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라고? 방탈출 게임 하러 갔다가 ‘인생 여행지’ 등극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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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나19 여파로 각광받고 있는 국내 ‘언택트’ 여행. 그 ‘언택트’ 여행지마저도 SNS서 빠른 속도로 공유되면서 더 이상 사람 붐비는 곳을 피해 ‘나만 아는 숨은 스폿’을 찾아다니기 어려워지는 요즘이다. 게다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떠나는 여행인데, 여행 계획을 짜느라 떠나기도 전부터 지친 이들도 수두룩할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올 ‘이색 여행법’을 발견했다. 바로 충남 서천군이 개발한 미션 여행, 이른바 ‘야외 방탈출 게임’인 ‘한산속으로’다.

    출처= 서천군 ‘한산속으로’ 홈페이지

    한 달 용돈을 방탈출 게임에 다 탕진했을 정도로 좋아했던 필자가 게임을 그만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먼저, 지나치게 비싼 가격. 한 번 게임 하는데 2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니 자주 하기 부담스러웠다. 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좁은 실내에서 사람들과 대면하는 활동이 불안했다.

    ‘한산속으로’는 방탈출 게임을 하기 머뭇거려지는 이 두 가지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했다. 게임에 드는 비용은 ‘0원’, 그리고 탁 트인 야외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미션이다. 게다가 세 코스 모두 ‘한산’이라는 덜 알려진 지역에서 진행돼 ‘언택트 여행’으로도 제격이다.

    게임 진행은, 미리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체험북에 적힌 문제를 읽고 한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고, 모든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정확하게 맞췄는지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 미션 성공 여부를 파악한다. 작은 방이 있는게 아니라, 지역 전체를 방으로 가정하고 미션을 수행한다. 시간제한은 따로 없지만 재미를 위해 얼마나 걸렸는지 측정해보는 걸 추천한다.

    빠른 시간 내에 풀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기도 하고, 주민들에게 질문도 하며 세 코스 모두 경험해봤다. 게임 하러 갔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인생 사진’ 스폿도 발견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전통주 ‘소곡주’와 모시에 관한 이야기까지 알게 된 값지고 알찬 경험이었다.

    미션게임 뿐 아니라 서천군에서 운영하는 ‘느린 우체통’부터 스탬프 투어까지. 우연히 갔다가 다양한 체험을 하고 온 기회였다. 끊임없이 달리고, 고민하고, 웃던 그날 발견한 충남 서천의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신성리 갈대밭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로 500

    우리나라 4대 갈대밭,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갈대 7선에 꼽히는 이곳.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추노, 킹덤 등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아쉽게도 겨울에 밭을 갈아 갈대가 대부분 잘려 있었다.

    2㎞ 남짓한 갈대밭 산책길을 걸으며 모처럼 여유를 만끽했다. 박두진·김소월·박목월 등 서정시인들의 작품이 담긴 통나무판자들이 서 있는 ‘갈대문학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산뜻한 시어가 갈대밭과 잘 어울려서인지, 미션 수행 시 오랜 시간을 들여 고생한 장소여서인지는 모르겠다.

    사진= 서천군 제공

    5월쯤이면 갈대가 다시 자라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푸릇푸릇하고 풍성한 갈대밭 을 거닐어보지는 못해 아쉽지만, 한적하고 드넓은 자연에서 풀내음 맡으며 제대로 힐링한 기분이다.

    강변 전망대 스카이워크

    금강과 갈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이곳. 오래토록 지속되고 있는 갑갑한 일상을 위로하듯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과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평온함을 선사해준다.

    한강공원이나 유명 관광지 전망대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한적함. ‘나만 알고 싶은 숨은 힐링 스폿’을 발견한 기분이다. 한 번은 금강을 배경으로, 또 한 번은 머나먼 곳까지 펼쳐진 갈대밭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겨보는 건 어떨지.

    한산 모시마을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089

    백제시대부터 15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한산세모시의 정교한 직조기술을 전승해 보전하고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위한 장소다. 모시짜기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제돼 있다.

    메인 전시관인 ‘한산모시관’이 공사중으로 출입이 불가해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의 시연을 감상할 수 있는 ‘한산모시전통공방’을 방문했다.

    미션 수행과 관계없이 우연히 발견한 이곳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해 주변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었다. 모시 짜는 기계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도착한 곳에서 박미옥 전수자의 모시짜기 시연을 관람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모시는 천연 섬유라 온도에 민감하고 일정 수준의 습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말라 부스러진다고 한다. 따라서 기계 주변에 비닐을 둘러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막고 가습기를 틀어놓는 등 모시를 짜는 데에는 엄청난 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모시짜기 시연 관람 후 떠나기 전 홍보관에 들러 아름다운 모시옷을 구경했다. 생각보다 종류도 스타일도 다양했던 모시옷을 보니 여름에 예쁜 것으로 하나 장만해 더위를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산 소곡주 갤러리

    충남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 1173번길 21-1

    그윽한 술맛에 반해 마시고 또 마셔 안 일어나려다 결국 못 일어나게 되는 ‘앉은뱅이술’이라는 별명을 지닌 ‘소곡주’. 이곳은 한산에 있는 70여 개의 모든 소곡주 양조장과 소비자간의 가교역할을 한다. 한산소곡주의 다양한 술맛을 비교하며 시음해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150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백제의 명주인 ‘소곡주’. 알코올도수 16%, 18% 발효주인 소곡주와 41%, 43% 증류주인 소곡화주(불소곡주)가 있다. 네 종류 모두 무료로 시음해볼 수 있었는데, 같은 도수라도 양조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었다. 대체로 단맛이 많이 나는 편이라 술술 넘어가니 과음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한지에 소원을 적어 항아리에 걸며 기도하는 ‘소원항아리’.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요즘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자 남겼다. 한산의 명물 소곡주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시음도 해보며 소원까지 빌어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문헌서원

    충남 서천군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66

    고려말 대학자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 광해군 3년(1611)에 나라에서 문헌이라는 현현판을 받아 사액서원이 된 곳이다. 2018년부터 3년 연속 문화재청장상을 받아 올해 문화재청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문헌서원에는 전통호텔이 있어 아늑한 서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경험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연못과 정자로 이뤄진 경현루는 드라마 장옥정, 구르미 그린 달빛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잘 보존된 아름다운 건물들부터 평화로운 연못까지. 미션 수행을 잊고 한참을 사진 찍느라 바빴던 공간이다.


    직접 시간을 재고 미션을 수행해본 결과, 한 코스를 깨는 데 총 2시간 정도 걸렸다. 미션 중간 중간 우연히 발견한 숨은 명소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남기느라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난이도는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적당히 섞여 있어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즐겁게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션을 마치고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마지막 편지’라는 글로 무사히 미션에 성공했음과 동시에 게임이 종료됐음을 안내받았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해 더 즐거웠던 야외 방탈출 게임. 코로나 시대 이색 여행법으로 추천한다.


    꽃망울이 하나 둘 터지는 것을 보며 진짜 봄이 왔음을 실감하는 요즘. 설레는 이 계절을 탁 트인 야외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맞이해봤다. 직접 여행 코스를 짜지 않아도 되고, 무료로 방탈출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 이색 여행’을 떠나러 충남 서천군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지.

    강예신 여행+ 인턴기자

    사진= 유건우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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