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세계여행?! 외국인과 현지 집밥 쿠킹 클래스

    - Advertisement -

    로나 시국에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그것도 서울에만 갇혀 있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매일 집에서 유튜브로 랜선 여행을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다 ‘혹’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마나 해외여행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시국에? 해외여행? 허술하기 짝이 없는 콘텐츠면 바로 손절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외국인 강사가 나와 ‘한국말’로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흥미로웠다. 당장 저 영상 속 외국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해외여행의 묘미는 더듬거리는 영어로 어떻게든 소통하며 낯선 문화를 접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를 국내에서 실현할 수 있다니!

    ‘어디서 미국 냄새 안나요? 미국을 향한 내 마음이 타고 있잖아요.’ (베이글 샌드위치와 판다익스프레스, 할랄가이즈)

    느 지역이든 의외로 기억에 오래 남는 게 냄새다. 어디서든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아, 여기 미국 같아. ‘아 여기 홍콩 같아’ 라고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속 냄새의 근원은 보통 음식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이 쿠킹 클래스를 찾는 사람들은 ‘과거의 여행 향수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좋은 추억이 있는 나라의 원주민과 이야기하며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경험하는 세계문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원데이 클래스 플랫폼 ‘마이컬처이즈’는 한국어가 능숙한 외국인 강사가 각 나라 대표 집밥 요리나 디저트를 알려주는 쿠킹 클래스를 운영한다. 인도, 스웨덴, 페루, 콩고(DRC), 터키, 브라질, 말레이시아, 튀니지, 일본 등 10여 개국의 대표 요리를 함께 만들어보고 식사하는 시간을 통해 세계의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사실 ‘마이컬처이즈’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한국전통문화 원데이 클래스’를 중점으로 개발된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자 ‘우리나라에서 잠시나마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서비스’로 노선을 틀었다. 마이컬처이즈의 대표 채서원 씨는 이 아이디어를 종종 해외여행을 가서 현지 쿠킹 클래스를 듣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각 나라의 쿠킹 클래스를 그대로 한국에 옮겨오면 ‘해외여행이 고픈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외국인 자체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쿠킹 클래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한국어가 능숙한 외국인이라니. 외국어에 대한 부담도 없는 현지 쿠킹 클래스니 말이다. 그래서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팔락 파니르와 바티야 로티 <출처 = 마이컬처이즈>

    필자가 선택한 수업은 인도 요리 클래스였다. 가장 인기 클래스 중 하나라는 인도 클래스는 채식 위주의 집밥이 컨셉이었다. 인도는 흔히 커리와 난을 주식으로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인도 식당에 가면 당연히 먹는 게 커리와 난, 탄두리 치킨 등 특유의 향신료가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건 요리라니 다소 뜻밖이었다.

    강남에서 얼마 전에 합정으로 이사했다는 쿠킹 스튜디오는 아담했다. 1층에 위치한 공간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밤에는 운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들어서면 넓은 아일랜드 식탁과 냉장고 등 주방 기기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 내가 쿠킹클래에 왔구나’ 실감하기 시작한다. 쿠킹 클래스 자체가 처음이었던 터라 뭘 해야할지 몰라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구경을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아마 EBS <최고의 요리비결>이랄까?

    쿠킹 스튜디오 내부

    기다림도 잠시, 오늘의 강사가 되주실 분이 자전거와 함께 헉헉 소리를 내며 도착했다.

    사람 좋은 웃음의 나니 강사

    인도 요리 클래스의 나니 강사는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수료하고 실제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의 인턴으로 일한 경험도 있는 ‘베테랑’ 강사였다. 나니 강사는 한국 문화가 마음에 들어 인도에서 독학으로 한국어를 마스터한 후,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인도에서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한국 대학교로 편입학한 그녀는 한국학 전공을 하며 ‘대한외국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 날 필자는 단순히 인도하면 떠오르는 음식인 ‘커리’가 아니라, 실제로 강사가 집에서 자주 해 먹던 요리를 배웠다. 특히, 나니 강사의 고향이기도 한 인도 북부 지방에서 주로 먹는 시금치를 활용한 ‘팔락 파니르(시금치커리)’와 버터를 곁들인 인도 기본 빵 ‘바티아 로티’를 만들었다. 인도에서는 의외로 ‘커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흔해서 넣는 재료에 따라 이름을 붙이면 자연스레 00커리겠거니 인식한다고. 시금치를 의미하는 ‘팔락’과 생치즈인 ‘파니르’를 합친말인 ‘팔락 파니르’는 이 자체로 커리인 것이다.


    요리 전엔 손을 씻고 앞치마를 입자.

