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촬영지라고? 제주도민도 잘 모르는 국내 유일 세계자연유산 ‘불의 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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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전 세계 213곳 중 국내 1곳뿐

    제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올레길과 달리 바다 경관 없지만

    용암 흔적 관찰하는 색다른 체험

    훼손 우려로 비공개 구간 많으나

    10월 축전기간 중 17일 간 공개

    해외여행이 막힌 시국에 제주도는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제주를 찾는 방문객은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오죽하면 자동차 대여 비용이 작년보다 4배나 뛰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더운 여름 성수기를 피해 10월께 제주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주목할 여행지가 있다. 제주도민도 잘 모르는 숨은 여행지인데, 일 년 단 17일 만 일반 탐방객의 발길을 허락한다. 바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다. 제주도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면적이 넓지만,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 평상시 입장이 금지되는 구간이 여러 곳이다. 일례로 만장굴만 해도 7.4km 구간 중 1km가량만 일반에 탐방을 허락한다. 올해로 2번째를 맞은 제주세계유산축전을 신청하면 비공개 구간 일부를 관람할 기회가 주어진다. 축전에 앞서 선발대로 참여할 기회가 생겨 바로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년 세계제주자연유산 특별탐험대 참가자들이 만장굴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무려 131: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제공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김태욱 세계자연유산축전 총감독은 “단순히 멋진 풍광만을 감상하는 관광이 아니라, 용암이 분출하고 서서히 흐르고 굳고, 다시 흐르고 굳은 흔적이 거문오름부터 시작해 숲속에 불의 숨길을 만들었다. 팔천 년에서 만년에 걸쳐 용암동굴, 월정리 해안까지 생성된 자연의 신비”라며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다”라고 자부했다. 그는 이어 “원시림이 살아 있는 거 같아서 좋았다”, “미지의 세계를 둘러보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작년 참가자들의 호평을 소개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무리 감미로운 말도 직접 발로 걷고 눈으로 보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 김 총감독을 채근했다.


    ◆ 1구간 시원의 길

    세계자연유산을 걷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워킹투어 길은 4구간으로 나뉜다. 우선, 모든 것의 기원이라는 의미로 이름 붙인 ‘시원(始原)의 길’ 1구간 거문오름을 찾았다. 거문오름은 제주도 368개 오름 중 하나이다. 시작점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다. 입구에서 만난 김상수 제주세계유산센터 운영단장이 거문오름에 대한 자랑이 늘어놓았다. 김 운영단장은 거문오름은 색깔이 검다는 유래 이외에 신령스럽다는 의미가 있으며, 전국 양치식물의 80%를 관찰할 수 있어 지질학적 의의에 더해 식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뚜껑 없는 박물관’이라고 비유했다.

    해설을 맡은 김상수 제주세계유산센터 운영단장.

    거문오름에 진입하면 삼나무가 빽빽하다. 1970~80년대 조림사업으로 심어진 삼나무는 피톤치드 폐활량이 우수하고 바람을 막는 병풍 막으로 역할을 했지만, 한편으로 제주도 아이들에게 알레르기를 선물했다. 심을 당시에는 표창까지 받았으나 현재는 논란의 대상이다. 김상수 운영단장은 “삼나무의 치명적인 단점은 다른 수목을 자라지 못하게 해 공존하지 않는 점”이라며 “분명히 몇 년 안에 삼나무 보존이냐, 제거냐를 두고 논란이 일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국적으로 설문조사할 시 제거에 한 표를 당부했다.

    거문오름의 빽뺵한 삼나무.

    삼나무를 심지 않은 구간은 다소 무질서해 보이지만 태고의 제주 숲을 관찰할 수 있다.

    김상수 단장의 지적은 삼나무 없는 구간에 이르러서야 와닿았다. 자갈이 얶힌 숲이라는 뜻인 곶자왈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삼나무가 사라지자 식나무, 붓순나무, 붉가시나무, 노박덩굴이 이리저리 엉켜 있었다. 김상수 운영단장은 “곶자왈 밖에서 1년 자라는 크기의 나무는 곶자왈에서는 4~5년은 걸린다”며 “50년 쯤 되어보이는 나무라면 적어도 200살은 된 것으로 보아야한다”고 말했다. 무질서한 풍경 속에 진짜 본래의 제주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거문오름 전망에서는 팔천년에서 만년 사이에 흐르며 형성된 ‘불의 숨길’을 관찰할 수 있다. 가을부터 봄까지 뚜렷하게 보이는데, 수풀이 무성한 여름에는 해설사의 도움없이는 잘 보이지 않았다.

    거문오름에서 불의 숲길을 관찰할 수 있는 구간은 정상과 조금 떨어진 전망대다. 능선을 따라 용암이 서서히 흐른 흔적을 높은 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라산까지 눈에 들어온다는데, 제주도 날씨는 알다시피 변덕이 심해 조망이 좋은 날은 그리 쉽게 만날 수 있지 않다.

    거문오름 안에는 용암의 분화구가 있다.


