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서 호캉스? 세계최초 누워있는 호텔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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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캉스라고 하면 다들 방송 삼시세끼만 떠오르고, 호캉스는 모두 도심 한복판 화려한 호텔 바캉스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 촌캉스와 호캉스를 합친 곳이 있다. 바로, 강원도 정선 고한의 마을호텔 18번가다.

    수직으로 세워진 호텔 빌딩을 평면으로 눕혔다고 생각하면 쉽다. 골목 민박집이 객실이 되고, 마을 회관은 컨벤션 룸이 된다. 동네 맛집은 그럴싸한 호텔 레스토랑이 되며, 골목 세탁소는 호텔의 런드리 서비스를 담당한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폐탄광촌을 화려한 마을 호텔로 탈바꿈시킨 곳으로 올여름 촌호캉스 떠나보자.

    마을호텔 18번가

    Village Hotel 18

    탄광촌들이 폐광한 이후 계속 쇠락기를 겪던 골목에 꽃내음이 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주민 한두 명이 내 짚 앞 골목에 쓰레기 대신 꽃을 내놓으며 변화가 시작됐다.

    누구 한 명이 독자적으로 시작한 게 아닌, 자연스레 주민들의 한 손 한 손이 모여 마을호텔이 조성된 것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손발 걷어붙이고 나서서 지금의 마을호텔 18번가가 완성됐다.

    출처 = 마을호텔

    주민들이 직접 가꾸던 화분은 이제 화단으로 발전해 길정원이라고 할 정도까지 발전했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더해 고한 18번가는 ‘길정원 박람회’라는 작은 축제를 꾸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길정원 박람회‘는 오롯이 고한 18번가 주민들의 손길에서 태어나 꽃피웠다. 8월 13일부터 10월 21일까지 진행된다.

    출처 = 정선여행, 마을호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골목들을 걷다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이 고한 18번가의 중심인 마을호텔이다.

    이름만 호텔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말하자면, 객실, 조식, 어메니티, 짐 보관, 얼리체크인 등 안되는 거 없는 호텔 그 자체다. 마을 이장님이 총지배인을 맡고 있으며, 마을호텔 상임 이사님이신 사장님이 운영한다.

    호텔 라운지와 리셉션

    파스텔 톤으로 꾸며진 호텔로 들어서면 그늘 아래서 쉴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내부에는 에어컨 빵빵한 인포데스크가 보인다. 그곳엔 정이 느껴지는 “왔다 감~” 같은 숙박 후기 쪽지도 볼 수 있다.

    간혹 사람이 없어서 당황할 수도 있지만, 그럴 땐 인포 데스크 한쪽에 놓인 명함 속 지배인님께 전화하면 된다. 바로 건너편에 사시는 마을 이장님이 쏜살같이 달려오신다. 체크인 키와 함께 주어지는 바우처는 나중에 쓸 데가 있으니 소중히 잘 간직해야 한다.

    방은 별(8만원), 빛(10만원), 꽃(12만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2인, 2인, 3인 기준이다. 인원 추가 시엔 이부자리를 10000원에 제공한다.

    빛 방 내부와 호텔 어메니티

    객실 문을 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타 호텔 같은 깔끔함은 덤이고, 풍족한 어메니티도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고 열어본 옷장 속엔 하얀 가운도 있었다. 솔직히 시골에서 방을 잡으면 깔끔함은 다소 포기해야 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여긴 다르다. 진짜 호텔이다.

    카페 수작과 연결된 뒤편 테라스 ‘골목정원’

    마을호텔 1박 가격에는 조식도 포함된다. 호텔 바로 옆 카페 ‘수작’에서 조식을 제공하는데, 오전 7~9시 사이에 냉장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객실 내부에서만 조식을 먹을 수 있다. 원래는 수작 카페와 이어진 뒤 테라스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필자가 묵을 땐 혼자여서 후다닥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여름엔 태양이 뜨거워 실내에서 먹는 게 낫다는 평이다.

