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볼 게 있냐고? 심심할 틈 없는 북성로 투어 4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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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지역은 나름의 사연을 담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상사(吉祥寺)에는 백석 시인과 자야 여사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속초 아바이 마을에는 실향민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 있듯이.

    지역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대구다. 김광석, 삼성 라이온즈 등등 이런 누구나 아는 이야기 말고. 직접 가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골목골목 숨어있다.

    “대구역 랩소디”라는 테마로 대구시가 현지 이야기를 담은 북성로 여행지 6곳을 준비했다고 한다. 북성로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 얼른 SRT 열차를 예매했다. 스탬프 투어도 진행 중이라 6군데를 모두 돌아다니면 조그만 선물을 준다는데 필자는 아쉽게도 4군데만 둘러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성로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들을 거리까지 풍부한 입체적 매력을 뽐냈다. 조금은 낯설지만 그래서 신선한 이야기를 담은 대구 북성로. 가볼 만한 명소 4곳을 추천한다.

    녹향 라일락뜨락 1956

    대구 근대역사관 대화의 장


    제공 = 대구관광재단

    “대구역 랩소디” 스탬프 투어

    기간 : 11.09(화) ~ 11.28(일)

    장소 : 녹향 – 대구근대역사관 – 더폴락 –

    라일락뜨락1956 – 264 작은 문학관 – 대화의장


    01

    녹향

    중구 중앙대로 449 향촌문화관 지하1층

    09:00-18:00 / 월요일 휴무

    첫 번째 목적지는 녹향. 1946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음악감상실이라고 한다. 대구광역시 중구 향촌문화관 지하 1층에 있다. 향촌문화관 건물에 들어가서 바로 오른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 있다. 입구 표지판부터 세월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들어가니 아늑한 가구와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반겨줬다. 요즘은 고음질의 하이파이(Hi-Fi) 대신 거칠고 투박한 로파이(Lo-Fi)가 대세다. ‘지익~’ LP 판 긁히는 소리가 섞이는 게 오히려 편안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묻어 있을까. 선반 구석에 사진첩을 들여다보았다. ‘행복음악회’의 음악 감상 사진, 야유회 사진, 결혼식 축하 사진이 있다. 옆에 있는 음악 감상문을 보니 78년도 박숙희 씨는 요제프 하이든의 ‘세레나데(Sernade)’ 곡을 즐겨 들었나 보다. 잔잔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이 맘에 쏙 들었다.

    신청곡을 받는 DJ 부스에서는 이정춘 선생이 앉아있다. 1946년부터 2011년까지 녹향을 이끈 고 이창수 선생의 아들이라고 한다.

    이정춘 선생은 이곳 녹향이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구 청춘 문화의 중심지였다고 했다. 40년대 서양 음악 매력에 빠진 ‘모던-보이’, ‘신여성’들이 북성로에 모여 커피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즐겨들었다. 이 문화는 2000년대까지 이어져 청춘 남녀들이 이곳에서 깊은 감수성을 공유했다.

    “625 전쟁 중에도 이곳에서만큼은 바흐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어. 아마 대구에서 가장 서정적인 곳일 거야”라고 이정춘 선생은 자부한다. 음악감상실에서 이정춘 선생의 선곡 센스를 느껴보자.


    01-1

    향촌문화관

    중구 중앙대로 449 (향촌동)

    09:00-18:00 / 월요일 휴무

    녹향에서 음악 감상을 마치고 같은 건물 향촌문화관을 둘러보았다. 1층부터 2층까지 대구 북성로 역사 및 문화를 전시한다. 이곳은 대구역 랩소디 스탬프 투어에 포함돼있지는 않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녹아 있을 것 같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1층은 대구의 거리를 테마로 <중앙로>, <북성로 공구골목>, <교동시장>, <대구역>을 전시한다. 2층은 <문화극장>, <오리엔트 레코드사> 외에 향촌동의 다방과 음악 감상실 등 대구의 문화생활을 담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북성로 공구 거리이다. 해방 후 이곳 철물상인들은 미군부대에서 버려지는 깡통, 드럼통, 탄피 등 버려지는 고철들로 다양한 철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라는 당시 기계 공구상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02

    라일락뜨락 1956

    중구 서성로 13길 7-20

    11:00~20:00 / 월요일 휴무

    북성로 바로 건너편 서성로 골목을 쭉 들어가다 보면 회색 담벼락 사이로 안락한 느낌을 주는 목재 입구가 하나 보인다. 필자는 저녁에 갔는데, 주황 불빛이 한옥 풍 입구를 은은하게 비췄다. 골목 꽤 깊이 들어가야 해서 찾아가기는 힘들었지만,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보니 그만한 수고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민족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이상화 시인의 생가 안집에 만들어진 카페다. 200년 된 라일락 고목을 중심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라일락 꽃이 피지 않았지만, 다시 날이 따듯해지면 활짝 피어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이상화 시인과 라일락 나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카페 중심의 라일락 나무는 한자리에 곧이 서서 이상화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봤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버티는 라일락 나무는 소년 이상화에게 시심(詩心)을 일깨워줬다.

    사장님은 직접 만든 크루아상과 라떼 조합이 일품이라며 추천했다. 우유를 못 마시는 필자는 라떼 대신 레몬에이드와 자몽에이드를 주문했는데, 시원하고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이다.

    제공 = 라일락뜨락 1956


    03

    대구 근대역사관

    중구 경상감영길 67

    09:00-18:00 / 토요일 일요일 휴무

    대구 중부 경찰서가 있는 사거리, 경찰서 건너편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조형미가 뛰어난 건물 한 채가 보인다. 대구 근대역사관인 이곳은 근사한 외양만큼 안에도 멋진 볼거리가 많다.

    조선 경상감영, 국채보상운동, 6·25 낙동강 방어선, 2·28 민주운동, 근대화와 산업화까지. 대구를 빼놓고 한국 근현대사를 말할 수 있을까. 대구 시민과 지식인들은 대한민국의 독립, 민주화, 산업화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

    이곳 박물관에는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상화의 시를 담은 <개벽>,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대한매일신보> 등 교과서에 담긴 내용을 직접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릴린 먼로의 주한미군 공연>, <헬렌 켈러의 대구 방문> 같은 색다른 내용도 흥미롭다.

    건물을 나오면 바로 뒤편에 경상감영공원이 보인다. 대구에 자리 잡았던 조선시대 경상감영지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편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와 새 우는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잠깐 쉬어가기 좋다.


    04

    대화의 장

    중구 북성로 104-15

    12:00-22:00 / 월요일 휴무

    대구 수제화 거리 첫 번째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화려한 색채로 꾸며진 입구가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와 초록색 식물들이 거리를 수놓았다. 길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면 광장 같은 곳도 보이고, 단독주택 마당 같은 곳도 나온다.

    <대화의 장>은 식당과 카페로 이루어져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든,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든 둘 중 원하는 곳에서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이곳 색감에 어울리는 토마토 바질 주스와 자몽에이드를 시켰다. 알록달록한 게 인스타그램 인증샷 찍기 좋은 메뉴로 추천한다.

    지금까지 대구 북성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제 대구에서 필자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갈 차례다. 이곳에서 음료를 시키면 대화 카드를 주는데, 필자가 뽑은 카드는… “어떤 꿈을 꾸고 싶나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행 기자로서 모든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싶다.” 80년대 청춘 남녀가 부르는 화려한 블루스든, 말 없는 무명용사의 넋이든 직접 가서 물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지역 곳곳 숨겨진 사연들을 오감으로 느끼는 게 필자의 꿈이다.

    이동흠 여행+ 인턴기자

    사진= 유신영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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