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디? 서울에 있다는 입장료 0원 힐링 스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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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런 날들을

    나는 어린 시절부터 무척이나 사랑했다.

    이즈음이면 자연의 온갖 부드러운 소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감수성은 충만해진다.

    내 호기심은 잠깐의 유희를 펼칠

    갖가지 색채들을 향해 달려간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연한 가을이다. 지난 연휴, 우연히 집어 든 책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다 보니 새삼 이 계절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자연 속에서 쉼을 누리고 색다른 공간에서 영감을 얻고 싶어졌다. 샅샅이 뒤져 찾아낸 두 개의 장소는 여러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짧지만 강렬한 가을과 비슷한 점이 많은 공간들이다. 지갑은 두고 와도 좋다.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 바쁘게 움직이는 서울 속 힐링 스폿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보자.


    덕수궁 프로젝트 2021

    : 상상의 정원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덕수궁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은 9월 10일(금)부터 11월 28일(일)까지 덕수궁 야외에서 열린다. ‘정원(庭園)’은 사전적으로 ‘집안의 뜰이나 꽃밭’을 뜻하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만들어진 자연’ 혹은 ‘제2의 자연’이다. 자연과 문화에 대한 인간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이 총체적으로 구현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부제인 ‘상상의 정원’은 조선 후기 ‘의원(意園)’문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18~19세기 조선의 문인들은 글과 그림을 통해 경제적 형편에 제한받지 않고 마음껏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의원, 즉 ‘상상 속 정원’을 향유했다. 이번 덕수궁 프로젝트에서 작가들은 정원의 역사, 사상, 실천을 다시 생각하고 재해석하면서 열린 정원을 만들어냈다고. 특히 장르, 매체, 세대 등 다른 성격의 작품과 작가들은 이야기가 있는 각각의 정원을 꾸리는 동시에 서로 조화와 긴장 관계를 이루며 더 큰 정원을 만든 것이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권혜원 작가는 몇 백 년 전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덕수궁 터에서 정원을 가꾼 5인의 가상의 정원사를 상상했다. 각기 다른 시대를 보낸 정원사들의 대화를 통해 인간과 공존해온 식물들을 낯선 방식으로 보여준다. 또한 작품이 설치된 중화전 행각 기둥의 재료인 금강소나무와 행각 주위의 나무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인식을 뛰어넘는 비인간 존재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폐목을 재생시킨 윤석남 작가의 신작은 석조전 대정원이 완성될 무렵 식재된 고목과의 상상의 대화를 담았다. 작가는 극히 소수만 접근 가능했던 궁궐이 개방된 공공장소로 변화한 것을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이름 없는 조선 여성들을 명쾌한 윤곽선과 밝은 색으로 그렸다. 덕수궁에서 새로운 시대를 마주한 그들의 의지와 기대를 담아낸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작가 지니서는 1911년 석조전 앞 대정원이 조성되며 중화전 행각이 철거된 것에 주목했다. 동과 서, 전통과 근대의 ‘차이’를 이질성과 대립, 갈등 대신 소통 가능한 ‘간격’으로 간주하면서 작품을 매개로 두 영역을 서로 마주 보게 한다. 바람과 햇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은 과거로 이어지는 시간의 통로가 되고, 관람객이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는다. 김명범 작가는 사슴을 스테인리스스틸로 주조해 즉조당 앞에 놓인 세 개의 괴석과 함께 놓았다. 전통정원의 주요 요소인 괴석은 사슴과 마찬가지로 장수를 상징한다. 이질적인 동물(몸체)과 식물(뿔)이 신비롭게 합체된 사슴은 낯설고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켜 주변 풍경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중요 무형문화재 제124호(궁중채화) 황수로는 일제 강점에 의해 맥이 끊긴 채화 문화를 되살렸다. ‘채화(彩華)’는 조선시대 궁중 공예의 정수이자 정원문화의 하나로서, 덕수궁에서 유일하게 단청으로 장식되지 않은 석어당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비단, 모시, 밀랍, 송화 등으로 만든 채화는 왕조의 불멸을 염원해 만들어진 시들지 않는 꽃이다. 채화에는 생명존중 사상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고종 즉위 40주년을 경축한 진연(進宴)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역사가 있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조경가 김아연은 실내에서 사용하는 카펫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안과 밖, 생명체와 비생명체, 부드러움과 딱딱함 등 이질적인 것들이 긴장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정원을 만들어낸다. 덕홍전과 정관헌이 마주하는 장소에 놓인 이 수평의 공간은 고종과 명성황후를 위한 추모공원의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터 이용배와 조경학자 성종상은 근대적인 대한 제국을 꿈꿨으나 외세에 의해 좌절한 고종의 드라마틱한 삶을 되돌아본다. 자유롭지 못했던 그를 위한 혹은 그가 상상했을 정원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다.

