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맞아? “내국인 출입금지” 간판 있는 이곳의 정체

    - Advertisement -

    “내국인 출입금지”

    “탱크 진입금지”

    한국에 이런 간판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외여행의 가능성이 불투명한 이 시점에서, 국내에서 쉽사리 마주칠 수 없는 이색적이고 특이한 여행지가 있다고 해 솔깃한 마음에 찾아간 곳이 있다. 바로 ‘동두천 외국인 관광특구’.

    오래전 미군 부대가 들어서며 그 주위로 외국인들을 겨냥한 음식점, 상점 등이 들어섰고, 정부가 이를 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거리 조성과 축제 등의 사업을 벌인 곳이라고 한다. 외국 느낌 그대로의 음식점과 이국적인 거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라니, 서울 이태원이나 해방촌 거리보다 더욱 “날 것 그대로”의 한국 속 외국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양한 외국어가 들리는 활발한 여행지의 모습을 기대하고 떠났다간 큰코다친다. 오히려 오싹한 미국 할렘가를 연상시키는 동두천 관광특구를 직접 다녀와 소개한다.


    동두천 외국인 관광특구

    Camp Bosan

    우선 동두천시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이 함께 추진했다는 그라피티 아트와 공공디자인 건물들부터 살펴보자. 그라피티가 예상보다 스케일이 커서 놀랍다. 건물 외관 전체를 스프레이 페인트로 칠해 그림을 그릴 대담한 생각을 하다니. 평일 오후라 더더욱 텅 빈 관광특구 거리를 그라피티가 대신 메꿔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신기하게도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반은 외국인으로 보였다. ‘내국인 출입금지’ 간판의 정체는 바로 외국인 전용 클럽을 알리는 경고문이었다.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궁금하면서도 선을 딱 그어버리는 경고문에 빈정이 상한다.

    가장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은 바로 기둥에 그려진 인물 그림들이다. 인적이 거의 없는 거리를 걷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시선이 느껴진다 하니 모두 이들의 눈빛이다. 얼마나 정교하고 선명하게 그려져있는지, 기둥을 뒤돌아서면 몰래 움직일 것 같은 그림들이다.

    클럽, 미용실, 식당 같은 가게는 모두 영어 간판을 달고 가격도 달러로 표시해뒀다. 한쪽으로는 5060년대에나 입을 법한 남성 정장 가게들이 즐비했다. 가게 이름까지 온통 “테일러 숍(Tailor Shop)”이 들어가 옛날 영화 촬영 세트장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백발의 양장점 사장님은 너무나도 능숙한 영어로 “뭐 하러 이곳에 왔느냐”라고 되물으신다. 동양인 할아버지라고 당연히 한국어를 쓸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다.

    마추픽추

    Machu Picchu Restaurant

    동두천 관광특구에는 페루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남미 음식점 ‘마추픽추’도 있다. 여기가 페루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이 무심한 듯 이국적인 간판과 한국어는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는 메뉴판이 더더욱 레스토랑을 신비로워 보이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더욱 이색적이게 보일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은 한 번도 해보신 적 없는 것 같은, 쿨한 사장님. 역시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은 무계획이었던 걸까.

    남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술 ‘피스코 샤워’를 시켰다.

    피스코 샤워는 특히 페루와 칠레에서 많이 마시는데, 두 국가가 각각 피스코 샤워가 자국의 음료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피스코, 레몬, 계란 흰자 등을 섞어 만든다. 마셔보니 2년 전 페루 쿠스코에서 마셨던 그 맛과 똑같다. 거품이 입가를 촉촉이 적시며 부드럽게 상큼하다.

    페루 리마 여행 당시 찍은 페루식 볶음밥과 로모 살타도.

    메인디쉬로는 페루식 해산물 볶음밥로모 살타도를 주문했다. 로모 살타도는 페루 전통 볶음 요리로 일반적으로 양파, 토마토, 감자튀김 및 기타 재료와 등심이 들어간다. 소름 돋게도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먹었던 볶음밥과 로모 살타도와 비주얼이 거의 똑같다. 밥과 감자튀김을 같이 먹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의외로 탄수화물 + 탄수화물의 조합이 찰떡이다.

    동광극장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힙한 영화관”으로 소개된 동광극장.

    여기야말로 영화박물관에 박제되어 있어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이다. 옛 영화관 풍습이 그대로 이어지는 곳이라 노스탤지어 감성에 빠지는 곳이라고 한다. 커다란 필름이 노이즈를 내며 삐걱삐걱 돌아가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상영관 내부는 여느 영화관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가격은 성인 8천 원으로 정말 저렴하다.

    유튜브 와썹맨 캡처.

    하지만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그렇게 힙한 모습을 보진 못했다. 평일 오후에 방문했을 때, 분명 영화 상영 시간표는 나와있었으나 영화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영화관인지라 이곳 또한 코로나19의 타격을 피해 가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영화는 완전 최신 영화를 상영 중에 있었다. 고전 명작 영화 ‘시네마 천국’, ‘사랑과 영혼’, ‘타이타닉’ 등도 상영한다면 더 영화관의 콘셉트를 살려 옛날 감성에 푹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광극장은 동두천 관광특구와는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가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방문하고 싶은 날 영업을 하는지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위태로운 곳으로 보인다.

    세계음식거리

    World Food Street

    동두천시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또 하나의 장소는 세계음식거리, 이색음식 푸드트럭이다. 똑닮은 모양에 알록달록 색을 입은 푸드트럭들 자체는 말끔하다. 문제는 찾는 사람이 적어 세계음식거리 오픈 시간인 저녁 6시가 되어도 문을 열지 않는 가게가 많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퇴근한 미군들이 전우들과 함께 그들만의 불타는 목요일을 보내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푸드트럭에서 치킨 퀘사디아양고기 케밥을 사보았다.

    퀘사디아는 밀가루나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에 치즈와 다른 재료를 넣고 채운 다음,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이 되게 만들어 제공되는 멕시코 음식이다. 한국인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음식 중 하나인데, 미국에서는 이런 퀘사디아나 타코 등의 멕시코 음식을 흔히 술안주로 즐겨먹는다. 어쩌면 그래서 푸드트럭 메뉴 중 퀘사디아가 잘나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살사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매콤하고 화끈한 맛이 추가돼 훨씬 맛있다.

    양고기 케밥은 이 거리에서 꽤나 맛있다고 이름난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다. 양고기 냄새가 많이 나서 양고기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할 듯하다. 또 매운 소스가 뿌려져 있어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쓰읍’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해가 질 시간이 되니 갑자기 스피커 속에서 음악소리가 나오며 군데군데 조명이 켜진다. 언뜻 보면 날씨 선선한 날에 밖에서 피크닉 하기 좋은 분위기인데, 여기저기 문을 닫은 가게들과 썰렁한 거리에 음악만 신이 나니 오히려 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노력한다고 다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많은 재생사업 이후에도 쓸쓸한 이곳 관광특구가 동두천의 아픈 손가락이 될까 염려스럽다. 지금으로서는 미국 할렘가에서 혼자 사색하고 싶은 모험가들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여행지로는 5점 만점에 -1점을 주고 싶다.

    글/사진 – 손지영 여행+ 인턴기자


    -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