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직접 운영” 국내최초 기내식 카페 줄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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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따사롭던 어느 날, 참다못해 기내식을 한번 먹기로 결심했다. 이 시국에 무슨 해외여행이냐고? 발길이 향한 곳은 김포도, 인천도 아닌 ‘젊음의 성지’ 서울 홍대 인근이다. 아쉽게도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가 아니고, 해외로 날아가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다. 하늘에서 먹던 기내식을 이제 지상에서도 먹을 수 있다고 해 찾아갔다.

    서울 마포구 AK&홍대 1층에 승무원이 직접 운영하는 기내식 카페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여행맛, Jejuair on the table)’를 오픈한 제주항공. 기내식 인기메뉴 4종과 객실 승무원들이 직접 제조한 각종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도착하자마자 길게 늘어선 줄이 기내식 카페의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한다. 공항에서, 또는 기내에서 만나던 승무원들이 카운터에서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기내식 4종과 실제 비행기 게이트처럼 꾸며진 입구를 보니 여행의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끌고 다니는 트레이를 테이블로 사용하는 좌석부터, 둥그런 비행기 창문까지. 제주항공 항공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카페 내부 모습에 괜스레 어디론가 떠나는 기분이 든다.

    불고기 덮밥(1만원), 흑돼지 덮밥(1만원), 파쌈불백(1만원), 그리고 ‘승무원기내식’이라고도 불리는 치즈불닭덮밥(1만1000원)까지. 진열대에 먹음직스럽게 놓인 네 가지 메뉴를 보니 군침이 돈다. 실제로 기내에서 제공하는 것과 가장 비슷하거나 기내식 단골 소비자인 승무원들이 가장 맛있다고 꼽는 메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네 가지 메뉴 모두 기내에서 실제 저희 승무원이 먹는 음식이랑 비슷합니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양이 조금 많아진 점? 저희 승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치즈불닭덮밥’ 인데요, 위에 치즈가 녹아서 밥이랑 같이 드시면 정말 맛있어요.


    비좁은 좌석에서 잠을 설치던 중,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승무원들이 트레이를 끌고 복도를 지나갈 때.

    내 순서가 다가오기 전 이미 앞 손님 차례에 엿들은 두 메뉴 중 어느 것을 먹을지 고민하던.

    다시 그 순간이 찾아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어찌 한 메뉴만 먹어볼 수 있겠는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못 먹은 기내식 오늘 다 먹자는 생각으로 네 가지 메뉴 모두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승무원들은 음식을 따뜻하게 준비해 상자에 직접 포장한다. 완성된 기내식 세트는 실제 기내에서 쓰는 것과 동일한 트레이에 넣어 손님의 자리까지 직접 찾아와 전달해준다. 하늘에서 받던 서비스와 너무 비슷해 이곳이 진짜 비행기인 듯 순간 착각하곤 한다.

    상자를 열어보니 기내식 감성을 그대로 잘 살린 메뉴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이 나왔을 때처럼 먹기 전 열심히 인증 사진을 찍었다. ‘기내식은 맛이 별로다, 식어서 나온다, 양이 적다’라는 편견을 깨버릴 맛일지, 재빨리 하나씩 뜯어 먹어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불고기 덮밥, 흑돼지 덮밥, 치즈불닭덮밥, 파쌈불백

    네 가지 모두 한입씩 맛볼 때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였을까. 예상과 달리 훌륭한 한 끼 식사를 한 기분이었다. “기내식이 이럴 수가 있나?” 갸우뚱할 정도로 맛도, 양도, 비주얼도 모두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믿기지 않는다고? 속는 셈 치고 한 번 드셔보시길.

