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호텔 말고 80년 된 한옥을 택한 이유

    - Advertisement -

    울에 살았지만 서울을 몰랐다. 휴식을 위해선 세련된 호텔과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았고,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한 고궁은 그저 산책 장소였다.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전통적인 것, 한옥.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생각이 한옥을 더 낯설게 만들었다. 너무 더운 여름이 찾아오기 전에, SNS 피드 속 가득한 럭셔리 호캉스가 아닌 진짜 서울을 느끼고 싶었다. 나름 굳센 마음을 먹고 평화로운 평일, 나는 북촌으로 향했다.


    북촌 한옥스테이

    이호소락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5가 길 17-8

    회색 건물 가득한 서울의 도심 속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한 동네. 한옥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곳 북촌. 그 가운데 조용한 골목길을 지나 한옥 사이를 조금만 걷다 보면 아담한 마당을 가진 이호소락이 나온다.

    이호소락(釐毫小樂)은 극히 적은 수량인 이호(釐毫)와 작은 즐거움을 뜻하는 소락(小樂)을 합친 단어다. 도심 속 소박한 여유와 휴식을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1940년 7월 16일 등기부에 등록된 이 건물은 현재 80이 넘는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의 멋과 세련됨을 동시에 가진 이곳이 과연 어떤 즐거움을 줄지 기대하며 이호소락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작은 마당이 나를 반겼다. 봄이 되면 하얗게 핀다는 흰 철쭉나무와 포근한 느낌의 이끼, 이소호락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자쿠지까지. 80년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한옥 고유의 멋과 현대적인 미를 모두 갖췄다. 원래 음식점이었다는 이곳은 마당의 기존 토대를 허물고 자갈 하나부터 조명 하나까지 세심하게 고쳤다.

    이곳의 보안(?)이 염려되는 이들이 있다면, 걱정 마시길. 언뜻 한옥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신문물이 장착돼 있다. 바로 믿음직한 번호 키 도어록과 함께 집 안쪽에서 이중의 잠금장치를 할 수 있는 빗장까지 걸려 있다. 한옥의 멋을 살리기 위한 것인지, 안전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튼튼한 빗장을 걸어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다.

    한옥이라 불편하지 않을까 하던 고민도 잠시, 이호소락의 내부는 굉장히 깔끔했다. 전통적인 한옥과는 다르지만 편리함을 위해 메모리폼 매트리스 침대를 두었다. 침대 바로 앞 원형의 창은 마치 액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의 풍경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이호소락의 재미 중 하나다.

    또한 중앙의 휴식 공간, 테이블과 주방까지. 문을 없애고 모든 공간을 하나로 연결했다. 문이 없어도 기둥을 통해 공간이 명확히 분리돼 사용하기 편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미니 소파와 한옥의 단점인 수납을 해결하기 위해 벽장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탁 트인 넓은 공간을 여기저기 쏘다니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사진제공 = 이호소락

    단순한 휴식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투숙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세련된 외향에만 치중된 것이 아닌,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도 고루 갖췄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수평으로 접어 눈에 거슬리지 않는 싱크대 수전과 다양한 크기의 접시, 특색 있는 물컵까지 준비돼 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주방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고,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사진제공 = 이호소락

    욕실은 깔끔한 화이트톤으로 거추장스러운 호스를 모두 감췄다. 샴푸와 린스, 보디워시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칫솔과 치약까지 넉넉히 준비돼 있다. 포근한 수건과 드라이기, 자쿠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운까지 준비돼 있으니 많은 짐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이외에도 직관적으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네스트 온도조절기와 다이얼을 돌려 조명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디머 스위치도 설치돼 있다. 언제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한 아이패드까지 제공된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여름날의 한옥을 만끽했다. 서서히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며 평소라면 잔뜩 지쳤을 시간,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을 기다린 이유, 무엇보다 이호소락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자쿠지다. 한옥과 자쿠지라니, 굉장히 묘한 느낌을 주면서도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시원한 밤이 찾아올 때를 맞춰 물을 틀고 벽장에 걸린 가운을 입은 뒤 물속에 발을 담갔다.

    초여름의 밤공기와 따뜻한 자쿠지의 조합은 완벽했다. 마루에 준비된 라벤더 향 사해 소금을 물에 넣으니 마치 테라피 숍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감성에 빠질 수 없는 맥주 한 캔과 함께, 이호소락에서의 밤이 깊어갔다.

    자쿠지에 발을 넣어 찰박거리는 물소리를 내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깜깜한 하늘에 선명한 달이 떠 있었다. 유심히 달을 바라보며 주변 풍경을 둘러봤다. 북촌의 고요함과 온전히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이호소락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자쿠지의 물이 식을 때까지 이호소락을 한껏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 제공 = 이호소락

    이호소락의 아침은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삼베로 만든 블라인드와 한옥 고유의 멋을 살린 창호는 이곳의 풍경을 두 배 더 멋있게 만들어 준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구조다.

    한옥 전체를 내 것인 마냥 즐길 수 있었던 하루. 창을 활짝 열고 고요를 즐기며 처음 이호소락의 문을 연 순간부터 여름밤까지의 추억

    을 곱씹었다.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하는 순간. 마저 이곳의 풍경을 감상한 뒤, 몇 안 되는 짐을 챙겨 이호소락을 나섰다.


    시끌벅적한 도심 속에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여유가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평소라면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특별한 곳을 찾고 싶었다. 북촌 가까이 살아 잘 아는 동네라 자부했지만, 대로변 너머 작은 골목길까지 닿지는 못했다.

    어쩌면 우연히 찾은 이호소락이 보여준 전통의 멋과 세련됨, 여름밤의 따뜻한 휴식은 이곳을 찾기에 충분한 이유가 됐다.

    짧고도 긴 이호소락에서의 하룻밤. 만약 당신도 이곳을 찾는다면, 소박한 여유와 휴식만을 주겠다는 이호소락의 소담한 의미를 넘어

    그 이상의 많은 편안함과 따스함을 간직하고 떠날 것이다.

    유신영 여행+ 에디터


    - Advertis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