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핫한 동네 강원도 고성에서 보낸 멋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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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진작에 왔어야 하는 건데. 아직 그을음이 채 가시지 않은 건물과 듬성듬성 구멍 난 숲을 마주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난 4월 최악의 산불 사고를 겪은 강원도 고성.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고성 산불에 정부는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안타깝게도 고성은 아직까지 산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화재 원인 규명, 복구를 위한 대책 마련과 피해에 대한 보상은 몇 달째 논의만 진행 중이다. 복잡한 인간사와 달리 자연은 정직하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가을이 절정에 다다른 10월 중순,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 ‘여행이 기부다’를 외치며 고성을 찾는다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따라 고성에서 보낸 멋진 하루를 소개한다.

    ※ 1박 2일 동안 고성군을 다니며 방문했던 곳을 하루 일정에 맞게 재배치해서 소개한 콘텐츠입니다.

    09:30 고요한 송지호에서 아침을 열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24

    해 뜰 무렵부터 부지런 떨었더니 생각보다 빨리 고성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도, 그렇다고 해가 중천에 걸리지도 않은 어중간한 시각 발걸음이 향한 곳은 송지호였다. 사람보다 새가 더 많은 송지호에서 잠깐 멍해졌다. 아무 계획 없이 몸만 달랑 온 것이라 더 막막했다. 그래도 급할 건 없었다. 인적이 드문 송지호 산소길을 휘적휘적 걸으며 하루 여정을 계획하자고 마음먹었다.


    산소길 초입 송지호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눈길을 잡았다. ‘자연생태: 붕어, 잉어, 숭어, 도미, 빙어, 장어 등 어류가 산다’ 눈을 의심했다. 붕어와 잉어는 그렇다 쳐도 왜 민물에 도미가 산다는 거지? 송지호가 만들어지게 된 연유를 알면 이해가 빠르다. 송지호는 본래 바다였다. 작은 만(灣) 입구에 모래가 쌓이면서 바다로부터 분리돼 호수가 된 것이다. 송지호는 멸종위기종 1급인 흑고니와 흰꼬리수리 서식지이자 겨울 철새 도래지다. 푸른 솔잎 사이로 희끗희끗한 것이 보인다. 귀한 백조를 마주하는 것인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는데…. 백조 조형물에 보기 좋게 속았다. 하얀 백조 조형물은 호수 반대편 송호정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자연스레 시선이 뻗친 그곳 송호정 주변이 꽤 울긋불긋해보인다. 총 5.2㎞ 길이의 산소길은 호수 주변 우거진 송림으로, 습지 위 데크로드로, 곡식이 자라는 논밭 길 등 다양한 모습을 이어졌다. 긴 숨을 뱉어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다음엔 어디를 가볼까. 고민 시작이다.


    송호정과 송호정을 바라보고 설치된 백조 조형물


    송지호 산소길 주변으로 멋드러진 소나무가 가득하다.

    김일성 별장 등이 있는 화진포, 통일전망대는 숱하게 가봤다. 또 안보 관광을 테마로 하자니 뻔한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반면 송지호 주변은 비교적 최근에 관광지로 부상한 곳들이다. 왕곡마을은 1990년대에 예술창작마을 등으로 선정되면서 외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에 들어서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됐고, 2010년부터는 숙박과 각종 민속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007년 문을 연 송지호 오토캠핑장은 동해 망상오토캠핑장과 함께 동해안을 대표하는 캠핑장이 됐다. 그리고 현재 젊은 여행자들은 군청이 있는 고성군 중심에서 출발해 송지호 해수욕장 가기 전 가진항과 공현진항 같은 작은 포구마을을 찾는다. 유명하지 않아 덜 붐비고 나름의 소박한 재미가 있는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여행지다.


    11:30 군인들이 키운 전국구 맛집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82


    공현진은 물론 고성을 대표하는 맛집 수성반점. 카운터가 범상치 않다.

