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오르골’이 파주를 대표하는 기념품이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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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꼴마을서 캠프장 운영하는 김정호 대표

    마을주민, 지역 공예가들과 의기투합해

    DMZ와 평화 상징하는 기념품 만들고

    숲 해설, 공예 결합한 체험프로그램 개발

    지뢰오르골은 파주시 관광공모전 상 받고

    ‘갈등의 숲, 평화오르골’은 으뜸두레 선정

    반도 밖에서 보면 핵실험과 군사위협에 노출된 분단국가 한국은 위험천만한 나라이다. 그래서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서 제주 다음으로 궁금해하는 지역 중 한 곳이 파주다. 안보관광으로 한국을 둘러볼 때 접경지역 파주는 임진각과 판문점이 있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다. 작년까지 서울 강남의 한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 실장으로 일한 김태근 씨는 “코로나 이전 한 달에 두 세건 가량은 꾸준히 DMZ 투어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보 관광지 파주는 그간 관광 기념품 개발이 숙제였다. 코로나 19로 내국인, 외국인 가릴 것 없이 관광객을 유혹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파주의 고민을 해결할 한가지 실마리를 제공한 상품이 출현했다. 2020년 파주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은 지뢰오르골이다. 한국전쟁의 현장인 파주 DMZ에 묻힌 지뢰에서 착안한 오르골로, 파주의 지역공동체 ㈜평화오르골(대표 김정호)에서 만들었다.

    지뢰오르골. <제공 = (주)평화오르골>

    뢰오르골은 도자기로 표현한 빛바랜 색채의 녹슨 지뢰에 눈이 간다. 그 위에 꽂힌 소총에는 주인 잃은 철모가 매달려 있다. 희생을 기리는 꽃 한 송이가 살포시 놓여있다. 태엽을 돌리면 아리랑이 나온다.

    뢰오르골은 파주의 공예가와 지역활동가, 캠핑장 주인장이 힘을 모아 제작한 야심작이다. 파주시의 대표적 캠핑촌 쇠꼴마을에서 귀한농부학교 캠핑장을 운영하는 김정호 대표는 “캠핑장을 하다보니 체험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지역 특색을 살리는 창작물이 바로 평화오르골”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파주에 와서 임진각, 땅굴만 보고 가면 아쉽다. 파주 DMZ에는 아직 수많은 지뢰가 남아있다. 한국전쟁에서 숭고하게 희생한 군인들의 유해도 묻혀있다. 그분들을 잊고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끊겨 쉽지 않지만, ㈜평화오르골은 임진각에서 참전국의 국기를 달아 판매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경기도와 협의 중이다. 단순히 수익 창출 때문만은 아니다. 기념품은 기억을 소환하는 실체가 있는 물건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사서 귀국길에 챙긴 복조리, 부채 같은 물건 하나가 한국을 기억하게 한다. 김정호 대표는 파주의 특징이 담긴 기념품이 없어 안타까웠다.

    평화오르골은 파주 지역의 주민, 예술가, 캠핑장 주인 등 여러사람이 힘을 모아 만들 지역 관광사업체다. 왼쪽부터 정종모(이장), 윤상규(설치미술작가), 황선유(오르골 작가), 김정호(숲해설가), 문종민(마을활동가).

    역 특색은 담은 오르골 제작과 체험프로그램 개발은 ㈜평화오르골이 2019년 관광두레에 선정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조합원들이 모여 오르골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자, 곧바로 인사동에서 오르골을 제작하고 판매한 경험이 있는 황선유 조합원을 영입했다. 송영철 한국관광공사 파주 관광두레 PD도 두 손 걷어붙이고 도우미를 찾아 나섰다. 김 대표에게 지역의 공예가를 여럿 소개했는데, 대부분 흔쾌히 도움을 줬다. 그러던 차 이상구 도예가와 만나 지뢰오르골을 연구했다. 여럿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송영철 PD는 “지역의 로컬 상품을 추구해왔다. 지역을 대표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각자 분야에서 가진 게 작아 확장이 어려웠던 것이 문제였는데, 함께 모이니 캠핑장을 자원으로 파주의 소리를 더 알릴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귀한농부학교 캠핑장.

