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인기 없는 해변 골라서 찾아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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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네 인생에는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필요한 때가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도,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라도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 밖에 나가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한 날이지만 ‘이대로 가다간 눈 뜨면 겨울이겠다’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간단히 당일치기 짐을 싼 뒤, 분신과도 같은 필름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나름 첫 국내여행, 더운 여름 용감하게 나선 여행이기에 평범한 곳보다는 조금 특별한 여행을 원했다. 이번 여행은 KT AI/BigData사업본부의 빅데이터를 전달받아 계획을 세웠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원했기에,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그들이 방문한 ‘7월과 8월 서해 해수욕장 1위에서 20위’까지의 데이터를 받아보았다.

    데이터를 모두 둘러보며 서해의 다른 여행지들을 고려해보니, ‘천리포 해수욕장이 제격이었다. 다른 여행지들과의 거리도 가까웠고, 무엇보다 관광객 수에서 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지만 지금 나에게는 낮은 순위가 더 매력적이었다. 너무도 간단히 오늘 여행의 계획이 세워졌다. 사실상 내가 아니라 빅데이터가 계획 세워 준 것이지만 말이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국내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해안 사구 중 하나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실제로 보면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사막에 온 것 같은 느낌의 해안사구는 조류에 의해 실려 온 모래로 형성된 지형이다. 자연의 신비한 몸짓으로 만들어진 사구.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알맞은 곳을 찾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마치 실내 스튜디오같이 일정한 색으로 색칠된 사구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겨 보자.

    신두리 해안사구는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방문일(2021년 7월 21일) 기준으로 사구 센터 왼편의 탐방로 출입구는 공사로 막혀 있지만, 센터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처음 발견한 포인트는 모래언덕이다. 데크를 따라 입구에 오르면 신두리 해안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사구를 천천히 바라보는 것이 묘미. 파란 바다 앞으로 고운 모래와 듬성듬성 난 식물들은 여행을 즐기기에 충분한 재미가 됐다.

    태양은 강렬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정말 시원했다. 땀을 식히기에 좋은 장소였다. 딱 붙는 옷보다는 바람에 잘 날리는 넉넉한 옷이 활동도 편하고 멋진 사진을 건지게 해 줄 것이다.

    최고의 카메라는 우리의 눈이지만, 오래 기억하기에 사진만 한 것이 없다. 같은 장소에서 필름 카메라와 DSLR로 찍은 사진이다. 혼자 여행하다 보면 시간을 넉넉히 쓸 수 있어 사진 한 장 한 장 공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래언덕을 내려와 나무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초종용 군락지 입구가 나온다. 건조한 모래에서 잘 자라는 초종용을 시작으로 사구 뒤쪽에 생기는 산림을 구경할 수 있다. 그늘과 바람 덕에 여름임에도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초종용 군락지를 뒤에 두고 쭉 걸으면 순비기 언덕에 도착한다. 해변 근처의 모래땅이나 자갈 틈에서 자라는 순비기나무의 이름을 딴 포인트다. 바람에 의해 사구가 유실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순비기나무는 사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원한 바다와 쭉 뻗은 수평선을 맘껏 구경할 수 있는 순비기 언덕. 쾌청한 날씨와 한적한 해변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해안사구는 코스별로 다양한 포인트를 볼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한 사람들이라면 데크를 따라 억새 군락을 이루고 있는 억새골이나 모래에서 피어나는 꽃이 가득한 해당화 동산까지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웅도

    하루에 딱 두 번 열린다는 다리, 서산에 위치한 웅도다.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물에 잠긴 기찻길을 연상시키는 이 도로는 물 때를 맞춰 가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만조를 기준으로 한 시간 전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날의 수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때를 잘 맞춰 방문하면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잠길 정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수심도 낮고, 조류나 물의 흐름도 강하지 않아서 미끄러지지만 않는다면 안전하게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오기는 힘든 곳이니, 방문한다면 차를 가지고 오는 것이 좋다.

    다리 오른 편에는 나무가 쭉 심어져 있어 시원한 그늘에서 쉴 수도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몇몇 사람들은 피크닉 세트를 가져와 여름의 감성을 느끼고 있는 여행객도 몇 있었다.


    천리포 해수욕장

    오늘의 주인공, 이곳을 오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가는 것인데, 생각과는 다르게 사람이 많으면 어떡하지?’ 천리포 해수욕장을 가는 길에 위치한 만리포 해수욕장은 사람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을 가지고 핸들을 돌렸을 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는 듯이 탁 트인 넓은 천리포의 해변이 날 반겼다. 사람이 없어 황량하기보다는, 정말 내가 이 해변을 전세 낸 느낌이었다.

    실제로 와 보니 막 해수욕을 끝낸 사람도 몇몇 보였고 슈퍼와 카페 하나, 공용화장실도 있어 차박하기 정말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각자 나름의 거리를 지키고 SUV 차량들이 열 맞춰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겨진 차박 성지를 발견한 느낌에 뿌듯함을 느끼며, 해수욕장을 잠깐 걸어 보았다.

    천리포 해수욕장은 그야말로 ‘일몰 맛집’ 이었다. 사실 바로 옆의 만리포 해수욕장은 더 잘 알려져 있고, 부대시설도 충분해 즐기기는 더 좋았다. 하지만 천리포와 만리포 사이의 ‘닭섬’ 때문에 만리포는 일몰을 보기 적합한 해수욕장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탁 트인 천리포 해수욕장이 적합했다.

    아무도 없는 나만의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일몰 시간을 기다렸다. 해가 천천히 내려감과 동시에 오늘 여행의 끝도 다가왔다. 무더운 여름, 착실하게 계획한 여행지들을 골라 여행하고 기록한 나 자신에게 칭찬의 한 마디를 던진 뒤, 해변을 빠져나왔다.


    좋아하던 라멘집이 인터넷 평이 나빠서 안 가게 됐다.

    보고 싶다 생각한 영화를 평론가가 “시간 낭비”라고 하길래 안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먹은 라멘은 맛있었고 DVD로 본 영화는 재미있었다.

    카피카피페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글귀. 이번 여행은 일부러 유명하지 않은 곳을 찾아갔지만 유명하지 않은 곳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평이 나빠서, 사람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어떠한 도전을 미루고 있었다면 용기 내 마주해 보는 건 어떤지. 내가 경험하지 않으면 결코 모르는 일이다. 후회는 그때 가서 해도 충분할 테니까.

    글•사진 = 유신영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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