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도 갔다는 별 성지, 차박하러 직접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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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luru, Australia

    당신의 첫 은하수를 기억하는가. 누군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꿈같은 풍경일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한국이 아닌 남반구 한가운데에서 본 은하수를 똑똑히 기억한다.

    사막 한가운데, 모든 여행객들이 메마른 땅의 밤을 평화로이 보내고 있을 때 나는 목이 빠져라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짙은 밤하늘에 새로운 차원이 열린 것처럼, 호주의 은하수는 내 머리 위를 가로질러 펼쳐졌다.

    은하수는 그 존재 자체로 낭만적이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한국에서도 이런 풍경을 만나고 싶었다. 문득 TV 속 어느 연예인이 밤길을 달려 도착한 강원도의 산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그곳에서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하며 감탄을 내뱉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곳에 가면 나도 지난날과 같은 별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덕길 428

    안반데기

    안반데기는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해발 1,100m의 고랭지 채소 단지다. 11월 초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배추를 수확한 뒤라 살짝 썰렁한 풍경이지만, 고원 마을인 만큼 탁 트인 풍경이 일품이다.

    안반데기라는 지명을 처음 들어본 사람은 그 뜻이 궁금할 것이다. ‘안반’은 떡을 칠 때 아래에 받치는 넓은 나무 판을 뜻하고, ‘데기’는 평평한 땅을 말한다. 지형의 모양이 떡을 치는 안반처럼 넓고 평평하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하늘이 뻥 뚫린 고원 지대이자, 도시와 멀어 빛공해의 영향도 없는 안반데기는 별을 관측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차박 열풍이 불면서 텐트 없이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스텔스 차박의 성지로도 유명하다. 참고할 사항은 수도 시설이 없다는 것. 마실 물과 휴지, 물티슈를 꼭 챙겨 가야 한다. 있는 것이라곤 재래식과 별다를 바 없는 심플한 화장실 뿐이니, 청결과 편리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라면 마음먹고 가길 바란다.

    하지만 조금 불편하면 뭐 어떠랴. 차박의 낭만과 쏟아지는 밤하늘의 조화만으로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했다. 트렁크에 일용할 양식과 필요한 물품을 싣고, 날씨와 미세먼지 그리고 달의 위상까지 고려해 별을 보기 가장 완벽한 날을 정했다.

    평일 오후에 도착한 덕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차량의 평탄화를 마치고 누워 트렁크를 열어 보니, 그제야 이곳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쌀쌀한 바람과 구름이 걱정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걷힐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올라오기 전 들린 읍내에서 구매한 식사로 배운 채운 후, 시간을 보내며 밤이 오길 기다렸다.

    풍력발전기 옆 플레이아데스성단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차 문을 연 뒤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이게 웬걸.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만이 가득했다. 별을 보기 위해서 3시간을 달려 찾아왔는데. 황급히 날씨 앱을 보니 새벽 3시까지 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카메라를 꺼내 하늘을 담아보려고 애썼지만, 평소라면 밝게 빛날 플레이아데스성단도 간신히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 뿐이었다.

    분명 저 구름 뒤에는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보이는데, 아쉬움만 커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구름이 금방 걷히기를 기다릴 뿐. 그렇게 몇 분에 한 번씩 선루프로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만날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새벽 3시, 졸린 눈을 비비고 차 문을 열었을 때 본 풍경이다. 아직 구름은 남아있지만, 밤의 상황보다는 백배 더 나았다. 아쉽게도 은하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내년 여름에 다시 이곳을 찾을 핑계가 생긴 것이라 여기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구름이 걷힌 이 상황에서 별이 보인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기로 했다. 겨울철 대표 별자리인 오리온자리가 또렷이 보이는 정도이니, 오늘 여행은 성공한 셈이다.

