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을 따라, 부산 속 재생 공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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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 공간은 누군가의 시간이 묻어있는 장소를 다시 살려낸 곳이다. 긴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킨 공간들에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내용이 길어져 2편으로 나눴다. 지난 1편에서는 숙소와 해변 열차를 소개했다. 2편에서는 복합문화공간과 맛집을 소개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바라는 부산의 낭만적인 장소들이다.


    03

    재생과 친환경을 추구하는

    부산 문화공장

    F1963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수영 공장은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 동안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고려제강의 모태가 되는 첫 공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기존 건물의 형태와 골조를 유지한 채 문화공간이라는 용도에 맞춰 개조한 점이 특별하다. 옛것을 활용하되, 창의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가치와 아름다움을 창출해낸 것이다.

    F1963 정문으로 입장하면 우측에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국제 갤러리. 코로나19로 인해 동시 관람 인원수는 15인으로 제한한다. 국제갤러리는 2018년 8월 국제갤러리 부산점을 개관했다. 국제갤러리는 동시대 유명 미술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그 흐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제2의 거점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은 약 100평의 전시 공간에서 회화와 조각, 사진과 영상 등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현대미술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 공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발자국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국제갤러리에서 잠시 머릿속을 비우고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했다.

    YES24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YES24@F1963’점은 활자 인쇄 프로세스부터 최신 기술의 전자책에 이르기까지 책과 출판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 걸쳐 모두 살펴볼 수 있어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중고서적을 매입하는 바이백 서비스, 크레마 단말기 체험존, 커피와 휴게 공간, 어린이 전용공간 키즈존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곳곳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이 넓게 구비되어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대형 크레인이 매달려 있던 자리에는 동서 고전 지혜가 담긴 북 타워가 세워졌다. 코르크 재질의 가판대와 스틸 소재의 벽 장식, 공장의 천장이 한 데 모여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공간을 완성한다. 책에서 발췌한 글귀들이 천장에 큰 글씨로 걸려있었는데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점 중간중간 자리를 잡은 옛 인쇄기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인쇄업체가 많은 을지로~충무로 근처에서 근무하며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상세한 설명을 읽어내려가니 옛 인쇄기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 철사로 책을 매는 기계인 케이스 철사기, 포장 및 봉투 봉합에 사용하는 씰링 인쇄기, 종이를 한 장씩 실로 꿰는 엮음기 등 여러 기계가 있어 지루할 새가 없다. 서점을 둘러보는 내내 거대한 책 박물관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재생 공간을 둘러봤으니 친환경 스팟을 둘러볼 차례다. F1963을 방문했다면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과 함께 유리온실에서 시간을 보내길 추천한다. 이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희귀식물, 유기농 채소 및 과실들을 재배하고 소개한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옆에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들이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리온실 맞은 편은 제품을 출고하던 공장의 뒷마당이었는데,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는 달빛 가든으로 조성했다.

    물과 나무가 함께 있는 수정원에서는 몇몇 방문객들이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에 이곳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냈다. 개인적으로 휴식 공간을 보면 그 장소의 완성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F1963은 완벽하게 쉴 수 있는 재생 공간이었다. 수정원과 옆으로 뻗은 대나무 숲 소리길은 친환경과 슬로우 라이프를 느껴볼 수 있는 장소이다.


    04

    1956년 그 시절 세탁소였던 장소에서

    만끽하는 파스타의 맛

    옥천사세탁


    서면 전포동에는 ‘힙한’ 느낌의 카페와 식당이 유독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옥천세탁소. 1956년 세탁소로 운영했던 장소를 2018년 새롭게 개조해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 메뉴는 브런치와 파스타가 주를 이루고 카페와 간단한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긴 원목 식탁이 있는 메인 공간과 두 테이블이 있는 작은방이다. 메인 공간은 단체로 방문했을 때 혹은 통창으로 햇볕을 즐기고 싶을 때 앉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 2~3인이 방문해 오붓하게 식사를 즐기고 싶을 때라면 작은방을 추천한다.