    하지만 선선한 날에는 파아란 하늘과 함께 여유로운 조식을 먹으면 굉장히 환상적일 것 같다.


    마을호텔 부대시설

    village hotel 18 facilities

    호텔 체크인을 마쳤으면 빈속을 달랠 겸, 밖으로 나가보자. 누워있는 호텔을 걸으며 부대시설을 구경할 차례다. 이때 꼭 들고 가야 할 것이 호텔 숙박 영수증이다!

    ※ 할인율은 향후 달라질 수 있음

    바로 영수증 뒤편에 마을호텔 회원사의 1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호텔에서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결제 시 영수증을 보여주면, 할인 도장을 찍어준다.

    이곳에는 중식당 한 곳, 카페 한 곳, 한식당은 무려 다섯 곳이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음식점들이 있으니 다양한 메뉴들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이 가능하다.

    자고로 여행은 먹는 게 반! 아무 호텔이나 당장 들어가도 이렇게나 다양한 메뉴 구성이 있는 곳은 찾을 수 없다. 할인이 적용되는 마을호텔의 회원 가게들은 인증 간판을 달고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참숯구이의 구공탄 도시락, 구공탄구이의 한우갈비탕

    폐광촌이라는 특성에 맞춰 인테리어가 꾸며진 식당도 있고, 고한읍에서 유일하게 옛날 탄광촌 사람들이 먹던 도시락을 파는 식당도 있다.

    이 외에도 마을회관은 세미나룸으로 활용 가능하다. 본래는 공예체험장으로 활용되는 곳이지만, 마을호텔에 묵는 사람에 한해 대관비를 60% 할인해 준다.

    런드리 서비스, 헤어숍, 비즈니스 센터까지 한 골목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하늘기획은 마을호텔의 주 사무실로 보면 된다. 이곳에서는 PC 사용과 팩스, 프린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호텔 부대시설의 핫플이라 할 수 있는 들꽃사진관에서는 골목 스냅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단돈 7500원에 즉흥적으로 촬영이 가능하지만, 상황에 따라 불가할 수 있으며, 보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골목 스냅사진 예시 / 출처 = 들꽃사진관 인스타그램

    보다 확실한 기념사진을 바란다면, 미리 예약은 필수! 카메라 뚝딱이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베테랑 사진사님이 다 알아서 해주신다.


    마을호텔 주변 관광지

    tourist sites

    1) 만항재

    국내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은 곳. 약 1300m 높이까지 도로가 포장되어 있는데, 옛날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낸 길이 이제는 드라이브 도로가 된 것이다. 워낙 고지대에 위치해있다 보니 올라갈수록 한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서늘한 바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구름의 이동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만항재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옛날, 탄광이 활성화되던 시절,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모여 고향을 그리다 만항재가 된 것. 정선과 영월, 태백이 만나는 지점으로 정상에는 야생화 공원도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선 매년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8월 14일에 개막을 앞두고 있다.

    왼쪽부터 둥글이질풀, 꿀풀, 동자꽃

    늘 서늘하고 습한 특성 덕에 야생화가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인 만항재는 매달 색색의 꽃들이 피고 지는 걸 구경할 수 있다. 곧 8월, 축제 기간이면 온통 꽃으로 둘러싸일 예정이다. 필자가 방문한 시기는 꽃이 지고 새롭게 피기 직전이라 초록색이 무성했음에도 군데군데 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나 이곳에선 숲해설사와 동행할 수 있다. 따로 예약 없이도 숲 해설 안내소에 찾아가 해설을 부탁하면 된다.

    출처 = 마을호텔


    출처 = 마을호텔

    2) 정암사

    삼국시대 때 지어진 정암사는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정암사 적멸보궁은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최근에는 수마노탑이 보수를 거쳐 개방됐다.

    출처 = 마을호텔

    절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빈 소원들을 볼 수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적멸보궁으로 갈 수 있는 다리가 보였다. 아쉽게도 현재 적멸보궁은 공사 중이라 출입이 불가했다.

