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먼저 만나는 봄] 장흥에서 발견한 봄의 단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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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찍은 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전남 장흥’ 하면 보통 여름을 떠올린다. 매년 50만명이 찾아와 즐기는 ‘정남진 물축제’ 영향이 크다. 반대 경우도 있다. 코끝이 찡하게 추운 겨울 장흥이 생각나는 이유는 딱 하나. 매생이 때문이다. 생애 첫 매생이를 본고장 장흥에서 먹었다. 코끝이 떨어질 것만 같이 추웠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찾아간 허름한 식당에서 입천장 홀라당 데인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보드라운 실타래가 목구멍을 ‘꿀렁’하고 지나갔다.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넘어가는데, 뱃속부터 온기가 스며들더라. 그때부터였다. 날이 추워지려 하면 그날 장흥에서 마주한 매생이탕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서울에서도 몇 번 시도했지만 장흥에서 먹은 맛에 반도 못 따라간다.

    장흥은 매생이의 본고장이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매생이 45% 정도가 장흥산이다. 매생이는 바다 수온이 떨어지는 12월 중순부터 3월까지 수확하는데, 장흥에서도 옹암리 내저마을에서 난 매생이를 최고로 친단다. 장흥에서는 매생이를 넣고 굴국, 떡국을 끓여 낸다. 굴과 매생이가 제철을 맞는 것도 겨울, 떡국을 먹는 계절도 겨울이니 나에게 장흥은 영락없는 겨울여행지였다.


    천관문학관 앞에서 본 올해 첫 꽃. 그윽한 매화향이 진동을 했다.

    2월 중순 장흥을 찾았다. 겨울을 기대하고 떠났는데, 웬걸 장흥은 벌써 봄의 한복판이었다. (13~14일 장흥의 낮 기온은 15도를 육박했고 최저 기온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희한하게 딱 이틀만 그랬고 직후 바로 영하권으로 온도가 다시 내려가고 전국적으로 그랬듯 흰 눈이 펑펑 내렸다.) 굴이나 매생이, 갯것들은 겨울의 맛이 분명한데 내 몸을 휘감은 기운은 봄의 그것이 확실했다.

    ※ 올봄 장흥에 꼭 가야 하는 이유 ※

    해는 여름도 겨울도 아닌 꼭 봄에 장흥 땅을 밟아볼 일이다. 장흥군은 2020년을 해동사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동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해동사는 지난해 12월에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91호로 지정됐다. 사당을 건립한 건 장흥에 살던 안홍천씨다. 안홍천씨는 죽산 안씨이고 안중근 의사 본관은 순흥으로 성만 같다뿐 아무 연고가 없다. 안홍천씨는 국내에 안중근 의사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 없다는 걸 안타깝게 생각해 1955년 사당을 만들었다. 사당 내부에는 안중근 의사 영정 2점과 친필유묵 복사본이 보관돼 있고, 정면에는 위패와 영정사진이 있다. 지금까지는 죽산 안씨 시제를 지내는 음력 3월 12일 제사를 지냈는데, 순국 11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날인 3월 26일에 제사를 지낸다.



    제야 정남진 전망대에 왜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는지 이해가 된다. 황금빛 전망대 아래 광장에 왼손을 앞으로 뻗은 안중근 의사 동상이 있는데, 뻗은 손을 쭉 따라가면 하얼빈이 나온다고 한다. 10층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올 땐 꼭 계단을 이용하길. 8층 북카페, 7층 문학영화관, 6층 추억여행관, 5층 축제관, 4층 장흥 이야기관, 3층 특별전시관 등 장흥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졌다.






    2011년 개관한 정남진 전망대는 지상 46m 높이로 꼭대기에 오르면 득량만 주변 섬들을 볼 수 있다. 이날 하늘은 변화무쌍했다. 전날 한껏 비를 뿌린 구름이 득량만을 빠져나가다가 천관산 꼭대기에 발목을 잡힌 모양이다. 우락부락 삐쭉삐쭉 솟은 바위에 포근한 구름 모자가 앉았다. 산과 산 사이를 채운 들엔 보리가 자라나 온통 푸르렀다. 바다엔 물비늘이 바람을 타고 살랑거린다. 봄인가 싶다. 간밤에 내린 비는 봄비가 맞았나보다.

    드론으로 촬영한 정남진 전망대


    정남진 전망대 카페에서 바라본 득량만 풍경.

