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곳을 왜 이제야…외지인 모른다는 국립공원 안 8km 계곡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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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휴가지를 고를 때 가장 후순위로 두는 장소가 있다. 바로 산 속 계곡이다. 바다・숲 >>>>>>>계곡 순인데, 굳이 순위를 꼽자면 이렇다는 거지 내 의지로 여름에 계곡으로 휴가를 떠난 일은 절대 없었다. 마지막으로 간 것이 12살 지리산 뱀사골 가족 여행이었다. 계곡에서 무슨 일이 있었거나 했던 것도 아니다. 계곡이 싫은 건 불편해서였다. 수심도 일정하지 않고 바닥은 온통 돌이 깔렸다. 놀기 적당한 곳을 찾아 다녀야하는 것도 싫고 물놀이가 끝난 후 씻을 곳도 마땅치가 않았다. 여러가지로 계곡은 보기에 좋은 곳이지 놀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런줄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 다시가고픈 계곡을 찾아냈다. 폭도 넉넉해 물놀이 하기도 적당하고 심지어 엄청나게 길어서 구간구간마다 특징이 달라 찾아다니는 맛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제천 월악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송계계곡이다. 여태까지 이 좋은 물놀이장을 몰랐다니,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신라의 공주와 태자도

    조선의 왕후도 숨어든 천혜의 요새

    1984년 17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된 월악산은 오르기 힘든 산이다. 이름에 ‘악岳’ 자가 들어간 산들은 험악하다. 이름의 다른 한 글자는 달월月이다. 달이 뜨면 최정상 영봉에 달이 걸린다고 해서 월악산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름을 뜯어보니 묘하다. 마치 야누스 같다. 뾰족뾰족 악산인데 또 밤에 달이 걸리는 모습은 참 아름답나보다.

    덕주산성 동문과 성벽

    월악산은 높이 1097m, 면적은 287㎢(국립공원 기준)로 충북 제천과 단양, 충주 그리고 경북 문경시를 접하고 있다. 월악산은 예로부터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졌다. 이런 의미를 담아 주봉의 이름을 영봉(靈峯)이라 지었는데 남북한 통틀어 주봉이름이 영봉인 것은 백두산과 월악산밖에 없단다.

    한반도 아버지 산이 태백산이라면 어머니 산은 월악산이다.

    월형산이라고 불렸다. 여자 중 맏이다.

    박병남 문화관광해설사

    월악산은 천혜의 요새였다. 산세가 험해 자연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산에는 약 길이 15㎞의 덕주산성이 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통일신라시대 때 처음 만들어지고 임진왜란 이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된 것으로 추정한다. 산이 얼마나 험하면 돌과 바위로 성곽을 쌓아올린 건 겨우 1㎞ 남짓이다. 나머지는 자연 지형을 이용했다. 남문, 동문, 북문 등 성문도 남아 있다. 동문(덕주루)를 통과해 조금 더 올라가면 덕주사가 나온다.

    천혜의 요새 덕주산성에는 역사에도 여럿 등장한다. 신라 마지막 공주 덕주공주와 마의태자가 이곳으로 피난을 왔고, 고려 몽고 침입 때도 인근 사람들이 덕주산성에 숨어 들었다. 마지막으로 조선 말 명성왕후도 이곳에 피신처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덕주산성 남문과 성벽

    무려 8km, 가도가도 끝이 없는

    천연 물놀이장 송계계곡

    서울에서 제천까지는 KTX이음을 탔다. 제천역부터 송계계곡까지는 53㎞, 차로 1시간 정도를 가야한다. 제천시내를 빠져나와 얼마지나지 않으면 시원한 충주호가 보인다. 길은 무척 구불거리지만 눈에 담는 풍광이 좋아 지루할 새가 없다. 송계계곡이 위치한 한수면은 위아래로 길쭉하게 생긴 제천에서도 가장 밑이다. 충주 수안보면과 경계한다.

    물길이 좁아지면서 수풀이 우거진다. 월악산 국립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고 드디어 송계계곡을 마주한다. 초입에는 마을이 형성돼 있는데 국립공원 지정 훨씬 전부터 이곳에 있던 마을이랬다. 예전엔 화전민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피서객과 여행객을 대상으로 펜션과 음식 장사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식당에서 더덕정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다음 본격적으로 송계계곡 탐방에 나섰다. 소화도 시킬 겸 잠깐 걷기로 했다. 덕주휴게소 부근에서 갈라지는 덕주계곡을 따라 걸어 덕주산성 동문까지 올라 갔다. 지글거리는 아스팔트 길과는 달리 나무가 그늘을 내어주는 숲길은 훨씬 산뜻하고 시원했다. 차근차근 걸어 올라가다가 송계8경 중 하나인 수경대를 만났다. 물빛이 얼마나 맑은지 청록색으로 반짝거렸다. 한가지 안타까운 건 다이빙을 막기 위해 계곡 위로 그물을 쳐놓은 것이었다. ‘익사사고 다발지역 출입금지’라고 적힌 현수막까지 있어 괜스레 겁까지 났다.

    *송계8경(월악산 영봉, 월광폭포, 자연대, 수경대, 학소대, 망폭대, 와룡대, 팔랑소)

    수경대는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덕주야영장 근처 자연대는 송계계곡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물놀이장이었다. 폭도 깊이도 적당해 보이고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이미 이곳에서 한가롭게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도 보였다. 자연대 바로 옆 숲 속에 월악산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야영장도 갖추고 있어 여러모로 물놀이 하기에 편리하다.

    이번엔 조금 더 상류쪽으로 올라가본다. 팔랑소는 역시 송계8경에 속하는 곳으로 자연대보다 훨씬 한가했다. 하늘나라 8공주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팔랑소는 널따란 화강암 반석 위에 시원한 계곡물이 얕게 깔려 발 담그며 여름을 만끽하기에 좋았다. 다만 계곡으로 접근하는 진입로가 마땅치 않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싶다면 팔랑소산장으로 찾아가면 된다. 산장 옆으로 팔랑소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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