    수업에 앞서 준비된 앞치마를 입고 손을 씻었다.

    재료 소개하는 나니 강사

    가장 먼저, 나니 강사는 재료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시금치는 차가운 곳에서 잘 자라는데 자신의 고향이 북쪽이라 자주 접한 재료였다는 것부터 인도 요리에 무조건 들어간다는 큐민씨도. 그리고 오히려 강황은 인도에선 약재로 인식되어 아주 조금만 쓴다는 것과 인도 빵은 발효를 거치지 않는 것까지. 정말 재료 각각에 담긴 사소한 인도 문화도 세세하게 설명해줬다. 선생님은 한국에서 인도 식당에 가면 흔히 먹는 대표 메뉴인 ‘난’과 ‘커리’는 인도에서도 특별하게 외식하는 날만 먹는다고 했다. 주식으로 커리를 먹는 건 맞지만 그런 ‘특별한 커리’는 현지인도 매일 먹지는 않는다며 잘못 알려진 인도 상식도 바로잡아 주었다.

    시금치를 씻은 후 빨개진 손

    모든 재료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된다. 강사가 직접 요리를 해주진 않는다. 설명과 시범만 보여준다. 수강생들은 그것을 보고 들은 후 따라하면 된다. ‘팔락 파니르’를 먼저 만들기로 하고 제일 처음 한 일은 시금치 다듬기. 차가운 물에 시금치를 탈탈 씻고 나니 손이 빨개졌다. 이어지는 수업 내내 나니 강사는 화려한 경력만큼 풍부한 요리 지식으로 왜 그렇게 조리를 해야 하는지 설명을 단계마다 덧붙였다. 그래서 ‘요린이’도 이해하며 따라갈 수 있었다. 양파를 까고 썰고, 토마토를 썰고 태어나 처음으로 생강도 숟가락으로 다듬었다. 요리의 수준이 대충 집에서 볶아 먹는 김치볶음밥 수준은 아닌 듯 했다.

    자세히 설명하는 나니 강사와 열심히 따라가는 요린이, 화려한 볶음 스킬

    특이한 건 평소에 맛보던 커리는 스프의 형태였는데 나니 선생님은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재료를 졸였다. 갈아 넣은 양파가 다 졸여서 갈색이 돼야 한다고 했다. 중간 중간 타는 줄 알고 계속 ‘선생님 타는 거 같아요’라고 했지만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완전한 갈색이 되어야 한다고. 완전히 꾸덕하게 졸인 후, 향신료를 넣으니 빨간색 베이스가 만들어졌다. 나니 선생님은 인도에선 이 베이스를 냉동실에 얼려 먹을 때마다 녹여서 재료를 추가해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앗, 이건 다진 마늘을 얼려놓고 쓸 때마다 꺼내 쓰는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갈아 넣은 양파까지 완전 꾸덕하게 졸인 후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인도 커리의 공통 베이스

    큐민씨

    이때 넣는 향신료가 빨간색 빛을 띄게 되는데, 어떤 고추가루를 쓰냐에 따라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도 했다. 새삼 매운 고추 안 매운 고추가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또! 향신료를 종지에 넣는데 어디선가 인도 냄새가 나서 킁킁 대니 다양한 향신료 중에서도 ‘큐민씨‘가 그 양꼬치스러우면서도 인도 음식점의 메인 향기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상상하던 커리와 멀어져갔다. 시금치 커리인 ‘팔락 파니르’의 화룡정점인 시금치를 넣는 순간 너무나도 ‘파래’스럽게 초래진 색에 약간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초록인 커리는 본 적이 없었기에 음식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이따 완성된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마지막 단계인 생치즈 ‘파니르’를 깍뚝 썰어 넣었다. 파니르는 약간 두부를 응축해 만든 치즈처럼 아주 담백하고 고소했다. 나니 강사는 이 맛을無’으로 표현했다.

    시금치와 유튜버 따라하는 파니르 치즈 실사

    번째 음식인 빵을 만들 차례. 정말 쉬웠다. 이게 빵이라고? 흔히 아는 빵보다는 또르띠야와 비슷하다. 통밀가루에 물로만 반죽을 해서 오분정도 글루텐의 긴장을 낮춘 후에 밀대로 모양을 잡아 버터를 발랐다. 그리고 동글게 말아 다시 한 번 동그랗게 모양을 잡은 뒤 밀대로 둥글 납작하게 만들어주면 구울 준비가 끝난다. 너무 쉬워서 집에서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죽하는 과정

    그리고 처음 보는 얕은 후라이팬에 굽는다. 어느 정도 노릇해지고 반죽이 부풀자 나니 강사가 후라이팬을 빼고 냅다 불 위에다 반죽을 올렸다. 그러자 자주 보는 난처럼 군데 군데 부풀며 익어갔다. 처음 해보는 요리법에 너무나도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다 구워진 빵의 표면에 버터를 발라주면 끝!

