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PICK] 70년대 타워팰리스에 생긴 시크릿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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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투프로젝트갤러리

    1960~1970년대에도 ‘타워팰리스’의 인기를 능가했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있었다. 서울 종로에 자리한 ‘세운상가’와 ‘낙원상가’ 그리고 서대문구의 ‘유진상가’이다. 한때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주거 공간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쇠락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건물 곳곳에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철거 위기까지 겪은 아파트도 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하나둘씩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주 비밀스러운 장소와 갤러리, 뉴트로 상점들이 생겨 눈길을 끌고 있다.


    세운상가 충무로살롱

    세운상가(좌) ⓒ세운상가시장협의회 / 충무로살롱(우) ⓒ비투프로젝트갤러리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이자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고(故) 김수근씨의 작품이다. 작년 6월 이곳에 비투프로젝트갤러리의 복합문화공간 ‘충무로살롱’이 문을 열었다. 많은 장소 중에 충무로 세운상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비투프로젝트갤러리의 권용식 공동 대표는 문화유산이나 다름없는 건축물이라며, 서울 구도심에 상징적으로 있는 건물에 안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빈티지 가구와 갤러리를 운영하는 회사의 콘셉트와도 잘 맞아떨어진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비투프로젝트갤러리

    충무로살롱은 외국에 거주하는 작가들이 한국에서 전시회를 할 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외 기간에는 시민들이 예약제로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되었으나 코로나가 끝나면 ‘디자이너의 작업실’이라는 콘셉트로 공개될 예정이다.



    ⓒ비투프로젝트갤러리

    내부는 10평 남짓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좁은 느낌이 없고 다채롭다. 순환하는 동선 구조와 슬라이딩 도어로 개방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컬러는 어두운 청록색 하나로 통일했는데 기품 있으면서도 벽화와 천정이 분절되지 않아 넓어 보인다. 천정고가 3m인 점을 활용해 침실이 있는 복층도 들였으며 모든 설계에서 디자이너의 고민과 센스를 볼 수 있다.


    유진상가 홍제유연



    과거 유진상가(좌) 현재 유진상가(우) ⓒ서울시

    유진상가는 70년대 고급 아파트의 상징임과 동시에 북한의 남침을 대비해 세워진 전초기지였다. 상가 하부에는 홍제천이 흘렀는데 유진맨숀을 지으면서 복개했다. 그런데 작년 7월 ‘홍제유연’이라는 이름으로 5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서울시는 매년 한 곳을 공공미술을 통해 특별하게 바꾸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진상가는 근대화와 냉전의 역사가 반영된 건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후보지였다. 홍제유연(弘濟流緣)은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 의미이며,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서울시

    지하 터널에는 100여 개의 기둥이 가득하며 빛과 영상, 그리고 소리 같은 비물질 작품들로 채워졌다. 고체 예술품이 없는 이유는 홍제천과 상가 하부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다. 구조 특성상 빛이 잘 안 들어오기 때문에 조명 예술은 극적인 효과를 낸다. 하천에 반사되는 한자 조형물과 3D 홀로그램 등이 250m 달하는 구간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출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낙원상가

    솟솟상회와 d/p갤러리

    ⓒ코오롱인더스트리

    낙원상가는 7080의 향수가 묻어 있는 건축물이다. 통기타 열풍이 불던 시절, 예술을 좇던 청춘들이 낙원악기상가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을 아우르는 파라다이스 ‘낙원’을 지향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1층에는 코오롱 Fnc가 운영하는 콘셉트 스토어 ‘솟솟상회’가 있다. 브랜드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뉴트로 분위기로 연출했다. 낙원상가가 과거 7080 사랑방이자 최근 힙스터들의 명소로 사랑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잘 어우러진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내부에는 헤리티지 상품들과 코오롱스포츠 광고들을 연대기 순으로 전시했다. 작년에는 디자인 그룹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해 매장을 꾸미고 배우 공효진과는 ‘리버스 워크샵’이라고 하여 커스텀 이벤트도 진행했다.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매장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나아가고 있다.

     

    ⓒ낙원상가

    4층에는 d/p갤러리가 있다. d/p는 별개의 낙원이라는 의미의 discrete paradise 약자로 개개인들이 모여 낙원을 형성하고 부수는 공간을 지향한다. 콘텐츠는 각종 전시회부터 클래식 콘서트와 워크숍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매번 창의적인 시도와 관객과의 소통으로 방문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글=나유진 여행+에디터
    사진=충무로살롱, 서울시, 코오롱인더스트리, 낙원상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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