    뢰오르골을 직접 만들려면 체험비 포함 6만 원이다. 김 대표는 “지뢰오르골은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오르골은 체험비 포함 1만 원이다. 주제도 평화나 통일안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오르골 체험에 더해 갈등의 숲 체험을 함께 하길 권했다. 순서는 숲 체험을 한 이후에 오르골 체험을 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두 체험을 연달아 하는 프로그램이 ‘갈등의 숲, 평화오르골’이다. 가격은 2만원.

    평화오르골 체험에 참여하면 여러가지 종류의 도구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골라서 오르골을 제작한다.

    등의 숲과 평화오르골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김정호 대표는 “갈등의 어원이 뭔지 아세요?”라고 반문했다. 잠깐 정적이 흐르고, 김 대표는 “갈등의 어원은 등나무와 칡넝쿨이다. 하나는 오른쪽으로 감고, 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감는다. 서로 죽고 만다. 이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자연을 알려준다. 자연의 섭리와 삶을 서로 비교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어본다”고 설명했다. 갈등의 숲 해설은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나무를 감싸고 있는 담쟁이는 나무를 귀찮게 한다. 그렇지만 담쟁이는 다른 동식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혼자서 살 수가 없는 자연의 섭리다. 다만 담쟁이가 너무 심하게 넝쿨을 치면 둘 다 생존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누군가 넝쿨을 거둬주면 된다고 답한다. 김 대표가 넝쿨을 일부 거둬내며 그런 일이 학교에서 생겼을 때 덩굴을 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선생님’이라고 대답한다. 김 대표는 “학생들 대부분 문제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연의 이치를 본인들의 삶과 비교해보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캠핑장 주인장인 김 대표는 파주시청 교육지원과에서 운영하는 마을 교사이자 숲 해설가이기도 하다.

    등의 숲은 평화오르골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숲을 거닐며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는 답을 스스로 찾아본 이후, 오르골을 만들고 태엽을 돌리고 나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더욱 안정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김 대표가 제시한 사례는 대부분 소박한 사연이었다. 어떤 아이는 집에 있는 강아지와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적기도 했다. 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오르골의 태엽을 감았다가 놓으니 천천히 풀리면서 잔잔한 소리가 들려왔다. 말장난 같은 말이지만, 태엽을 풀리면서 오르골 소리가 나는 것이 갈등이 풀리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김 대표의 말이 와닿았다.

    김정호 대표가 지뢰오르골과 2021년 으뜸두레 선정기념패를 들고 있다.

    로 준비하고 있는 오르골은 나무 오르골인데, 재생의 의미가 있다. 나무통을 공급하는 측은 파주시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미이용산림자원화센터이다. 주로 폐기된 가로수 기둥에서 나온 나무 조각이다. 그렇게 오르골로 탄생한 나무는 새 생명을 얻는다. 새 상품 개발은 파주시 관광상품 은상으로 받은 상품 1000만 원이 밀알이 됐다. 김 대표는 오르골 판매로 매출이 발생하면 지역사회에 환원할 의향도 있다고 했다.

    대표가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는 쇠꼴마을은 뒷동산에 배, 고구마, 산삼밭이 널려있다. ‘갈등의 숲, 평화오르골’ 프로그램 외에 심마니 체험도 있다. 산삼도 캐고, 밤 줍기, 고구마, 사과, 배 따기를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봄철에는 표고버섯을 딴다. 체험 거리가 풍부해 코로나 이전에는 관람객이 많을 때 트랙터로 40명 가까이 실어 날라 숲 해설을 했다. 지금은 작은 카트로 소수 인원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요즘에는 캠핑을 온 가족이나 소수로 찾아오는 자유학기제 학생들 주로 참여한다.

    갈등의 숲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귀한농부학교가 있는 쇠꼴마을은 주변 숲을 돌며 식물을 탐구하고, 제철 작물을 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평화오르골의 ‘갈등의 숲, 평화오르골’ 프로그램은 재작년에 관광두레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에는 으뜸두레로 꼽혔다. 관광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역 고유의 특색을 지닌 관광사업체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으뜸두레는 관광두레 중에서도 상품성을 인정받는 지역 여행상품이다. 올해는 8개 업체가 으뜸두레로 선정되었다.

    귀한농부학교 캠핑장을 방문하면 지뢰오르골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오르골을 구경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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