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열풍 1년 후, 실제로 가보니…“껌값은 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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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열풍이 전세계를 휩쓴 지 어느덧 1년.

    ‘짜빠구리부터 명대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까지 영화 속에 등장한 요소 하나하나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기생충을 촬영한 장소에 대한 관심도 엄청났다. 서울시는 ‘기생충 촬영지 관광코스’까지 만들어 직접 홍보에 나섰었다.

    벌써 1년이 지난 지금, 기생충 촬영지는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지 궁금해 직접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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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촬영지를 따라 떠나는

    “영화 기생충 성지순례”

    1. 우리슈퍼 (돼지 쌀 슈퍼)

    주소: 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32

    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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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에서 “우리슈퍼”로 등장했던 슈퍼. 원래 간판은 돼지 쌀 슈퍼였다. 주인공 기우(최우식)가 친구 민혁(박서준)으로부터 과외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던 장소다. 기우와 친구가 소주를 마시던 그 파라솔이 그대로 있었다.

    파라솔에 앉아보니, 날이 어두워지면 슬리퍼를 끌고 마트를 지나가는 기택네 식구와 마주칠 것만 같았다.

    영화 개봉 이후 팬들이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너도나도 방문했다고 알고 있는데, 더 자세한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가게 사장님과 몇 마디 담소를 나누었다.

    영화 촬영 2개월 정도 전에 “젊은 여자분”이 와서 촬영 섭외 요청을 했다고 하셨다. 사장님은 사실 봉준호 감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흔쾌히 수락하셨단다. 촬영 이틀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었고, 마냥 메가폰만 잡고 지시만 하는 역할인줄 알았던 감독이 “매우 꼼꼼하게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것”이 인상 깊으셨다고.

    작년 3월까지는 구경꾼들이 많이 왔다고 한다. 전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왔는데 특히 일본인들이 “가장 빨리, 가장 많이” 다녀갔다고. 그럴 때는 관광객들이 온 김에 물건을 사가서 “껌값 정도는 팔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그마저도 발길이 끊겨서 지금은 촬영지였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휑해졌다.

    주인공 기정은 복숭아를 낚아채 사갔었는데, 필자는 사과를 한 봉지 샀다.

    2. 기택 동네 계단

    주소: 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6길

    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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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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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지 코스 두 번째 장소는 슈퍼 바로 옆이었다.

    주인공 기정이 박 사장네 가정부 문광(이정은)을 내보낼 큰 “계획”을 품고 복숭아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 주인공 기정을 따라 과일을 들고 동네를 걸으니, 마치 이 길을 몇 번이고 다녀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 앞마당처럼 자주 드나든 길이라서 기둥 하나, 간판 하나까지 모두 외우고 있는 길.

    또 한편으로는 너무 지긋지긋해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사리 헤어날 수 없는 ‘기택 동네’의 현실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영화 촬영지를 여행하면 내가 스크린 안에 들어간 것 같은 착시현상이 느껴진다. 극장에서 관객으로 관람할 때와는 달리 피부 결로 영화가 와 닿는다. 이래서 정말 애정하는 영화가 개봉하면 그 촬영지를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까.

    3. 자하문 터널 계단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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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향한 촬영지는 자하문 터널 계단이었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들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닐까.

    아슬아슬하게 박 사장의 집에서 탈출해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도망가는 장면에서 나온 계단과 터널이다. 가까스로 몰래 빠져나온 기택 가족에게는 안도의 한숨을 쉴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었다. 물에 잠긴 반지하 집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후 1년이 지나서인지, 평일 낮이어서인지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주변에 큰 도로가 있는 터널이라서 꼭 차 조심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어딘가 존재만으로도 음침한 구석이 있는 터널이었지만, 필자가 이 자하문 터널을 찾은 날은 너무 화창해서 영화 분위기가 덜 느껴졌다. 영화 기생충이 생각나는 날,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우울한데 더 우울해지고 싶은 날(?), 이 곳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4. 피자시대 (스카이피자)

    주소: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6길 86

    (좌) @CJENM

    기택네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피자집, 피자시대. 실제 이름은 스카이 피자였다.

    영화를 보면 드는 질문,

    “감독은 어떻게 이 장소를 촬영지로 선택하게 되었을까?”

    사장님에 따르면 이 피자가게를 봉준호 감독이 선택한 이유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한다.

    사장님께서 가게 안에 진열해놓으신 수제수세미를 보고 영감을 떠올렸고, 그래서 영화 첫 장면에 ‘와이파이 얘기’를 하면서 엄마 충숙(장혜진)이 빨간 수세미를 뜨개질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고.

    사장님께 촬영지로 발탁된 사연에 대해 물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경황도 없었고,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도 잘 모르셨다고 한다. 이것저것 너무 복잡해서 거절을 하려다가 사장님의 따님이 봉준호 감독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수락하게 되셨다.

    촬영 당시에 어느 새 배우들은 촬영을 끝마치고 사라진 뒤였고, 뒤늦게 부랴부랴 감독에게 부탁해 싸인을 받으실 수 있었다. 유명한 감독인 만큼 큰 곳에 싸인을 부탁하는 게 예의라고 해서 커다란 스케치북을 준비하셨다는 인간미 넘치시는 사장님.

    촬영지로 선정되면 대박이 나는 건줄 알았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별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딱 한 달간” 세계 각지에서 온 손님들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필자는 리치고구마피자를 시켜서 먹어보았다.

    토핑이 가득 들어간, 치즈가 쭈욱 늘어나는 피자였다. “동네피자집이라 토핑이 실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싫어한다”며 웃으셨다. 빵집을 하셨어서 피자도우를 직접 만드시는데, 그래서인지 빵이 매우 부드러웠다.

    사장님께 직접 피자박스 접는 법을 직접 배워보았다. 영화 속 장면은 역시 한번 배워 나올 수 있는 스피드는 아니었다.


    폭우로 집이 잠겨 동네 체육관에 대피해 잠을 청하는 장면에서 기택은 이렇게 말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은 무계획이야”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여행을 할 때 거의 항상 계획을 철저히 세워가던 필자는 뜨끔했다.

    여행도 인생처럼 매번 계획대로 잘 풀어지진 않는다. 꼭 가고 싶었던 음식점이 문을 닫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일 년 내내 기대했던 여행이 무산되기도 한다. 기택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앞으로는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으리라, 결심을 해본다.

    글 손지영 여행+ 인턴기자

    사진 유건우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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