    메인 공간의 한쪽 벽에 위치한 소품들은 ‘세탁소’라는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가지런히 걸린 옷들과 다리미는 세탁소였던 이 장소의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꾸며둔 것 같았다. 낡은 벽과 바닥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고 있을 때쯤 식전 빵이 나왔다. 꿀과 무화과를 올려 빵 한 조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주문한 메뉴는 무화과버터 토스트와 세 가지 조개의 먹물 봉골레. 무화과버터 토스트는 유명 베이커리 노베이커노베이커스에서 직접 만든 사워 도우를 구워 준비한다. 무화과버터가 독특해 비법을 살짝 물어보니 부드러운 버터와 무화과를 섞어 올리고 말돈소금을 위에 살짝 뿌려 환상의 단짠 조합을 완성한다고.

    두 번째 메뉴 세 가지 조개의 먹물 봉골레를 가득 입에 넣으니 부산에 왔음이 확 와닿았다. 조개 향과 마늘, 토마토, 호박, 렌틸콩 등이 가득 들어가 든든하다. 조개는 밑간이 되어 있어 약간 짭조름했고 신선한 해산물 특유의 맑은 맛이 느껴져 만족스러웠다. 독특한 공간에서 깔끔한 한 끼를 즐기고 싶다면 자신 있게 이곳을 추천한다.


    05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것만 같은

    가정집에서 모나카 한 입

    낙원다방


    망미역에서 5분. 낙원다방의 초록색 외벽은 멀리서도 눈에 들어왔다. 가정집이 모여있는 골목에 있는 유일한 카페여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마다 궁금한 눈으로 창 안을 들여다봤다. 앙증맞은 소품과 어쩐지 대문 같은 문짝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에디터가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가정집을 개조한 인테리어가 궁금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고 싶었다. 여행의 재미는 비일상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카페 내부에는 연식이 꽤 된듯한 보온병, 오토바이, 액자, 열쇠 등 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이 적당히 있다. 적당히가 중요하다. 레트로 카페라고 옛날 소품으로 범벅을 해두는 곳들이 있는데 낙원다방은 센스 있는 선에서 장식을 해두었다.

    카페에 들어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와 진짜 옛날 집이네’였다. 응답하라 1988 혹은 아침 드라마에 나올 법한 미닫이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이다. 다행히 카페에서는 신발을 신고 올라갈 수 있게 해두었다. 공간을 분리하는 구슬 발이나 찬장, 카펫 등 여러 소품들이 향수를 자극한다. 현재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착석하지 못하는 좌석들이 꽤 있어 주말에는 웨이팅 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사실 낙원다방은 부산 사람들에게 디저트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크, 쿠키, 아이스크림, 그리고 모나카까지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선보인다. 디저트를 확인할 수 있는 테이블까지도 포토스팟이다. 이렇게 귀여운 메뉴판이라니.

    모니카 세트와 체리블라썸 음료를 시켰다. 모나카 세트는 6500원인데, 모나카 2개와 젤라또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가성비가 괜찮은 편이다. 에디터는 오리지널 모나카와 인절미 모나카를 골랐다. 팥과 버터, 딸기가 들어간 오리지널 모나카는 달달함과 약간의 짭짤한 맛이 잘 어울린다. 인절미 모나카는 콩가루와 버터, 팥, 그리고 진짜 인절미가 들어가 고소함과 든든함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모나카 깍지는 바삭하면서 담백해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속 재료를 잘 잡아준다.

    체리블라썸 음료에는 체리와 레몬, 라즈베리, 허브까지 푸짐하게 들어갔다. 메뉴를 받자마자 이 정도면 비타민 보충 제대로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리의 단맛에 익숙해질 때쯤 생레몬의 새콤한 맛이 치고 나와 지루할 틈이 없다. 마냥 단 음료가 아니어서 모나카와도 잘 어울렸다. 요즘 기분이 영 별로라면 고민 없이 낙원다방으로 향해보자. 따뜻한 분위기, 맛있는 디저트, 눈이 즐거운 인테리어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글 / 사진 = 정미진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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