    얼른 스마트폰의 별자리 앱을 열어 별들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오리온 벨트부터 그 밑에 선명하게 빛나는 오리온 대성운, 시리우스까지. 겨울의 대삼각형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별자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도와 하늘을 대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것이 바로 밤하늘을 바라보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위 사진 속 별자리가 궁금한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하늘 속 별자리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물론 재미있지만, 그 속의 이야기를 알면 별과 함께한 오늘의 추억이 더 진해질 것이다.

    오리온자리 밑에 위치한 토끼자리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별자리지만 정확한 기원은 알기 힘들다고 한다. 토끼 사냥을 좋아하는 오리온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라는 설과, 시칠리아 섬에 토끼가 너무 많아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큰 개와 오리온 사이에 두었다는 설이 있다.

    오리온자리 양옆을 지키는 큰개자리작은개자리는 오리온이 사냥을 할 때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라는 설이 유력하다. 얼핏 보면 하나의 직선에 지나지 않는 작은개자리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작은개자리프로시온시리우스보다 10여 분 먼저 하늘에 떠오른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시리우스의 출현으로 나일강의 홍수를 안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보다 먼저 나타나는 프로시온을 보고 홍수를 예측했다고 한다.


    방향을 돌려 플레이아데스성단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위 사진 우측 하단에 모인 점들의 집합이 바로 플레이아데스성단이다. 7개의 밝은 별들이 모여있는 산개성단인데, 그 속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냥꾼 오리온을 피해 도망가다 별이 되었다고 하는 “일곱 자매의 별”로 알려져 있다. 성단 기준 좌측에 위치해 성단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오리온을 보면 그 이야기가 납득이 갈 것이다.


    위 사진에서도 아까 만났던 작은개자리오리온자리를 볼 수 있다. 사진에서 가장 선명하게 담긴 것은 플레이아데스성단인데, 황소의 어깨 위에 있는 만큼 황소자리에 집중해 보는 것이 좋다. 마차부자리를 향해 쭉 뻗은 뿔과 알데바린을 중심으로 연결된 황소의 얼굴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위에 하반신이 살짝 담긴 쌍둥이자리황소자리와 함께 황도 12궁에 속한다. 쌍둥이 형제인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우애에 감동한 제우스가 이를 기리기 위해 만든 별자리라고 한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는 북쪽 밤하늘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익숙한 별자리가 보일 것이다. 위쪽을 향해 치솟아 있는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또렷하게 담겼다. 잘 알다시피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의 일부인데, 곰의 배부터 꼬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을 기준으로 곰의 머리가 위쪽을 향해 있다.

    북두칠성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북극성카시오페이아다. 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열심히 되살려 보자.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가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 사진의 왼쪽 너머 보이지 않는 카시오페이아가 머릿속에는 떠오를 것이다.

    별들의 궤적을 보면 북극성의 존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북극성은 천구의 북극점에서 0.7도 떨어져 있어서, 눈으로 보았을 때 북극성은 밤하늘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예전부터 방위의 기준이 되어 항해자나 길을 찾는 모험가의 친근한 친구로 불렸다. 오늘만큼은 텅 빈 주차장에서 분주하게 하늘을 담는 필자의 곁을 지켜준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새벽 3시부터 동이 틀 때까지, 쉬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별빛을 담으려 애썼다. 하늘이 짙은 남색에서 푸른색이 될 때까지 우주가 보여준 이야기를 곱씹었다. 별에 이름을 붙이고 별자리를 만들어 그 속에 멋진 이야기까지 꾹꾹 눌러 담다니. 누군가는 억지라며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당시엔 그 어떤 영화보다도 낭만적이었으리라.


    가늠할 수 없는 먼 거리에서부터 쏘아진 별빛이 지구에 닿은 풍경은 실로 아름답다. 초월적인 거리를 달려 도착한 빛은 그만큼 과거의 것이지만, 그 시차로 밤하늘을 수놓는다.

    사실 각자의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별이니 은하수니 하는 풍경들은 잊고 살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해도 우주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고단했던 어느 하루에는 우주가 당신을 위로할 수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글·사진 = 유신영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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