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女행] 정선이 이렇게 힙하다고? 나만 알고 싶은 레트로 성지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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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女행 ٩( ᐛ )و —̳͟͞͞♥

    요즘 어디가 핫해? 내 동년배들 다 이러고 논다!

    20·30의 시선에서 직접 리뷰하는 요즘 여행 ↓↓

    얼마 전 인생 두 번째로 강원도 정선을 다녀왔다. 첫 방문 때는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캠핑 목적이 아니라면 글쎄. 다시 정선을 가게 될 줄 몰랐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푸른 절경과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지만 자연 외에 다른 매력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정선 공영버스터미널 및 택시 승강장

    그랬던 내가 이번엔 혼자 뚜벅이로 정선을 다녀오리라 다짐했다. 서울에서 시외버스 타고 3시간을 달려 콜택시를 어렵게 잡고 낯선 시골 길에서 방황하기도 하며 다시 3시간을 달려 서울로 돌아온 여정. 이 고생을 하면서 왜 정선까지 갔냐고?

    정선 풍경

    ‘좋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이든,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이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든 하나의 트렌드로서 자리 잡은 레트로 콘셉트. 늘 남들보다 앞서 나아가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도 옛 것에 환호하는 ‘웃픈’ 현실을 살아가는 요즘이다.

    아직도 ‘정선’하면 아리랑만 떠올리는 당신, 정선에는 기성세대는 물론 2030 젊은이들까지 사로잡을 매력적인 ‘레트로 감성’ 스폿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압도적인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청정 여행지, 정선에서 찾은 숨은 레트로 성지 2곳을 소개한다.


    번영수퍼

    – 5000원에 배 터지는 한 상, 아니 두 상

    강원 정선군 북평면 북평3길 58-6

    11:00AM – 18:00PM

    번영수퍼 외관 및 가는 길

    택시기사와 골목골목 다니며 어렵게 찾아간 낡은 외관의 이곳. 마을회관 옆 비좁은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찐 레트로 스폿이다. 가게 이름도, 본래 지어진 목적도 전형적인 시골의 작은 슈퍼지만 이곳에서는 단돈 5000원에 푸짐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34년 간 이 슈퍼를 운영해온 주인 할머니는 가게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점심을 해준 일이 계기가 돼 본격적으로 8년 전부터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모든 메뉴는 단 돈 5000원. 주 메뉴는 보리밥이다.

    테이블이 몇 개 없는 작은 규모라 사전예약은 필수다. 방문하기 며칠 전 예약을 위해 전화를 거니 “당일날 아침에 전화혀~”라는 구수한 대답이 들려왔다.

    번영수퍼 내부 모습. 가게 안쪽에 식사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빼곡히 채워져 있는 생필품과 식료품들.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감 가는 옛 슈퍼의 모습, 그리고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 분명 처음 온 곳인데, 낯설지 않다.

    미리 주문한 보리밥을 기다리는데, 나도 모르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 위를 열심히 치우고 닦고 있다. 정말 우리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아서였을까.

    보리밥(5000원)

    분명 1인분을 시켰는데, 보리밥이 두 개 나온다. 뭐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인을 보니 “먹고 더 드시라고~”하며 호탕하게 웃고 떠나신다. 그리고 상을 가득 채운 15가지가 넘는 반찬과 먹음직스러운 미역국. 어떤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안 올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에 잠시 멍해졌다.

    고민 끝에 반찬들을 싹 다 넣고 강된장, 들기름, 고추장에 싹싹 비벼 한입 넣었다. 이걸 어떻게 다 먹나 했는데 눈 깜빡할 사이 빈 그릇을 박박 긁고 있다. 한 그릇 더 나온 보리밥까지 완전히 비웠다. 정말 익숙한데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맛. 모순적이지만 딱 그 맛이라 표현하고 싶다.

    정선에 도착해 처음 방문한 이곳에서 가장 ‘정선다움’을 경험한 기분이다. 식사 내내 예약 전화가 울리고, 정선 곳곳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이곳. 주인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이 벌써 그립다.


    나전역 카페

    언덕 위 기차역에서 떠나는 추억여행

    강원 정선군 북평면 북평8길 38 나전역

    Tue-Sat: 11:00AM – 19:00PM

    Sun: 11:30AM – 19:00PM

    나전역카페

    정선역과 아우라지역 사이에 있는 간이역인 ‘나전역’. 석탄산업이 번성하던 시절에는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노선이었지만 나전광업소가 폐광한 후 무정차역으로까지 변경되는 세월의 흐름을 거친 공간이다.

    철거 직전까지 갔다가 북평면 주민들이 어렵게 지켜낸 나전역이 유휴공간으로 방치돼 있는 게 안타까웠던 정현인 북평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그는 지난 2019년 관광두레 PD와 함께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가장 먼저 역을 지켜낸 북평면 주민들의 동의를 구했고, 과거 탄광이 발전됐던 정선, 태백, 영월, 삼척 지역을 대상으로 한 ‘폐공간 창업 지원 사업’에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창업지원금을 받아 최종적으로 코레일에 사업 계획서를 올렸다.

