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될 수록 사라진다는 ‘이 감성’. 서울 도심에서 다시 느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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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어릴 적 꿈은 빨간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날으는 사람

    그 조그만 꿈을 잊어버리고 산 건

    내가 너무 커버렸을 때

    동방신기 ‘풍선’ 가사 中

    가을은 차분함의 계절이다. 사람을 사색하게 만든다. 살면서 무뚝뚝하다고 수없이 들은 나조차 괜스레 쓸쓸한 감성에 젖게 한다. 흔히 ‘가을 탄다’고 한다.

    삶이 재미없어지는 이때 문득 어렸을 적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하루하루가 재밌고 설렜다. 요즘 유행인 오징어 게임의 1번 할아버지도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 때는 구슬 몇 개만 가지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놀았어. 별거 아닌데도 엄청 행복했어.”

    오징어 게임 할아버지처럼 순수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전시회가 있다. 63빌딩 꼭대기에서 열리는 ‘에릭 요한슨 전(展)’이다.

    에릭 요한슨은 ‘동심을 간직한 작가’로 유명하다. 아이들이 흔히 하는 순진한 상상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을 찍은 뒤 정교한 포토샵을 거쳐 현실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든다.

    어렸을 적 간직한 소중한 감성 중 우리는 무엇을 놓치며 살고 있을까? 답을 모두 알려주면 재미없으니, 내가 느낀 3가지만 소개한다.


    순수한 호기심

    “비는 어떻게 내려요?”, “구름은 뭐예요?”

    어렸을 때는 궁금한 것들 투성이었다. 세상 주위 모든 게 신기했다. 부모님, 선생님, 심지어 경비 아저씨한테까지 이것저것 호기심 가는 건 다 물어보았다.

    희한하게 이제는 모르는 게 있어도 궁금하지 않다. 그저 집, 직장 또는 학교를 쳇바퀴 돌 듯이 다닐 뿐이다. 혹시 궁금한 게 생기더라도 딱히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호기심을 접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졌다.

    에릭 요한슨 전시에서 어렸을 적 간직했던 호기심을 잠시나마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달은 어떻게 뜰까, 구름은 어떻게 하늘을 떠다닐 수 있을까. 어릴 적 우리가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을 다시 마주 보았다.

    동심을 기억하는 작가답게 질문에 대한 그의 답도 ‘아이다웠다’. 달을 교체하는 청소부, 양털로 만든 구름을 쏘아 올리는 아저씨 등 독특한 그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풋풋한 첫사랑

    “저 별을 따다줄게”

    지금은 듣기 낯간지러운 소리지만, 첫사랑 그때는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저 말에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가장 그리운 감정 하나를 물어보면 사람들 대부분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을 꼽는다. 작은 행동도 큰 의미로 다가오고, 비현실적인 말도 정말 이루어질 것만 같았던 그때.

    그때 그녀 또는 그가 했던 말이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에릭 요한슨이 직접 구현해보았다. 한 여인이 별을 따다주는 저 그림이 내게는 몽환적이면서도 달콤·씁쓸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두어야 좋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추억

    어렸을 때는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랐다. 얼른 커서 돈도 벌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싶었다. 하루빨리 부모님 곁에서 벗어나 내 맘대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거대한 파도처럼 다가온다. 2021년도 벌써 10월이다. 피할 새도 없이 세월이 나를 덮쳐온다. 심지어 어렸을 적 꿈꾸었던 직장, 집, 차는 이제 부담스러운 현실이 되어버렸다.

    힘들 때마다 떠오르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렸을 적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부모님 품이다. 엄마가 아픈 나를 밤늦게까지 간호해 준 기억, 아빠가 퇴근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 들고 안아준 기억은 현재 삶의 버팀목이다. 다시 삶을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준다.

    에릭 요한슨 작품에서 행복했던 추억이 병 속에 담겨 파도 너울 속을 떠다니고 있다. 막막한 현실이지만 작가는 “고단한 현재를 버티게 해주는 힘은 소중한 과거의 추억”이라며 희망을 준다.


    순진한 호기심, 첫사랑의 풋풋함, 부모님의 따뜻함 모두 유아·청소년기 우리를 대표하는 감성이다. 지금은 잊고 살아가지만, 분명히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영양분이다.

    사색의 계절 가을, 에릭 요한슨 전시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보길 추천한다. 삭막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작품을 보며 흠뻑 빠졌던 ‘과거’ 회상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문득 ‘현재’ 소중한 사람들이 떠올라 작가의 작품이 담긴 기념품 몇 개를 샀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예쁜 기념품들이 즐비해 있다. 가족, 연인, 동료 등 지금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하나쯤 선물해 보자.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사진= 이승연 여행+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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