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획자가 ‘아들 낳은 다음’으로 떨린 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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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세요, 제가 준비해 놨어요 / 신재윤 지음 / 문학수첩 펴냄

    여행이 일이라면? , 이것이 무슨 말인가 싶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다면? 여행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여행을 업으로 삼게 된 신재윤 한국관광개발연구원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체로 꿈 같은 면이 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신재윤 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을 기획하고 집콕여행꾸러미같은 여행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수년째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여행사, 학자 등을 만나서 좋은 여행을 만들고 홍보하는 일까지 맡고 있다.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면 일을 핑계로 틈만 나면 여행을 갈 것 같지만, 현실은 딴 판이다. 여행을 직접 가기에는 난관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기획서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야근까지 해도 힘에 부쳤다. 여느 직장인처럼 엑셀과 파워포인트에 치여 산다. 이쯤되면 보고서 작성과 발표에 이어 계약만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을 법한데, 신 팀장은 그럴 수 없었다. ‘실천파이자 막가파인 성격상 직접 가서 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매경db>

    그래서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대한민국테마여행 10선에 포함된 도시를 방문했다. 가끔은 회사 일정에 출장을 포함했고, 어떨 때는 휴가나 주말을 활용했다. 든든한 후원군도 섭외했다. 남편은 운전기사로, 아들은 소비자체험단 일원으로 고용됐다. 물론, 무일푼 노동이다. 그 덕분에 암행어사 혹은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피디처럼 여행상품의 대상이 되는 여행지를 자연스럽게 여행했다.
    이것은 여행일까, 업무일까. 신 팀장은 그런 고민은 거의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여행 광이었던 아버지를 따라나서다가 생긴 여행본능이 꿈틀거렸다.
     


    신 팀장이 자연스럽게 체험한 우리나라 여행지는 아름다운 경치와 군침 나는 먹거리,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여행콘텐츠로서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행기획자로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그때마다 속이 쓰렸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라.
     
    이 지역으로 출장 갈 때마다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마을에 방치된 빈집, 마을회관이었다. 이 공간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대상인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자원이기도 했다. 일본 나오시마섬의 이에 프로젝트(빈집과 창고 등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으로 이에는 일본어로 집을 뜻한다)’ 사례를 접한 나의 눈에 시골의 원형을 보존한 그 집들의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수많은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얻은 결론은 작은 도시의 관광자원은 곧 집과 가게라는 점이었다.”
     
    북한 관련 한반도 평화관광 프로젝트는 정말 난관 중의 난관이었다. 현장에 갈 수가 없었다. 코로나 이전 해외여행 가서 국내에서 막힌 북한 사이트에 접속해서 자료를 수집했기도 했다. 우연히 만난 북한 사람 때문에 아들 낳은 순간 다음으로 가슴 떨렸다. 신 팀장이 묘사한 바는 아래와 같다.
     
    중국 여권 색깔도, 우리나라 여권 색깔도 아니다. 그의 국적이 99퍼센트 확실해졌다. 그 순간부터 심장 박동이 급상승했다. 한반도 평화관광 연구를 하며 정작 북한에도 못 가보고 북한 사람과 인터뷰도 못 해본 것이 내내 너무 아쉬웠는데 내 옆자리 그 남자가 북한 사람이라니! 태어나서 결혼하고 아들 낳은 순간 다음으로 떨리는 순간이었다.”
     
    신 팀장의 책은 표지를 제외하면 색깔은 두 종류뿐이다. 하얀색과 검은색이다. 글보다 사진이 강조된 요즘 여행책과는 결이 다르다. 부록에 적은 여행 잔기술이 있지만, 정보 서적도 보고서도 아니다. 장르는 에세이다. 여행자를 유혹하는 여행 만들기의 세계를 유쾌하게 담았다.



    <매경db>

    책 속에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 ‘섬진강 문화예술벨트 조성 사업’, ‘글로벌 쇼핑 관광명소 육성 프로젝트’, ‘한반도 평화관광 프로젝트등 이미 널리 소개되었거나 현재 연구 및 검토가 진행 중인 연구사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요즘 여행 현장에서 보이는 따끈따끈한 트렌드에 대해서도 전한다. 유독 젊은이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방문이 잦은 핫 플레이스가 된 여행 명소들의 비밀을 분석하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 야간관광이 뜨기 시작한 여러 가지 이유, 해외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국내 관광지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 볼 것들을 참신한 관점에서 들려준다.
    결론적으로 신재윤 팀장은 모든 여행상품, 여행을 제작하기 위한 생각에 반드시 담아야 할 핵심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관계)’ 그리고 컬래버레이션(조화)’이다.
    진지함이 가득한 생각이지만, 특유의 익살스러운 문체 때문인지 술술 읽힌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머릿속이 조금 묵직해진다. 또한, 여행인지 출장인지 뭔지 모를 경계가 모호한 일을 하고 싶어진다.



    신재윤 한국관광개발연구원 팀장. / 제공 = 신재윤 팀장


    아들 성유찬 군(왼쪽)과 찍은 사진. / 제공 = 신재윤 팀장

     
    사족) 이 기회를 빌려 관광 및 여행 기관 단체장님들께 강조하고 싶다.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서 작성 업무를 줄이고, 직원들을 제발 현장에 투입하시라. 그래야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과욕 내지는 우물 안 개소리와 같은 안일한 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휴가와 주말에 몸을 갈아 넣는 열정페이는 마음이 영 불편하다.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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