    인도 빵 제작 과정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불에 직접 굽는 방식이 많기 때문에 인도에서 인덕션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불맛을 입히는 게 아마 인도 빵, 난의 핵심인 듯싶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주로 큰 냄비나 얕은 후라이팬이 많다고 했다. 우리처럼 적당히 높이가 있는 후라이팬은 아예 없다고. 이 사실도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뉴스였다.


    여기까지 모든 수업이 끝이 났다. 이제 플레이팅을 예쁘게 해볼까? 하던 찰나, 근데 진짜 집밥은 후라이팬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도 김치 볶음밥을 볶은 후라이팬을 들고 먹는 것처럼. 우리도 진짜 인도 집에서 식사하듯 먹기로 했다. 심지어 수저도 쓰지 않기로 했다. 다시 손을 씻고 경건하게 자리에 앉았다. 인도에서 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실제로 해보니 ‘한 손’만으로 먹기는 아직 스킬이 부족했다. 나니 강사도 한 손으로 먹는 건 불편해서 아버지에게 혼나면서도 가끔 두 손을 사용한다고 했다. 필자도 나니 강사를 따라 가끔 두 손을 사용했다.

    오른손으로만 음식을 먹어야 했지만 가끔 왼손도 사용했다.

    근데 그 맛이 정말 상상 그 이상, 두 배 이상으로 맛있었다. 너무 놀랐다. 아까 중간에 살짝 맛을 의심했던 자신이 죄스러울 정도. 나니 강사를 따라 빵에 파프리카와 치즈를 함께 얹어 먹으니 처음 먹어보는 맛이지만 ‘정말 맛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 됐다.(원래 레시피에는 파프리카가 없었지만 나니 선생님이 더 좋은 식감을 위해 즉흥적으로 추가했다. 이건 아주 브릴리언트한 아이디어였다.) 양파와 파프리카는 오랜시간 졸여서 단맛만 남았고 생치즈는 마치 단단한 두부를 응축한 것처럼 고소하고 담백했다. 거기에 달콤 쫀득한 반죽을 얹어 먹으니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맛인데 진짜 맛있는 맛이 탄생했다. 마치 인도 현지 식당 중에서도 노포에서나 팔 법한 인도식 백반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포장한 팔락 파니르

    못 먹으면 싸갈 생각을 했던 스스로가 무색하게 깨끗이 싹싹 비웠다. 그리고 빵이 모자라 더 먹지 못하는 게 한탄스러웠다. 그래서 남은 팔락 파니를 야무지게 포장했다. 취재하고 식사할 생각만 해서 본인은 빈 손으로 갔지만, 보통 포장을 하는 수강생들은 용기를 챙겨오는 편이라고 한다. (용기내 캠페인을 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 외부에서 음식 포장 시 용기를 내서 직접 담을 ‘용기’를 갖고 가는 환경 보호 캠페인) 꼭 집에서 통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찍어먹으리 다짐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음 외국인 강사를 만나고 요리를 하는 동안은 사실 일상과 큰 차이점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2시간이 지나고 헤어질 시간이 되자 거대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 아쉬움의 이유를 돌아가는 전철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 이거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만은 마치 인도 현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에서 살다 온 주인분이 운영하는 쿠킹 클래스를 듣는 기분이었다. 진짜 한인 전문 민박집에서 한국 문화 관심 엄청 많거나, 한국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원주민 주인을 만나는 기분이랄까? 언제나 해외에서 잠깐 만난 인연과 헤어지는 건 아쉽듯이 이번에도 그랬다. 물론 한국말로 진행하니 중간 중간 선생님께 궁금한 점 등 다양한 대화가 오고갈 수 있어 그보다 더 풍족한 시간이었다. 특별히! 외국인 강사와 함께 하기에 중간에 영어로 진행도 해봤으나 역시 할 말이 급격히 줄어 곧바로 한국말로 돌아왔다. 다만,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사람에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엔 마치 여행지에서 맛 본 음식이 벌서 그리워 ‘아 나 이 음식 한국 가서도 생각날 것 같아’ 하는 기분도 들었다. 지금 미국에서 먹었던 할랄가이즈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리고 분명 인도 음식점에 갈때마다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아 나 팔락 파니르바티야 로티 찍어먹고 싶네

    아쉬움에 외교부 악수를 따라하며 만남을 마쳤다.

    글 = 신해린 여행+ 인턴기자

    사진 =유신영 여행+ 인턴pd

    -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