    걷고 났더니 배가 고프다. 점심 장소는 송지호에서 약 2㎞ 떨어진 수성반점으로 갔다. 수성반점이 위치한 곳은 공현진항이다. 포구마을에서 웬 중국집? 싶다가도 ‘고성에서 수성반점 모르면 간첩’이라는 한 줄 설명에 뒤도 안 돌아보고 점심 메뉴를 결정했다. 24년째 영업 중인 수성반점을 전국구 맛집으로 키운 건 8할이 군인이다. 인근 군부대에서 맛집으로 소문나 장병들은 물론 면회 온 가족들에게 소문이 퍼지면서 고성을 대표하는 맛집이 됐다. 대표 메뉴는 해산물이 넉넉하게 들어간 해물짬뽕이다. 돼지고기와 홍합, 오징어를 불맛 가득 볶아내는 것이 이 집 특징이다.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국물은 걸쭉하다. 한 숟갈 떠 목구멍 안으로 넘기면 칼칼하고 뜨거운 것이 몸속 깊은 곳까지 훑고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기본 메뉴인 짜장면과 볶음밥을 곁들여 먹었다. 큼직한 채소가 아삭하게 씹히는 짜장면도, 밥알이 탱글탱글 살아 있는 볶음밥도 별미였다.


    이곳 대표 메뉴인 해물짬뽕과 볶음밥


    12:40 바닷가에 돗자리 펴놓고 커피 피크닉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가진길 40-5


    옛집을 개조해 카페로 꾸민 ‘카페 테일’

    점심 본 식사보다 중요한 건 바로 식후 커피. 고성까지 왔으니 당연 바다 보이는 커피숍을 가야지. 그렇다고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나 혼잡한 곳은 싫다. 인적은 조금 드물고 오롯이 경치 감상할 수 있는 곳 위주로 장소를 물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그것은 바로 ‘피크닉 카페’. 아, 언젠가 들어본 적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그것! 카페에서 피크닉 매트와 빈티지한 피크닉 바구니 안에 향긋한 커피가 가득 담긴 보온병과 커피잔 등을 챙겨준단다. 그걸 곱게 받아들고 해변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거다. SNS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피크닉 카페를 직접 가보기로 했다.





    빈티지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목적지는 공현진항에서 약 2㎞ 떨어진 가진해수욕장. 한적한 포구마을 가진리에 위치한 테일 카페로 향했다. 가진리는 이런 곳에 웬 카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냥 평범한 포구 마을이었다. 길을 잘못 든 걸까 돌아나가려든 찰나 싱그러운 초록색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옛집을 개조해 카페로 만든 이곳에서 젊은 사장님이 핸드드립 커피를 판다. 핸드드립 커피가 5000원인데 여기다 3000원을 추가하면 피크닉 세트를 빌릴 수 있다. 가진해변은 아담해서 좋았다. 가을 바다를 앞에 두고 향기로운 드립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해변 커피 피크닉은 SNS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았다.


    한적해서 더 좋았던 가진해수욕장. 여유로웠다.




    15:00 호젓한 숲길을 걷고 싶다면 금강산 화암사로 (or 카페 달홀)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신평골길 8-25

    금강산 화암사: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길 100

    (카페 달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토성로 58)

    사실 두 개 중 고민했다. 호젓한 산책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카페에 갈 건지를 두고. 개인적으로 트레킹을 좋아해 산책을 택했다. 대부분 관광지가 바닷가에 붙어있는 것과 달리 트레킹은 내륙으로 들어야 한다. 앞뒤 이동시간까지 다 하면 넉넉잡아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트레킹이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추천하는 카페 옵션도 간략하게 소개한다.

    오는 11월 오픈하는 켄싱턴 리조트 설악밸리 전경. 리조트 뒤로 보이는 것이 설악산 울산바위다.



    켄싱턴 리조트에서 금강산 화암사로 가는 길은 비교적 덜 알려진 코스다. 한적하게 산책 즐기기에 좋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 위치한 금강산 화암사는 신라 혜공왕 5년(769년)에 지어진 유서 깊은 절이다. 금강산 화암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수암을 지나 성인대(신선대)까지 오른 다음 화암사골을 통과해 절까지 가는 약 4.1㎞의 산책로가 있지만 오늘 걷는 길에 그게 아니다. 기존 숲길보다 덜 알려진 반대편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목적지는 ‘켄싱턴 리조트 설악밸리’. 새길은 새로운 리조트 안에서 시작된다. 오는 11월 켄싱턴 리조트 설악밸리가 그랜드 오픈을 준비하며 리조트 안에 있는 신선호수부터 화암사까지 가는 산책로를 새롭게 정비했다. 예전 켄싱턴 리조트가 있기 전부터 이 길은 아주 소수만 아는 곳이었다. 구 하일라콘도 고객들만 알음알음 산책하던 곳으로 숲이 거의 원시림 수준으로 보존돼 있다. 오픈을 목전에 둔 리조트는 깔끔하게 정비된 모습이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웰컴센터 뒤로 웅장한 울산 바위가 훤히 보였다. 일명 ‘포레스트 산책로’는 왕복 3.6㎞로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다가 천진천을 만나고 비포장도로를 잠깐 걷다 보면 절 입구에 다다른다.



