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터지기 직전 제주에서 에디터가 다녀온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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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 1월의 제주, 유채꽃이 만발한 모습

    지난 1월,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제주에 다녀왔다. 한겨울에 떠나는 ‘더운 나라’까지는 아니어도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따뜻한 섬으로의 여행이었다. 해가 반짝이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일정 중 딱 하루 비 소식이 있었다. 이런 날엔 ‘빛의 벙커’에 가야 한다며 일행을 이끌고 성산으로 향했다.

    개관작 클림트 전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작년 12월 반 고흐와 폴 고갱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는 소식에 제주에 가면 꼭 다시 가야지 생각했었다.

    ‘비가 내리는 게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추워도, 더워도, 비가 와도 좋은 ‘빛의 벙커’는 어떤 곳?

    빛의 벙커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에 자리한 옛 국가기관 통신시설로 오랜 시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벙커다. 축구장 절반 정도인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지만, 흙과 나무로 덮어 얼핏 보면 산자락처럼 보인다.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도를 유지하고 있어 어느 계절에 가도 쾌적하다. 게다가 방음 효과가 완벽해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즐기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제주에서 만난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천재 화가로 불린다. 살아생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3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2천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예술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을 받는 그의 대표작에는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해바라기(Sunflowers)’,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아를의 반 고흐의 방(Bedroom at Arles)’ 등이 있다.

    매력 넘치는 여행지, 제주에서 거장의 작품을 마주하게 되다니 설렘이 배가 됐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센 파도가 밀려오듯 널따란 공간에 음악이 가득 차는가 싶더니 살아 움직이는 듯한 붓의 터치로 전시의 시작을 알렸다.

    어두컴컴했던 벙커는 어느새 화려한 작품으로 변신해 있었다. 고흐만의 색채적 풍부함과 물감의 두터운 질감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천재 화가의 삶과 예술 흔적을 좇는 여행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근교의 뉘넨(Neunen)을 비롯해 고흐가 사랑했던 남프랑스의 아를(Arles) 그리고 파리(Paris), 생래미 드 프로방스(Saint Remy de Provence),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까지 30여 분간 황홀한 여정이 이어졌다.

    ‘씨뿌리는 사람(Sower at Sunset, Arles, 1888)’에서는 프랑스의 햇빛이 캔버스를 넘나들고, 벙커의 벽과 바닥 전체를 빛으로 가득 채운다. 밀밭은 다채로운 푸른색으로 덧칠해지고, 하늘은 노란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여진다. 농민들의 일상생활을 비롯한 어부와 농민의 다양한 초상화가 벙커의 벽을 가로질러 움직이고, 뒤를 이어 그들의 마을과 집 그리고 반 고흐의 유명한 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1885)에 등장한 집의 내부가 스쳐 지나간다.

    19세기말 고흐는 아니에르(Asnières)에서 몽마르트(Montmartre)까지의 풍경을 화폭에 남겼다. 덕분에 아직 도시화가 이루어지기 전 파리의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에 자리한 아를도 반 고흐의 작품에서 놓쳐서는 안 된다. 고흐는 이곳에서 빛을 작품에 사용하는 기법을 완벽하게 완성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그린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밤의 카페 테라스’, ‘노란집’ 그리고 ‘아를의 반 고흐의 방’이 있다.

    아는 만큼 들린다. 클래식 음악부터 재즈까지,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인 빛의 벙커는 감상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에 둘러싸여 미디어아트를 음악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순간순간 느낌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어떤 이는 바닥에 앉아 한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기도 한다.

    거장의 작품에 녹아든 음악을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흐의 작품과 함께 연출된 음악이라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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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벙커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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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플러스

    빛의 벙커 반 고흐

    #빛의 벙커#여행플러스

    프롤로그에는 오페라 음악으로 유명한 ‘장 밥티스트 륄리’의 몰리에르 연극 ‘서민귀족’이 울려 퍼진다. 한순간에 잡념은 사라지고 눈 앞에 펼쳐진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바로크 시대 유명 음악가 ‘비발디’의 ‘사계 3악장’이 함께한다. 작품 활동 당시 고흐가 느꼈던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전해줄 음악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사계 3악장을 택한 것이다.

    ‘밤의 카페 테라스’와 같은 강렬한 색채의 화풍이 그려진 ‘아를에서’는 현대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가 흘러나온다. ‘생레미 드 프로방스’에는 자화상 시리즈와 함께 미국 싱어송라이터 ‘니나 시몬’의 ‘오해하지 마세요’가 등장하는데, 당시 고흐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고뇌를 표현한 것이라고.

    전시 막바지,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는 비극적인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Bb장조 Op. 83의 1악장’으로 슬픈 감성을 더한다.

    폴 고갱이 타히티섬으로 떠난 이유

    이번 전시에서는 짤막 프로그램으로 폴 고갱(Paul Gauguin)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프랑스 파리 출신으로 살아생전 반 고흐와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갱의 작품은 유난히 밝고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이다. ‘이것이 프랑스 감성인가’ 싶을 만큼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1848년 파리에서 태어난 고갱은 서인도 제도와 마르티니크섬 등으로 여행을 떠나곤 했단다. 급기야 문명 세계에 대한 혐오감으로 남태평양의 타히티섬까지 찾게 됐는데, 원시적인 삶을 동경했던 그에게 타히티의 수도 파페에테(Papeete)와 그 주변 환경은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원주민들의 건강한 에너지와 열대의 밝고 강렬한 색채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곳이 제주인지 어디인지 헷갈릴 정도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란?

    프랑스에서 문화유산 및 예술 공간 운영에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컬처스페이스(Culturespaces)사가 2009년부터 개발해 온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는 2012년 프랑스 남부 레보드프로방스 지역의 폐채석장을 개조해 ‘빛의 채석장’이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다.

    빛의 채석장에 이어 2018년 4월, 파리 11구의 낡은 철제주조공장에서 ‘빛의 아틀리에’를 오픈했으며 동시에 파리 예술 트렌드의 중심이 되었다.

    전시이자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로서 역사, 광산, 공장, 발전소 등 산업발전으로 도태된 장소를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킨다. 도시 재생사업의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되어 단시일 내에 저비용으로 기능을 상실한 건물 등을 예술 공간으로 되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지윤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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