갤러리를 즐겨 찾는다. 당연히 빈터투어의 예술적 면모에 빠져들었다. “빈터투어는 참 살기 좋은 곳이에요. 대도시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굉장히 사적인 도시죠.”라고 노이버는 말한다.

    노이버를 비롯해 빈터투어 시민들이 겨울이 오기 전에 매주 빠지지 않고 꼭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매주 서는 장이다. 그림 같은 구시가지에 있는 슈타인베르크가쎄(Steinberggasse)에서는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장이 선다. 보통 5월부터 10월까지만 야외 장이 서기 때문에, 가을은 장터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역사 서린 가옥, 좁다란 골목, 매력적인 분수대가 장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장에서는 근거리에서 생산된 유기농 채소와 천연 제품을 살 수 있다. 구시가지 전체가 차량 진입 금지 구역이라 더 호젓하게 장을 볼 수 있다.

    빈터투어의 골목.

    ‘초록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빈터투어의 가을은 여름의 초록만큼이나 짙은 색채를 다채롭게 뿜어낸다. 과거 산업 도시였으나, 공원과 정원이 많은 만큼 도시 곳곳에서 가을을 피워낸다. 시립 공원이 구시가지에서 가까운데, 가을날을 고요한 정적 속에서 차분히 맛볼 수 있다. 단풍 고운 나무 아래 여기저기서 독서를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띈다.

    도시 속에 숨겨진 보석이 하나 있다. 바로, 오스카 라인하르트(Oskar Reinhart)의 저택이다. 빈터투어에는 가을 단풍 곱게 둘러싸인 박물관이 많다. 그 중 손에 꼽히는 박물관이 바로, 오스카 라인하르트의 컬렉션이 전시된 저택, 암 뢰머홀츠(Am Römerholz)다.

    오스카 라인하르트의 저택.

    빈터투어 상인 가문의 아들로 태어난 오스카 라인하르트(1885–1965)의 대단한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갤러리 안에서는 거장들의 그림에 둘러싸여 방문자들도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체험이 되어준다.

    빈터투어 주민들은 박물관 감상 후에 박물관 정원에 앉아 소풍을 즐긴다. 울긋불긋한 과수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박물관 속 작가를 주제로 만든 간식거리로 꽉 채운 바구니가 피크닉을 완성한다.

    ※ 사진 제공 = 스위스 정부관광청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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