    흥의 봄은 억불산 편백숲에도 잔뜩 내려앉았다. 40년생 이상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면적 100ha를 가득 채운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숲 체험 복합 공간이다.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숙박시설은 물론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및 생태건축 체험장, 숲 치유의 장, 말레길 등이 조성돼 있다.








    ※ 이청준 생가는 항상 눈 속이어라 ※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그가 시상식에서도 밝혔듯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미국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였다. 장흥에도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사람이 있다. 소설가 이청준이다.

    진면 진목리엔 소설가 이청준이 살았던 생가가 있다. 이 집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소설이 그의 대표작 『눈길』이다. 이청준이 어린 시절 살던 이 집은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 가세가 기울어 다른 집에 팔렸다. 광주에서 유학하던 이청준 작가가 소식을 듣고 곧장 고향집을 찾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걱정할까봐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하룻밤 집을 빌렸다. 옷궤와 평소 덮고 자던 이불도 방에 가져다 놓고 아무 일도 없는 척 멀리서 온 아들을 방에 재웠다. 다음 날 아침 눈이 소복하게 쌓인 산길을 걸어 아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 눈물을 흘렸다는 노모의 이야기는 작가가 직접 겪은 일이다.

    저 어릴 때만 해도 장흥에 눈이 엄청 내렸어요.

    희한하게 언제부턴가 눈이 안 내리네.

    소설 속에 나오는 정류장도 지금은 없어졌어요.

    그 자리에 지금 식당이 하나 생겼지.”

    김미순 해설사의 말

    가에서부터 이름도 없는 동네 뒷산을 넘어 포항저수지를 지나 대덕중학교 근처 삼거리 정류장까지 약 4.6㎞의 길에는 ‘눈길 문학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김미순 해설사의 손끝을 따라 길을 더듬어봤다. 아쉬운 대로 소복하게 눈 덮인 풍경을 떠올렸다. ‘실제로 눈이 내렸으면 더 좋았으련만’ 멀리서 찾아온 여행자의 푸념을 들었을까. 우리가 다녀가고 난 후 장흥엔 눈이 내렸다.


    설 속 주인공처럼 이청준은 어릴 때 꽤 부유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점점 기울었다. 이청준은 중학교 때부터 광주로 유학을 갔다. “광주에서 더부살이 시켰어요. 한번은 어머니가 고향을 찾은 아들에게 줄 돈은 없고 게를 잡아다 챙겨줬어요. 주인집에 가져다주라고. 당시 장흥에서 광주까지 7~8시간 걸렸는데, 가는 동안 게가 다 상해버린 거예요. 집주인이 썩은 게가 잔뜩 담긴 자루를 받자마자 내다렸어요. 이청준 작가는 생전 그 ‘게 자루 사건’을 몇 번이나 곱씹으면서 유명해지더라도 절대 군림하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대요.”

    가는 2005년에 장흥군에서 사들였다. 집에 들어서면 현판을 잘 살펴보자. 이청준 작가가 직접 그린 친필지도가 붙어있다. 자기가 쓴 소설에 등장한 배경지를 꼼꼼히 담아 간략한 지도로 만들었다.

    낙조가 아름다운 한승원 문학산책로

    청준과 더불어 장흥을 대표하는 문인이 있다. 바로 소설가 한승원이다. 한승원씨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장흥은 2008년 전국 최초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됐는데, 장흥군 내의 대덕읍 연지리, 관산읍 삼산리·방촌리, 안양면 기산리 등이 특구 안에 속한다. 천관산문학공원을 비롯해 천관문학관, 선학동마을, 이청준의 눈길, 한승원의 달 긷는 집, 한승원 문학 산책로, 회진 등이 포함됐다.





    한승원 문학산책로를 걷다 만난 꼬물이들

    승원씨는 현재 안양면 율산마을에 살고 있다. 율산마을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여다지 바다다. 해안을 따라 여다지 해안 한승원 문학공원과 문학산책로가 이어진다. 한승원은 이곳을 ‘연꽃 바다’라고 부른다. 키조개와 바지락이 많이 나는 이곳에서 그는 매일 아침 연꽃 내음을 맡으며 아직까지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돌아서면 생각나는 장흥의 맛]

    한우삼합 매생이탕 낙지삼합 석화구이…

    제 최애는요

    에디터가 이틀동안 먹어치운

    장흥 별미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 클릭

    홍지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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