    1년간의 노력 끝에 북평면 주민, 코레일, 정선군 모두에게 사업성을 인정받은 그는 작년 11월 21일 나전역을 옛 정취를 담은 카페로 재탄생시켰다.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나가기 위해 땀흘린 운영진의 결실로 ‘나전역 카페’는 2021년 전국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중 우수사업체인 ‘으뜸두레’로 선정됐다.

    카페 외부 전경.

    나전역으로 향하는 언덕 밑 먼발치에서 바라보니 이곳이 카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기차를 기다리던 교복 차림의 소년, 소녀 모형이 눈길을 끈다.

    카페 내부 모습.

    역무실부터 열차 시간표, 타는 곳, 나가는 곳까지. 기차역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내가 카페에 온 건지, 기차를 타러 역 안으로 온 건지 잠시 헷갈릴 정도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기, 통표폐색기, 만화책, 옛날과자 등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이들의 몰입을 도와줄 요소들이 가득하다.

    정현인 나전역카페 대표

    옛 역의 감성을 그대로 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대합실 나무 벤치, 난로 등 1960~70년대 모습을 담아 5060세대가 학창시절 탔던 기차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히려 2030세대가 더 폭발적으로 반응해 놀랐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 카페가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어 뿌듯합니다.


    피크닉 세트(2만2000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피크닉 세트’(2만2000원)를 주문했다. 나전역카페 대표 시그니처 메뉴인 나전역크림커피(6000원)를 비롯해 곰취 크루아상 샌드위치(4000원), 곤드레 아란치니(4000원), 신선한 과일 한 컵원하는 음료 한 잔으로 구성돼있다. 국내 곤드레 생산량 60%가 정선에서 난다는 말에 음료 한 잔은 곤드레라떼(5500원)로 선택했다.

    지역 로컬 푸드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셰프, 교수들과 함께 고민해 탄생한 메뉴들. 깊은 의미를 지닌 만큼 그 맛도 특별할지 천천히 음미해봤다.

    (왼쪽부터) 곰취크루아상샌드위치, 과일컵, 나전역크림커피

    대표 메뉴인 ‘나전역크림커피’는 우유와 에스프레소, 곤드레 크림 3층 구조로 이뤄져있다. 처음에는 섞지 않고 마시는 걸 추천한다. 달콤함, 씁쓸함, 신선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아낸다. 아인슈페너에 곤드레의 산뜻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중간부터는 섞어 마시니 또 다른 맛이 났다. 좀 더 달달한 바닐라라떼 맛이 나는데, 두 버전 모두 매력적이다. 대표 메뉴답게 아주 특색있고 맛있었다.

    평점: ★★★★★

    곰취와 샌드위치의 조합이 낯설어 가장 궁금했던 메뉴 ‘곰취 크루아상 샌드위치’. 한입 베어 물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곰취가 느끼할 수 있는 샌드위치에 풍부한 상쾌함을 더해준다.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샌드위치에 곰취 하나로 그 매력이 배가된다. 배가 불러도 자꾸 입으로 넣게 되던 마성의 맛.

    평점: ★★★★★

    곤드레 아란치니, 곤드레 라떼

    주먹밥과 고로케를 적절히 합친 듯한 ‘곤드레 아란치니’.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맛있으니 가장 먼저 맛보길.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든든하고 피크닉 도시락으로 챙겨가기 딱 좋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촉촉한 곤드레밥에 바삭한 튀김옷이 어우러진 겉바속촉 꿀조합 메뉴다.

    평점: ★★★★☆

    녹차와 쑥의 맛이 함께 나던 ‘곤드레 라떼’. ‘곤드레크림커피’로도 불리는 나전역크림커피와 헷갈려 이 메뉴로 잘못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오히려 곤드레 자체의 맛을 더 깊게 음미하기에는 나전역크림커피보다 이 메뉴가 더 제격일 것 같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지나치게 달지도 않아 자극적이지 않은 다소 심심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

    평점: ★★★★☆

    나전역카페 정현인 대표는 곧 함께 일하는 주민사업체 주민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외국 놀이문화를 체험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나전역카페는 앞으로도 지역 사회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체험적 요소까지 곁들인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보고싶다, 정선아!

    정선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가장 먼저 발견한 문구. 당시에는 그냥 스치듯 지나쳤는데, 현실로 돌아온 지금 자꾸만 저 문장이 머릿속에 맴돈다. 바쁜 일상과 현재의 고민은 잠시 잊고, 화창하고 한적한 정선의 숨겨진 공간으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하루.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코로나 시대에 정선은, 그리고 정선에서 만난 과거의 흔적은 지친 몸과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돼줬다.


    “벌써 보고싶다, 정선아!”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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