    (기자의 매우 주관적인 한줄평)

    불고기 덮밥:

    가장 ‘기내식스러웠던’ 메뉴. 고기가 질기지 않아서 좋았다. 소불고기에 양념이 조금 더 넉넉했으면 하는 아쉬움. ★★★☆☆

    흑돼지 덮밥:

    식당에서 갓 나온 제육볶음 먹는 느낌. 호불호 없이 누구나 만족할 익숙한 맛. 실패가 두렵다면 이 메뉴를 추천. ★★★★☆

    파쌈불백:

    앞의 두 메뉴와 가격이 같지만 구성은 더 알차 보임. 파채와 계란후라이가 인상적이었다. 양념도 넉넉해 밥과 함께 먹기 좋음.

    ★★★★☆

    승무원 기내식(치즈불닭덮밥):

    천원 더 비싼 값을 한다. 부드러운 닭고기와 매콤한 양념, 치즈의 조합이 끝내준다. ‘초딩입맛’인 기자 취향 저격. ★★★★★


    한라봉에이드, 아이스 아메리카노.

    배를 든든하게 채우니 시원한 음료 한 잔으로 입가심하고 싶었다. 음료 메뉴를 훑어보다가 제주항공 카페인 만큼 한라봉에이드가 끌렸다. 잘 저어 한입 들이키니 한라봉 알갱이가 입안을 채운다.

    환경 보호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여행맛 카페는 컵, 홀더, 빨대 등을 모두 종이로 마련했다고 한다. 빨대의 경우 손님이 먼저 요청하거나 잘 섞어 마셔야 하는 메뉴가 아니라면 먼저 제공하지 않는다.

    커피와 음료를 주문하면 승무원이 직접 제조하는 과정도 볼 수 있다. 제주항공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이 카페 직원으로서 커피를 내리는, 살면서 처음 보는 상황임에도 어쩐지 익숙하다. 기내에서 늘 다양한 돌발 상황을 척척 해결하는 프로의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


    한 손님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제주항공을 너무 사랑해주시는 분이었는데요, 찾아오셨을 때 도화지에 직접 그린 그림이랑 선물을 주시면서 ‘요즘 항공업계 힘든데 승무원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너무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지상에서나마 오랜만에 손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기쁘다는 승무원은 찾아온 손님들로부터 큰 응원과 에너지를 받는다고 전했다. 먼저 말을 걸기 머뭇거려져 진열대만 보고 있었는데, 승무원들이 선뜻 먼저 다가와 맛은 괜찮았는지 묻는다.

    때때로 난기류에 흔들리는 기내에서 만났다면 분주하게 식사 과정을 진행하느라 엄두도 못 냈을 대화들이 오갔다.

    “기장과 부기장은 음식이 상하거나 식중독 등 비상 상황 발생을 대비해 매번 두 명이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한다”, “주로 치즈불닭덮밥과 연어덮밥을 먹는데, 주기적으로 메뉴가 바뀌어 실제 메뉴는 김치볶음밥 등 더 다양하다”라는 등 항공사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재밌는 이야기들까지 들을 수 있었다. 승무원과 편안한 대화가 이어지고 친밀한 분위기까지 형성돼 늘 약간은 긴장되는 기내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불쑥 등장한 비행기에서 에너지를 듬뿍 얻고 간 하루. 이곳을 운영하고, 방문한 모든 이들과 함께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테지만, 지혜롭게 이겨내려는 항공사의 고민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기내식 카페’로 알려져 있지만, 단순히 기내식을 즐기기 위함이 아닌 여행의 설렘을 공유하러 가는 ‘여행 카페’라고 부르고 싶다.


    떠나기 전, 한 승무원이 인사를 건네며 “하루 빨리 더 많은 손님들을 카페에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기내식 카페를 열었습니다. 이곳을 이루는 모든 게 다 실제로 기내에 비치돼있는 것들입니다. 기내에서 서비스 받는 기분도 느끼실 수 있고, 각종 물품들을 직접 열어보면서 실제 비행할 땐 해소하기 어려운 궁금증도 풀어볼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이 그리운 요즘 기내식 드시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시고 기쁨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승객과의 교감이 그리운 저희 승무원에게도 큰 즐거움입니다.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사진= 유건우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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