    ◆ 2구간 용암의 길

    거문오름에서 전체를 조망하고, 불의 숨길이 남긴 흔적을 자세히 관찰하려 ‘용암의 길’ 2구간에 들어섰다. 핵심인 동굴 벵뒤굴로 향하는 길은 정돈되지 않은 원시림이었다.

    2구간 용암의 길은 트레킹 관광지로도 주목 받고 있다.

    작년 참가자 중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고 세계자연유산센터 측 관계자가 귀띔했다.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신령스러운 풍경을 거쳐 벵뒤굴 입구에 다다랐다. 여기서 넷플릭스 킹덤의 새 시리즈물을 촬영했다고 한다.

    벵뒤굴은 용암이 굳은 밑 부분이 무너져 내려 마치 벙커같은 지형을 형성했다. 이곳에서 킹덤3 편을 촬영했다.

    벵뒤굴 주변 숲길을 걷다 보면 조그마한 작은 구멍에서 발길을 멈추게 된다. ‘풍혈’이라 불리는 작은 공간에서 에어컨처럼 시원한 바람이 솔솔 나온다. 지하 공간에 들어간 공기는 계절과는 반대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뿜어낸다.

    용암이 굳은 자리의 좌우가 무너져 내리면 다리처럼 용암교가 남게 된다.

    웃산전굴은 동굴 천장이 무너져 푹 꺼진 밑으로 생긴 공간이다. 아래에서 하늘을 보면 지하세계에서 지상의 빛을 보는 느낌이 든다.


    ◆ 3구간 동굴의 길

    3구간 ‘동굴에 길’에는 만장굴 일부와 용암교가 있다. 기진석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학예사는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해서 왜 세계유산이 되었는지 가치를 공유했으면 좋겠다”라며 평상시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으로 인도했다.

    만장굴

    입구 계단에서 내려서자마자 뒤쪽에 있는 출입 금지 구역이었다. 몇 걸음 떼자 마치 V자 협곡처럼 웅장한 공간이 맞이했다. 바닥에는 용암이 흐를 때 방향이나 점성을 짐작하게 하는 밧줄 구조로 울퉁불퉁한 모양이 형성되어 있었다.

    꽈배기 같은 모양의 밧줄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만장굴 비공개 구간에는 최소 3층 높이는 되어 보이는 풍경이 펼쳐진다. 주 통로 폭이 18m, 높이가 23m에 이른다. 일부가 무너져 다리 모양이 생긴 자리는 여러 차례 용암이 흘렀다는 증거다.


    ◆ 4구간 돌과 새 생명의 길

    4구간 ‘돌과 새 생명의 길’은 김녕굴과 밭담길을 거쳐 월정리 해변으로 이어진다. 4구간은 1~3구간과 다르게 축전 기간 중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일반인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작년과는 항시 개방구간을 마련한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김녕굴 내부에는 상층과 하층이 나뉜 독특한 모습이 형성되어 있다.

    해안가 돌덩이에서도 용암의 흔적을 남겼다. ‘불의 숨길’이 멎은 월정리에는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파호이호이용암’이 관찰된다. 용암이 흐르다 바다를 만나 완전히 식어버린 지점에는 해녀들의 이동을 위한 시멘트 바닥과 용암에 꽂은 풍력발전소가 제주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져 있었다.

    월정리 해변.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제주세계유산축전은 국내 유일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과 조우하는 행사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은 국내에 14개 있는데, 13개는 문화유산이다. 자연유산은 선정지역은 제주도가 유일하다. 등재 이유는 탁월한 경관에 더해 지학적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기간은 오는 10월 1일부터 17일까지다. 세계자연유산은 전 세계에 213곳으로, 국내에는 2007년 지정된 제주도가 지정됐다. 구체적으로 제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다. 전체 제주도 면적의 10%를 차지한다. 총면적은 188.45㎢(핵심지역 94.75㎢, 완충지역 93.70㎢)이다.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보려면

    작년에 이어 세계유산축전이 2회째를 맞았다. 오는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평상시 방문할 수 없는 구간이 일반에 공개된다. 프로그램은 워킹투어, 순례단, 탐험버스, 특별탐험대(만장굴 전 구간, 벵뒤굴, 만장굴&김녕굴), 나이트워킹 – 한라산 어승생악, 유산마을 프로그램이 있다.

    워킹투어 지도. <제공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워킹투어’는 거문오름에서부터 월정리까지 약 26.5km, 4개 구간이다. 올해는 용암이 분출된 근원지, 1구간 거문오름 코스도 포함하여 운영한다. 특히, 불의 숨길 2, 3, 4구간 중 4구간은 보다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위해서 사전 신청을 통하지 않아도 누구나 탐험할 수 있다. 사전 신청을 받는 ‘세계자연유산 워킹투어 1구간 시원의 길’과 ‘세계자연유산 워킹투어 불의 숨길 2구간 용암의 길’,‘세계자연유산 워킹투어 3구간 동굴의 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분산 출입한다. 탐방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고 해설사와 동행해야 한다.

    작년 축전 때 설치했던 아트 프로젝트 작품.

    예약 신청은 8월 12일부터는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는 가치향유 프로그램으로는 세계유산축전 기념식,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 만장굴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 불의 숨길 페스티벌 사이트를 준비 중이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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