    보수공사 전 적멸보궁 모습

    대신 길을 틀어 산 중턱에 위치한 수마노탑에 올라가기로 했다. 가는 길, 다리 아래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에 눈길이 갔는데, 알고 보니 청정수에만 산다는 유명한 열목어 서식지였다.

    이름처럼 파란 하늘과 푸른 나무에 쌓인 탑에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꽤 가파른 바위 계단을 마스크를 끼고 오르는 데다가 태양볕이 내리쬐어 상당히 거친 길이었음에도 기도하러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출처 = 마을호텔

    ‘수마노’의 ‘마노’란, 석영에 속하는 보석을 가리킨다. 건립의 출처가 용궁이라는 물(水)에서 왔다 하여 ‘수마노’라는 명칭이 붙었다. 즉, 수마노탑은 용궁에서 나온 푸른 마노석의 불탑이란 의미다.

    짧은 산행 후 내려오니, 들어갈 땐 안 보였던 작은 약수터가 눈에 들어왔다. 열목어가 살 정도로 깨끗하고 시원한 물 한잔 마시니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출처 = 마을호텔


    3) 삼탄아트마인

    강원도 정선, 고한, 함백산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탄광”이다. 1962년부터 2001년까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며 최고의 부흥기를 자랑했던 시절을 지나 폐광되었는데,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삼탄아트마인에서.

    출처 = 마을호텔

    삼탄아트마인은 2013년에 지어졌다. 광부의 일터였던 곳이 과거 탄광의 공간, 사람, 그리고 이야기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한때 뜨거운 막장에서 가족과 미래를 위해 피땀 흘려 일하던 광부들이 사라진 대신, 새로운 사람들이 이곳으로 와, 과거의 향수를 느끼고 현재와의 공백을 채운 문화·예술을 만난다.

    출처 = 마을호텔

    탄광을 재생 건축을 통해 전시관으로 탈바꿈한 만큼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광부들이 지하 탄광으로 내려가는 수단이었던 ‘수직갱도’부터 석탄을 캐던 ‘수평갱’을 활용한 와이너리까지. 과거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촬영지로 사용됐을 정도로 그때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구경거리 외에 광부 체험방, 아트샵 등에서 삼탄아트마인의 역사와 예술을 몸소 느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 역시 마을호텔의 회원사로 입장권 할인이 가능하다.


    4) 구공탄 시장

    마을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전통 시장. 과거 탄광촌이었던 것에서 콘셉트를 따와 시장 전체를 갱도 인테리어로 꾸민 것이 특징이다. 날을 잘 맞춰가면 오일장도 볼 수 있다.

    이곳은 갱도 1번 시장 출입구, 2번 3번 4번 5번도 있다.

    시장 초입에는 과거 탄광 시절의 일러스트를 구경할 수 있다. 필자의 세대에겐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시장의 입구는 ‘갱도’라고 이름을 붙였다. 굉장한 디테일에 놀랐다. 각 입구마다 번호도 달라지며, 내부에도 가득 탄광 관련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시장 내 광장, 도서관, 연탄

    시장의 한 가운데 위치한 광장에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천장의 조명들도 연탄 모양이다. 광장 옆 작은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고 빌릴 수도 있으며, 시원한 공간에서 쉬어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시장 바로 옆에 있는 계곡 산책로에서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며 걸을 수도 있다.


    1박 2일 동안 다른 호텔엔 절대 없고 여기에만 있는 것 하나를 발견했는데, 바로 “정”이다.

    기차 시간 기다릴 때 올라가서 먹으라며 이장님이 쥐여준 찰떡도, 골목을 오가는 어르신들과 주고받았던 눈웃음도 모든 게 포근하게 감싸주는 분위기였다.

    서울행 기차에 오르면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었던 유일무이한 호텔이 아닐까싶다.

    이장님이 주신 찹쌀떡

    신해린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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