    사진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식물학자이자 식물 세밀화가인 신혜우는 서양의 여러 외래식물이 국내로 반입되던 근대기 대한제국 황실 전속 식물학자를 상상하며 봄부터 덕수궁 내 식물을 채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표본과 세밀화 등으로 풀어낸다. 기술과 만난 작품도 눈에 띈다. 관람객이 덕수궁 곳곳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전화 등의 스마트 기기로 태그하면 덕수궁 정원 혹은 조선 후기 의원 문화와 관련된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져 생생하게 움직인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예승의 작품으로 덕수궁에 21세기 가상의 정원을 구현했다.

    이번 덕수궁 프로젝트는 미술작품을 관람하면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감각적 체험이다. 밴드‘잠비나이’의 심은용, 김보미가 윤석남, 김명범, 김아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신곡을 제작했고 세 작가의 작품 앞에 놓인 QR코드를 태그하면 감상할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은 장르, 매체, 세대, 성별 등을 어우르는 다양한 해석이 담긴 도심 속 아름다운 정원”이라며, “장기간 이어지는 팬데믹과 무더위로 몸과 마음이 지친 국민들이 가을의 덕수궁 정원을 거닐며 잠시 상상과 휴식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루비마트

    ep.1 식물편의점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26 정음철물


    사진 출처 = 네이버 지도

    자연과 함께 하는 지속 가능한 일상을 제안하는 브랜드 ‘루비’가 식물 편의점을 열었다. 30년간 연희동의 사랑방이었던 정음전자를 리모델링한 정음철물에서 열린다. 9명의 작가(마리아, 모스그래픽, 설동주, 순이지, 영민, 예진문, 오수, 임진아, 한주원)6개 브랜드(페이퍼루비, ABSCENT, Edition Denmark, SEELOOKWATCH, Achim, 북노마드)와 손을 잡고 컬래버레이션 화분과 작품을 선보인다. 철물점에 식물이 가득한 진귀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9월 25일 정식 오픈하는 이곳은 10월 31일까지 방문 가능하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수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오픈하며 월, 화는 휴무다.

    사진 출처 = 루비마트 인스타그램 @rubymart.official

    루비마트 식물편의점의 쇼윈도는 예진문 작가의 작품이다. 컨셉은 60년대 화가의 방이다. 자연 친화적이고 보헤미안 스타일을 즐기는 화가가 사는 방은 어떨지 상상하며 공간을 연출했다고. 작가는 방문하는 이들이 편하게 공간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즐겨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예진문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공기의 촉감에 맞게 집을 단장하는 영상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Oth,(오티에이치코마)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제품을 통해 영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루비마트 인스타그램 @rubymart.official

    루비마트 식물편의점의 안쪽 쇼룸은 마리아 작가와 융지트 주인장 융의 취향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제주, 한강 등 좋아하는 장소의 자연 풍경을 보고 느낀 색감과 라인을 추상적인 페인팅으로 담았다. 마리아 작가는 보는 것과 느끼는 것과의 관계, 그리는 것과 심리적인 관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이야기를 찾는 작업을 주로 한다. 낯선 여행지와 일상 속 순간의 풍경들을 수집하며 영감을 얻고, 드로잉과 페인팅의 언어를 통해 기록한다.

    사진 출처 = 루비마트 인스타그램 @rubymart.official

    일러스트와 문구로 눈을 사로잡는 화분은 작가 순이지의 작품이다. 자연 풍경과 식물을 생각하며 떠올린 몇 가지 부정적인 내용을 이와 상충되는 일러스트 형식으로 그렸다. 순이지 작가는 삶의 부정적인 면모를 음울한 유머감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루비마트에는 순이지 작가가 커스텀한 화분과 그림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 루비마트 인스타그램 @rubymart.official

    읽고 그리는 삽화가 임진아 작가는 여유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느슨한 옷을 입은 나의 식물을 보며, 잠깐씩 환기를 합니다. 집에 놓인 식물은 느긋하게 자신의 하루를 살고, 나 또한 식물이 더해진 집 안에서 느슨해집니다. 화분을 볼 때마다 분명한 여유를 느끼면 좋겠습니다.” 보는 이들에게 힐링과 여유를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진 출처 = 루비마트 인스타그램 @rubymart.official

    작가 설동주는 올해 봄여름 집 앞 마당에서 만났던 잡초들을 작품으로 그려냈다. 그는 주로 펜드로잉과 사진 작업을 통해 도시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록하고 수집한다. 직접 종이에 작은 드로잉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다가오는 가을, 도시 풍경에서 잠시 벗어나 식물들의 천국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식물이 가득한 공간에서 숨을 고르고 진득한 휴식을 취해보자.

    여행+ 정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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