    카페 달홀의 포토스폿.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해먹 자리. 봉포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두 번째 옵션은 카페 달홀이다. 봉포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데, 구조가 특이하다. 해변에 뿌리박은 자연석 위에 데크를 설치해 카페를 차렸다. 바다를 곧장 마주하는 테라스에 해먹과 아기자기한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해 SNS 인증샷 찍기 딱 좋다.


    17:00 고성 수제맥주가 유난히 맛있는 이유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원로 266

    문베어의 상징은 바로 곰

    문베어는 국내 크래프트 비어 업체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 가능한 맥주는 연간 400만ℓ.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서 기계를 수입해 공장을 완성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총 투자금은 150억원. 2018년 겨울부터 양조를 시작했고 올해 7월 투어 프로그램과 탭 하우스 운영을 시작했다.



    저 거대한 주머니에 맥주 원료인 보리가 담겨있다.



    저장고에서 직접 따라 마시는 맥주는 신선도 최고! 맛도 최고!

    문베어 브루어리가 있던 곳은 본래 황태 덕장이었다. 이곳을 점찍은 이유는 바로 물. 지하 250m에서 암반수 뽑아서 맥주를 만든다. 양조 과정에서 물이 굉장히 중요하다. 물 특성에 따라 결과 달라진다. 이곳 암반수는 연수에 속하고 미네랄이 적다. 맥주를 만드는 데는 미네랄 적은 것이 좋단다. 40분 동안 브루어리 곳곳을 다니며 직접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가장 처음 간 곳은 바로 맥주의 재료 보리가 있는 창고. 이곳에서 페일 몰트와 위트 몰트 그리고 홉을 직접 맛봤다. 이후 맥즙을 만든 다음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맥주가 완성되는 전 공정을 살펴봤다. 투어 마지막엔 숙성탱크에서 직접 생맥주를 따라 나눠준다. 이날 맛 본 건 백두산 IPA.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에 이어 세 번째로 출시된 제품이다. 보통 IPA보다는 쓴맛이 덜하고 과일 향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문베어 브루어리 탭하우스 전경



    문베어 브루어리에는 맹수(?)가 산다. 한번 찍은 표적을 사정없이 물어 뜯고 늘어진다. 주인공은 바로 문곰이. 지난 7월에 누가 버리고 간 것을 여기 직원이 발견해 키우고 있다. 어찌나 활발하던지 제대로 나온 사진이 한장도 없다.

    양조장 투어는 금·토요일 하루 3회 진행되고 1인 1만7000원이다. 40분 동안 투어를 진행한 다음 숙성탱크에서 바로 맥주를 뽑아주고, 탭하우스에서 맥주 샘플러를 제공한다.


    19:00 멍게의 재발견 영순네 횟집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해변길 118



    영순네 횟집은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맛집이다. 봉포항에 위치한 영순네 횟집은 단층 건물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마주한다. 속초와도 가까워 고성뿐 아니라 속초 주민들도 자주 찾는다. 현지인이 추천한 메뉴는 물회. 속초에서 물회 잘하기로 유명한 맛집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맛이라고 했다. 물회와 회덮밥 그리고 멍게비빔밥을 주문했다. 횟감은 그날그날 다르다. 주인장이 직접 낚시로 잡는 자연산 횟감이라고 한다. 이날은 특이하게 방어가 들어가 있었다. 방어가 들어간 물회라니, 처음 먹어본다. 양념이 다 돼서 나오는 물회보다 회덮밥과 멍게비빔밥이 더 인상적이었다. 특히 멍게비빔밥! 성게알비빔밥을 먹으려다가 철이 맞지 않아 안된다고 해서 멍게비빔밥을 시켰는데 웬걸 이게 의외의 수확이었다. 향이 강해 멍게를 즐겨 먹지 않는데, 이건 워낙 신선해서인지 거부감없이 먹히더라.

    홍지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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